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고영준 저자, 유민하(루잇) 그림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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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말하자면, 내가 내 삶에서 가장 잘한 일은 아이를 낳은 일이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100%행복하다고 말하지는 않으나, 그럼에도 엄마가 된다는 것은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행복을 가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일 뿐, 다른 가족의 생각이나 선택 등을 '못한 일'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내 마음을 그대로 갖다 옮겨놓은 것 같은 책, 『어떻게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를 소개한다. 

 

『어떻게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는 사실 이미 너무나 유명한 책이다. 내 또래의 모두를 감성의 블랙홀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들었던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영준'이 쓴 책이기 때문. 나 역시 이 책과 이 노래 모두를 미리 알고 있었으나, 『어떻게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를 읽으며 또 한번 여러 장면에 울컥하게 되더라. 또 아이의 사진첩을 뒤적여, 『어떻게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에 등장하는 장면들을 찾아보기도 했고. 

 

『어떻게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에서는 우리 아이들의 여러 장면을 만날 수 있다. 『어떻게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이 특히나 아름다운 까닭은. 무엇인가 특별한 장면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살며 만나게 되는 그런 장면들이 가득해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그렇게 일상 자체가 사랑스럽고, 일상 자체가 부모에게 행복을 주는 존재가 아닌가 하고도. 

 

나 역시 아이가 조금 자라며 잊고 지냈던 순간들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떠올리고, 그리워하고, 고마워하는 시간을 보냈다. 아이는 태어나 3년간 평생할 모든 효도를 다 한다고 했던가. 그러나 그 순간은 부모들도 초보라서 그 행복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같다. 그래서 이 책은, 초보 엄마아빠 시기를 보내는 이들에게도, 아이가 사춘기를 지내며 미운 순간들을 맞이하는 부모에게도, 다 키워 시집장가를 보내는 엄마아빠들에게도 행복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수험생으로, 취업준비생으로, 또 기타등등 마음이 힘든 모두에게 “당신은 그렇게 사랑받던 존재였음”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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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1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마이너스(Miners) 옮김 / 해밀누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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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도전하지만, 매년 100% 이해하지 못하고 다시 읽곤 하는 “니체”. 2025년의 마무리라고 별 수 있겠나. 나는 또 한 번 니체를 펼쳐든다. 이번에 읽은 것은 프리드리히 니체의 『여명』(Morgenröte). 무척이나 심오한(?)내용의 책이기에 1권과 2권으로 나누어 출판한 해밀누리의 『여명』의 1권 먼저 읽어보기로 마음 먹었다. 


니체의 『여명』은 기존의 도덕과 가치관을 본격적으로 파헤치기 시작한 '도덕의 비판자'로서의 면모가 가장 잘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한다. 특히 1권에서는 우리가 그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관습과 도덕의 뿌리가 얼마나 비합리적인 공포와 복종에 근거하고 있는지를 날카롭게 지적한 책이라고 평가받는 책인만큼, 오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어보기로 했다. 해밀누리의 『여명』 표지에서도 “우리가 '옳다'고 느끼는 감정은 어디서 오는가”하고 묻는 만큼, 기존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가급적 떠올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니체는 『여명』을 통해 우리가 선(善)이라고 믿는 도덕이 오랜 세월 반복되어진 관습에 대한 복족이라고 말한다. 어떤 행동이 도덕적인 이유는 그 자체가 '옳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대대로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라는 것. 이런 점에 대해 읽으며 나 역시, 내가 그동안 옳다고 믿어온 것들이 과연 '정답'일까를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가 말하는 공동체에서 배제되지 않으려는 본능적 '두려움'이라면 우리가 생각하는 거의 모든 것들을 되짚어봐야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니체는 도덕적인 사람 역시 '관습에 길들여진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스스로의 판단이나 생각보다는 사회가 정한 규칙에 순응하는 사람,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또 자신의 의지에 따라 새로운 길을 가려고 하는 사람은 '악인'으로 구분지어 진다고 말하는데,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 현대적 물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도덕적인 선이 관습의 반복일 수는 있지만, 모두가 이미 익숙해진 부분에 대해 깨는 것, 익숙한 것을 어기는 자가 과연 “낙인”의 부분이기만 할까? 모두가 공유하며 지켜오는 습관이라면 그것 또한 한가지 도덕적 규범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무리가 있을까. 그의 문장들에서 현대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표준화”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남들과 다른 삶을 살려고 할 때 느끼는 불안감은 사실 우리 안에 깊이 박힌 '관습의 도덕'이 보내는 경고 신호일수도 있지만, 그가 말하듯 이러한 어둠을 걷어내고 스스로의 가치를 세우는 '새벽(여명)'이 무조건 맞는 방향일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던 것도 사실이다. 


『여명』을 읽으며 머리에 든 또 하나의 생각은 고통에 대한 분석이었다. 인류는 신을 달래기 위해 자신이나 타인에게 고통을 가하는 것을 도덕적 의무로 여겨왔다. 니체는 이러한 부분을 인간의 밑바닥에 잔인함과 권력에 대한 의지가 숨어있다고 지적한다. 인간의 본성을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직시하려는 니체 특유의 정직함이 돋보이는 부분이라 생각하기는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불편했던 것은 어쩔 수 없는 감정이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나는 늘 니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다시 도전하곤 한다.) 


수많은 니체의 저서들이 나에게 어려움과 불편함을 주어왔으나, 『여명』이 가장 선명한 불편함으로 느껴졌다. (가장 최근 읽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유는 내가 그동안 믿어온 정의와 양심이 타인에 의해 주입된 '편견'일 수 있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을 한발 물러나 생각한다면 내 삶의 가치와 방향, 방식을 조금 더 의문을 두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도 내가 느낀 점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갈갈이 찢어진 고정관념 사이에서 내가 필요한 것과 내게 필요하지 않은 것을 나누어 취하는 것은 나의 역할일 테니 말이다. 


『여명』을 읽은 지금도 여전히 니체는 나에게 숙제로 남아있다. 그러나 타인의 시선, 타인의 평가에 너무 쉬이 흔들리는 우리에게 분명 “독립된 인격체”로 서길 바라는 그의 의도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있음을 느낀다. 부디 내가 『여명』2권을 읽을 용기를 가질 수 있기를 바라며, 익숙해서 옳은 게 아닌, 진정 옳다고 생각해서 옳다고 느끼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스스로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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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기분으로 오늘을 살지 마라 -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신경 끄기의 기술
와다 히데키 지음, 전선영 옮김 / 달콤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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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를 바꿀 수도 없고, 상황을 바꿀 수도 없을 때는 '내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이 최선입니다.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보다 이성적으로 주어진 일을 해내는 데만 집중하세요. 협업해야 한다면 비즈니스적으로만 대하면 되고, 의견을 나눠야 하다면 핵심만 짧게 말하면 되는 겁니다. (p.137)


 

유독 바쁘고, 마음쓸 일이 많았던 한 해가 지나갔다. 2025년을 떠나보내고, 다시 2026년을 맞이하며 가만히 돌아보니 타인들의 감정에 휘둘려 힘들었던 일이 꽤 많았던 것 같다. 특히 회사 내에서 평화로움을 좋아하는 성향과 오지라퍼 특유의 성향으로, 이 사람 저 사람의 마음을  보살피느라 힘들었던 한 해 같다. 그래서일까. 와다 히데키의 『어제의 기분으로 오늘을 살지 마라』를 읽으며 감정을 잘 관리하는 것, 필요한 곳에 기울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되더라. 


『어제의 기분으로 오늘을 살지 마라』는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신경 끄기의 기술”이라는 부재로, 감정을 관리해야 인생도 관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상깊었던 것은 부정적인 감정을 안 느낄 수는 없고, 타인의 감정에 전염 당하지 않을 수도 없음을 전제로 두고, 이것을 털어내는 연습을 하는 것이었다. 사실 몇몇 책들에서는 아예 감정을 통제하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실에선 그게 불가능하지 않나. 그래서 기분을 잘 전환하고, 털어내는 연습을 통해 기분을 전환하는 방법은 실질적 충고 같아, 꼭 필요한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넌 그렇게 생각하는구나”의 기술을 시전하는 것도 몹시 공감가기도 했고. 


『어제의 기분으로 오늘을 살지 마라』에서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기술, 무례한 사람들에게 우아하게 대처하는 기술, 생각의 꼬리를 자르는 기술, 그때그때 가볍게 사는 기술,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는 기술, 망설이지 않고 행동하는 기술, 사소한 말로 끙끙대지 않는 기술을 이야기한다. 소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 단순히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식의 뻔한 위로가 아니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감정을 다루는 능력을 하나의 '기술'로 정의하고, 훈련을 통해 충분히 개선할 수 있음을 인식시켜 주기에, 감정다루기에 서툰 이들도 연습을 통해 감정을 개선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감정을 다루는 게 어렵거나, 감정 기복때문에 일상이 흔들리는 이들 모두가 한번쯤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로 『어제의 기분으로 오늘을 살지 마라』에서 무척 인상깊었던 부분은 “한걸음 물러나면 편해진다”였다. 우리는 대부분 감정이 격한 상태에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때에는 분노가 더해져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움을 정확히 짚고 있다. 오히려 “그럴 수도 있지”로 한걸음 물러 날 때, 더욱 명확한 해결책을 만나기도 한다는 점을 잘 짚고 있었다. 


『어제의 기분으로 오늘을 살지 마라』를 읽으며 우리가 '어제의 기분'에 저당 잡힌 채 살면, 우리 마음에 얼마나 짐을 주는지를 느끼게 되었다. 내 마음을 내가 제대로 돌보지 못해 떨쳐내지 못한다면 마음을 “썩히는 일”임을 깨달으며 조금 더 제대로 내 마음을 다루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마음을 숙성하는 것과 썩는 것이 한 끗차이라는 그의 말이 마음에 유독 닿는 것은, 요즘 내가 어려움을 많이 느꼈던 상황에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이었을까. 아무튼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 성숙하지 못하게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감정을 표출하고 전염시키는 이들 사이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 평온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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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나의 그거 아세요?
박병욱 지음, 과나 원작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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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노래로 외우는 것만큼 빠른 게 또 있을까. 노래의 힘이 아니었다면, 나는 태정태세 문단세~나 좌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말썽꾸러기 수비대로 외움)를 외우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아이 역시 엄마가 첫영성체 때 배웠던 “예수님의 열두제자”와 “가톨릭 복음서”의 순서를 무려 30년 만에 엄마에게 배워서! 외웠더란다. 이처럼 노래의 힘은 엄청나다. 이 경우는 무엇을 외우기 위해 음을 붙이는 것이고, 반대로 노래의 중독성으로 내용이 궁금하게 만드는 '광고 음악'도 노래의 힘이라 말할 수 있겠다. 2025년, 온 국민을 중독시킨 “노래와 상식 세트”의 대표주자를 고르라면 1초의 고민도 없이 『과나의 그거 아세요?』가 아닐까. (”오 필승 코리아”, “오로나민씨”의 맥을 이을 정도)

 

『과나의 그거 아세요?』를 모른다고? 그럴 리가. “귤에 붙어있는 하얀 거 이름은 귤락입니다아~”로 전 국민의 손톱에 귤 물을 들인 게 바로 과나라고! 그런데 진짜 소름인 거. 이거 다 진짜다! 

 

솔직히 『과나의 그거 아세요?』를 읽기 전까지도 나 이게 다 진짜라는 거 안 믿었잖아. 아니, 정확히는 아이랑 읽으면서도 “이게 진짜라고?”와 “아니, 이걸 왜 생각해본 거냐고”를 번갈아 외치며 놀라고, 웃고, 기막혀하며 아이와 수다를 계속 떨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우리는 병뚜껑 톱니 개수를 알게 되고, 핑킹 가위의 용도도 배우고, 신기한 착시현상이나, 귤락의 효능 등을 배웠다. 솔직히 말하자면 노래 자체가 처음엔 어이없음으로 시작해서 중독 증세를 보였기에, 『과나의 그거 아세요?』를 읽기 시작할 때도 뭔가를 배우기보다는 그저 즐겁게 읽자는 마음뿐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 실컷 웃는 사이사이 우리에게 새로운 상식이 쏙쏙 스며들게 된 것이다. 

 

『과나의 그거 아세요?』는 그런 의외의 한방을 주는 책이었다. 아마 많은 부모님이 “그거 아세요”를 들으면서 이 노래가 왜 이렇게 아이들에게 인기인지 의아했을 거고, 대체 무슨 내용인지 어이없어했을 것이다. 하지만 『과나의 그거 아세요?』를 읽고, 또 “그거 아세요”를 다시 들으면 몰랐던 이야기가 쏙쏙 들어오고, 아이들이 왜 이 노래를 그렇게 좋아하는지, 재미있어하는지를 느끼게 될 것이다. 

 

 

언제인가 친구들 “나이 먹었다 느끼는 순간”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무릎이 아프다거나, 기억력이 나빠졌다는 등의 식상한 이야기나 실컷 주고받다가 “아이돌의 노래가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어려워졌을 때”에 모두가 숙연해졌더랬다. 나는 『과나의 그거 아세요?』를 읽으며 내 귀가 세상에 무뎌지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져 가고 있음을 또 한 번 실감했다. 그와 동시에 내가 선입견을 품지 않는다면 아이의 눈높이에서 더 재미있는 세상을 살 수 있음도 깨달았고. 

 

혹시 나처럼 『과나의 그거 아세요?』가 무슨 말인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생각했던 부모님이 있다면, 속는 셈 치고 한 번만 이 책을 만나보면 좋겠다. 그리고 다시 『과나의 그거 아세요?』를 들어보면 좋겠다. 설령 나와 달리 이미 똑똑한 분이라 이 안의 모든 상식을 알고 있어서,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한들, 아이와 한 뼘 더 가까워졌음은 실감할 수 있을 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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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감귤 토끼 웅진 우리그림책 148
백유연 지음 / 웅진주니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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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엄마는 아니지만 아이 앞에서는 예쁘고 고운 말만 쓰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며칠 전, 나도 모르게 백유연 작가님의 신간, 『제주 감귤 토끼』를 보며 “색감 돌았네!”라고 말하는 “사건”이 있었다. 좋은 엄마가 되려는 이성조차 깨버린 본능을 자극하는 색감! 백유연 작가님의 신간,  『제주 감귤 토끼』를 소개한다. 

 

그동안 다양한 음식 이야기로 아이들의 사랑을 듬뿓 받아온 백유연 작가님! 이번에는 제철과일로 돌아왔다. 사실 제철과일로 어떤 그림책을 이어갈 수 있나 생각했는데, 막상 『제주 감귤 토끼』를 만나보니, 이번 책도 역시나 단순함을 벗어나 기발하고, 귀엽고, 아기자기하고, 감동포인트도 있고 혼자 다 한다. 아이와 귤을 까먹으며 읽기 완전 좋은 그림책이니 꼭 한번 만나볼 것!

 

『제주 감귤 토끼』의 반짝이는 주황빛과 달리, 첫 페이지에는 눈물을 뚝뚝 흘리는 아이가 등장한다. 아이는 물을 한 그릇 떠놓고 기도를 올리는데, 그릇에는 아이의 눈물과 달빛이 함께 담긴다. 이 달빛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소녀를 걱정하는 토끼들이 등장하고, 드디어 본격적인 『제주 감귤 토끼』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달에서 방아를 찧는 토끼들 이야기는 식상하지 않나? 의아할 무렵 백유연 작가님은 이 토끼들을 제주도 출신으로 설정해준다. 이거야말로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할 새 이야기. 그런데 감귤나라 제주에 이때까지 귤이 없었는지, 신령님이 토끼들에게 귤을 주며 “감귤이 세상을 구하리니”라는 말만 남긴채 떠난다. 

 

우리의 토끼들도 참 남 다르다. 귤 속에 답이 있다는 말에 무작정 먹어보기 시작! 아마 이 때부터 아이들은 웃음을 참을 수 없을터다. 이제 꽤 커서 유치해하면 어쩌지 걱정했던 우리 아이도 “아니, 거기서 왜 먹어 버리냐고!”하며 깔깔 웃기 시작했다. 신나게 귤을 먹고 사라진 귤을 걱정하는 토끼들을 보면서도 “그러게 왜 먹어, 우리 집 귤이라도 주고 싶네”라며 몰입하기도 하고. 다행이도 우리의 『제주 감귤 토끼』들은 씨앗에서 새로운 싹을 틔우고, 귤꽃을 피우고, “서쪽 나라에서 겨울 장식을 하듯”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게 된다. 토끼들은 아이의 집 마당에 “서쪽나라 겨울 장식”처럼 귤을 매달아주고, 마침내 모두들 행복해진다. 

 

언제나 그렇듯, 백유연 작가님의 그림책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그래서 늘 처음만나는 이야기같고, 시리즈물로 출간되어도 또 다음 이야기, 또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것 같다. 산타할아버지를 없다고 말하면서도 믿는 것처럼, 귤의 시초는 할머니가 낫길 바라는 소녀의 간절함이 아니었을까, 하고 믿어보고 싶게 만든다. 

 

아름다운 색감, 톡톡 튀는 스토리, 사이사이 묻어나는 유머까지. 엄마도 아이도 피식,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사랑스러운 그림책, 『제주 감귤 토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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