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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1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마이너스(Miners) 옮김 / 해밀누리 / 2025년 12월
평점 :

매년 도전하지만, 매년 100% 이해하지 못하고 다시 읽곤 하는 “니체”. 2025년의 마무리라고 별 수 있겠나. 나는 또 한 번 니체를 펼쳐든다. 이번에 읽은 것은 프리드리히 니체의 『여명』(Morgenröte). 무척이나 심오한(?)내용의 책이기에 1권과 2권으로 나누어 출판한 해밀누리의 『여명』의 1권 먼저 읽어보기로 마음 먹었다.
니체의 『여명』은 기존의 도덕과 가치관을 본격적으로 파헤치기 시작한 '도덕의 비판자'로서의 면모가 가장 잘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한다. 특히 1권에서는 우리가 그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관습과 도덕의 뿌리가 얼마나 비합리적인 공포와 복종에 근거하고 있는지를 날카롭게 지적한 책이라고 평가받는 책인만큼, 오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어보기로 했다. 해밀누리의 『여명』 표지에서도 “우리가 '옳다'고 느끼는 감정은 어디서 오는가”하고 묻는 만큼, 기존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가급적 떠올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니체는 『여명』을 통해 우리가 선(善)이라고 믿는 도덕이 오랜 세월 반복되어진 관습에 대한 복족이라고 말한다. 어떤 행동이 도덕적인 이유는 그 자체가 '옳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대대로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라는 것. 이런 점에 대해 읽으며 나 역시, 내가 그동안 옳다고 믿어온 것들이 과연 '정답'일까를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가 말하는 공동체에서 배제되지 않으려는 본능적 '두려움'이라면 우리가 생각하는 거의 모든 것들을 되짚어봐야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니체는 도덕적인 사람 역시 '관습에 길들여진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스스로의 판단이나 생각보다는 사회가 정한 규칙에 순응하는 사람,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또 자신의 의지에 따라 새로운 길을 가려고 하는 사람은 '악인'으로 구분지어 진다고 말하는데,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 현대적 물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도덕적인 선이 관습의 반복일 수는 있지만, 모두가 이미 익숙해진 부분에 대해 깨는 것, 익숙한 것을 어기는 자가 과연 “낙인”의 부분이기만 할까? 모두가 공유하며 지켜오는 습관이라면 그것 또한 한가지 도덕적 규범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무리가 있을까. 그의 문장들에서 현대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표준화”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남들과 다른 삶을 살려고 할 때 느끼는 불안감은 사실 우리 안에 깊이 박힌 '관습의 도덕'이 보내는 경고 신호일수도 있지만, 그가 말하듯 이러한 어둠을 걷어내고 스스로의 가치를 세우는 '새벽(여명)'이 무조건 맞는 방향일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던 것도 사실이다.
『여명』을 읽으며 머리에 든 또 하나의 생각은 고통에 대한 분석이었다. 인류는 신을 달래기 위해 자신이나 타인에게 고통을 가하는 것을 도덕적 의무로 여겨왔다. 니체는 이러한 부분을 인간의 밑바닥에 잔인함과 권력에 대한 의지가 숨어있다고 지적한다. 인간의 본성을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직시하려는 니체 특유의 정직함이 돋보이는 부분이라 생각하기는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불편했던 것은 어쩔 수 없는 감정이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나는 늘 니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다시 도전하곤 한다.)
수많은 니체의 저서들이 나에게 어려움과 불편함을 주어왔으나, 『여명』이 가장 선명한 불편함으로 느껴졌다. (가장 최근 읽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유는 내가 그동안 믿어온 정의와 양심이 타인에 의해 주입된 '편견'일 수 있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을 한발 물러나 생각한다면 내 삶의 가치와 방향, 방식을 조금 더 의문을 두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도 내가 느낀 점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갈갈이 찢어진 고정관념 사이에서 내가 필요한 것과 내게 필요하지 않은 것을 나누어 취하는 것은 나의 역할일 테니 말이다.
『여명』을 읽은 지금도 여전히 니체는 나에게 숙제로 남아있다. 그러나 타인의 시선, 타인의 평가에 너무 쉬이 흔들리는 우리에게 분명 “독립된 인격체”로 서길 바라는 그의 의도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있음을 느낀다. 부디 내가 『여명』2권을 읽을 용기를 가질 수 있기를 바라며, 익숙해서 옳은 게 아닌, 진정 옳다고 생각해서 옳다고 느끼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스스로 응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