P49 캉파뉴는 "동료"라는 뜻을 가진 빵이다. 함께 빵을 나누어 먹는 동료, 이제 그(이기호)에겐 함께 빵을 나누어 먹을 동료가 없다. 영훈은 그의 유일한 친구였으니까. 조금전 그 남학생 (‘태환’)도 함께 빵을 나누어 먹던 친구를 잃은 것이다.
P58 진아는 어디선가 읽은, 어쩌면 누군가에서 들었을지 모를 문장이 떠올랐다.
"사람에게는 고통스러운 일은 기억에서 차단하고 행복한 일은 매 순간을 또렷하게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P71 "그 나무 이름이 행운목이라고요. 나무에 꽃이 피면 행운이 온대요. 그 말은 꽃을 피우는게 몹시 어렵다는 거죠. 거기 카운터 한쪽에 놓으면 좋을 것 같네요."
<영훈의 약혼녀 소연이 이기호에게 >
P80 하경은 오빠에게 친구가 많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당시 오빠가 찍은 사진 속에는 오빠와 같은 반 친구들이 거의 다 들어 있었다. 그들과 몸을 부딪치고 이야기 나누지는 않았을 테지만 다정한 시선으로 카메라에 담아 놓았다. 카메라 하나로 많은 사람들을 자신의 세계 속으로 끌어들였던 거다. 오빠는 그런 식으로 세상과 관계를 맺고 있었다.
P94 발효종을 만들면서 깨달은 게 또 있다. 빵 뿐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데에도 효모 같은 것이 필요하다는 것. 번거로운 과정과 오랜 시간을 거쳐 만들어진 관계는 좋은 발효식품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공기 중의 미생물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듯 관계가 숙성되는 과정에서도 좋은 것, 즐거운 것만 취할수는 없다.
빵을 만들때도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데에도 인내가 필요하다.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함께 받아들여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P105 그 장면때문에 ‘프루스트 현상’이라는 심리학 용어까지 생겨났어요. 프루스트 현상이 뭔고하니, 특정한 냄새나 맛, 소리로 인해 잊고 있던 기억이 다시 살아나는 걸 말합니다.
P109 진아는 빵샘의 이런 면이 좋았다.
진아가 무슨 얘길 해도 어린애 취급하지 않고 늘 진지하게 응대해 주었다. 어른들 대부분은 뭔가를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는다. 애들은 몰라도 돼, 공부나 해. 그런다. 그러면서 자기네들은 아이들에게 꼬치꼬치 묻는다.
P148 그로부터 칠년이 지나 이 이름 없는 빵집에서 영훈을 다시 만난 것이다. 영훈이 칠년만에 이기호를 찾아낸 것도 "이름 없음" 때문이었다. 그리고 영훈은 더 이상 태양계에 속하지 않는 명왕성(fluto)처럼, 지구별에 속하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
P150 사장님 (이기호)은 늘 칭찬부터 해 놓고 충고를 하든 야단을 치든 했다. 그래서 야단 맞아도 기분 상하지 않았다. 칭찬에 인색하지 않는 사람과 함게 일하는 건 어쨌든 기분 좋은 일이다. (빵집 직원 하경)
P152 똑같은 바지에 알록달록 색이 제각각인 운동화들, 그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한 번도 좋다고 생각한 적 없는 학창시절이, 십대의 나날들이, 인생에서 가장 멋지고 행복한 때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하경이 군입대후 의문사로 죽은 오빠가 찍었던 사진을 보면서)
P156 얼굴 한번 본적 없고, 말 한 마디 나눠본적 없는 누군가로 인해 뭔가를 시작하고, 궁금해하고,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뒤엔 낯선 동네를 찾아가게 되었다. 무작정 왔다가 한 번도 와 본 적 없는 곳에서 낯익은 가게를 발견했다.
(하경이 세월호 사건으로 죽은 윤지의 블로그에서 자주 보았던 빵집에서 일하기까지)
P206 빵을 만들면서 여러분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반죽에 들어가면, 효모와 함께 발효되어 아주 특별한 빵이 만들어질 거예요. (하경이 태환에게 보내는 초대장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