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 이야기 - 물·불·흙·공기부터 우리의 몸과 문명까지 세상을 만들고 바꾼 118개 원소의 특별한 연대기
팀 제임스 지음, 김주희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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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화학물질이 눈에 띄지 않는 형태로 우리 주변에 숨어있다는 증거였다. 원소는 멀리 있지 않았다. (p.17)

 

솔직히 말하면 나는 과학과 수학이 어렵고 싫은 지극한 문과형 학생이었다. 책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문학 교과서에 나오는 지문이 거의 이미 읽은 책이었고, 역덕이니 자연스레 국사도 재미있을 수밖에. 잘하면 좋아하고 좋아하면 잘하게 되는 것처럼, 나는 과학과 수학이 싫으니 점점 더 못하고 못 하니 더 싫어하게 되었달까. 그래서 이 책을 받아들고도 내가 잘 읽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먼저 된 것도 사실이다. 역시나 주제가 주제인지라 쉽게 읽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가 만난 그 어떤 원소 이야기보다 흥미 있었고, 많이 이해한 책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유달리 이 책은 왜 재미있게 느껴졌을까? 현실을 요리한다는 서문에서부터 화학을 요리와 비교하는 것이 신기했다. 나와 동떨어진 것으로 생각했던 화학이 내 일상과 이렇게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니 어쩌면 어렵지 않은 학문이라고 느낀 것일까? 다이아몬드와 석탄의 연결고리도 흥미로웠고 (나의 작고 귀여운 다이아몬드야. 절대 석탄으로 돌아가지 마라.) 원자는 어디에서 온다는 원초적 물음도 꽤 쉽게 읽혔다. 

 

물론 완전 쉬운 책은 아니었다. 주기율표의 시작이나 원소 전쟁에 대해 읽을 때는 살짝 다른 세상의 입구에 발을 들이기라도 한 듯 헤매기도 했다. 그러나 원소에만 집중하며 이야기를 따라 걷다 보면 길을 잃지 않고 읽어낼 수 있다. 과학에 전혀 상식을 가지지 않은 나도 읽어냈으니 과학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엄청 재미있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고, 과학에 아주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이라면 분명 흥미를 잃지 않고 끝까지 읽을 것 같다. 물론 나처럼 과실눈을 못이라도 상관없다. 중반을 넘어서면 마치 내리막길을 내려오듯 술술 책이 읽어진다. 연금술사, 슈퍼히어로들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순간 나는 급물살을 타듯 즐거워졌다. 이쯤부터는 화학도 재미있을 수 있다고, 주기율표가 재미있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좋아하다 보니 문학을 그리고 자연스럽게 역사를 좋아하게 되었던 다는 문득, 세상의 외형을 바꾸고 일상을 바꾸며,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데 일조해온 원소를 너무 몰랐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물론 내가 갑자기 과학을 사랑하게 되는 것은 너무 터무니없는 이야기겠지만, 적어도 이 책을 통해 과학이나 화학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색안경을 벗을 수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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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줄걸 그랬어 - 2006년 칼데콧 아너 상 수상작, 세이펜 기능 적용, 세이펜 미포함 존 무스 생각 그림책 3
존 J. 무스 지음, 박소연 옮김 / 달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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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우리 집 뒷마당에 판다가, 그것도 빨간 우산을 쓴 판다가 앉아있다면 어떻게 할까? 아마 어른들은 경찰이나 동물협회 등에 신고할 것이다. 그가 우리에게 가할 위험에 대비하여, 그에게 위협을 가할 무엇인가를 준비하며 말이다. 그러나 애디와 마이클, 칼은 그저 인사와 자기소개를 나눈다. 이게 스틸워터와 아이들의 첫 만남이다. 

 

우연히 바람에 날아간 우산 덕분에 아이들과 처음 만나게 된 스틸워터는 아이들에게 주옥같은 이야기를 해주며 저마다의 시간을 가진다. 애디에게는 도둑에게 줄 것이 외투밖에 없던 라이삼촌의 이야기를, 마이클에게는 모든 일에는 행운과 불운이 깃들어있음을, 칼에게는 마음으로 진정한 용서를 하는 법을 이야기해준다. 

 

우리 아이는 애디가 되기도 하고, 마이클이나 칼이 되기도 하며 스틸워터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렇게 또 하나의 고운 지혜를 마음에 담는다. 그저 찬찬히 그림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얻는 것이 많다. 존 무스의 그림책은 늘 그렇게 감동과 교훈, 웃음을 고루 남긴다. 

 

문득 스틸워터가 동물이어야 했던 것은 어른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가 만약 사람이었다면 우리는 그를 '꼰대'라 부르며 귀 기울여주지 않았을지도. 만약 우리였다면 하나뿐인 외투를 도둑에게 나누어줄 수 있었을까? 또 농부처럼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나 덤덤히 '글쎄요'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 또 스님처럼 너그러이 상대의 허물도 내려놓을 수 있었을까? “그만하면 충분하다”라고 말하는 스틸워터의 말에 오늘의 나를 또 반성하게 된다. 나도 그림책처럼 아이에게 좋은 본이 되는 엄마가 되어야지, 하고 다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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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쿠 - 세이펜 기능 적용, 세이펜 미포함 존 무스 생각 그림책 8
존 J. 무스 지음, 박소연 옮김 / 달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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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무스의 책을 좋아한다. 익살이 가득한 그림과 철학적인 내용.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감상할 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동시에 주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내 마음에 닿은 한 권으로 시작했으나, 이제는 아이도 존 무스의 그림을 정확히 알아보고, 모든 판다를 쿠와 스틸워터라고 부른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안녕, 쿠'는 내 생각에는 그의 가장 '예쁜' 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쿠가 들려주는 계절의 노래, '하이쿠'로만 이루어진 책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유래한 하이쿠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인간을 노래하는 짧은 시인데, 우리의 음유시인 쿠가 사계절을 노래한다. 존 무스의 아름다운 그림과 어우러진 그의 시를 감상하다 보면 우리 집이 무릉도원이 되는 느낌이다. 나 역시 문장을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말을 만들 수 있는지 놀라워진다. 

 

아이들에게 어렵지 않냐고? 시화집이라는 느낌에 다소 어렵다는 색안경을 낄 수 있겠으나, 우리의 존 무스는 그런 책을 만들지 않는다. 아이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쉽고 아름다운 글과 따뜻하고 익살스러운 일러스트로 깔깔 웃으며 하이쿠를 감상할 수 있다. 우산으로 가로등을 빙빙 도는 '트렌치코트' 버전 쿠, 혼자만 헐벗은 채(?) 목도리만 두른 쿠의 모습 자체가 웃음이 난다. 우리 꼬마는 네모 눈이 된 쿠와 아이들의 모습에서 깔깔 소리 내며 웃기도 했다.

 

벌레의 죽음을 슬퍼하는 쿠에서, 고요한 세상에서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쿠의 뒷모습에서 사는 것이 무엇인지도 생각하는 깊은 그림책. 오늘도 존 무스를 통해 아이는 아름다운 그림과 문장을 만나고, 나는 인생과 사색을 만나는 멋진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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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의 예술 - 포스터로 읽는 100여 년 저항과 투쟁의 역사
조 리폰 지음, 김경애 옮김, 국제앰네스티 기획 / 씨네21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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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인 사람은 없다. 불법한 행위를 했다고 해서 사람마저 불법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모순이다. 사람이 어떻게 불법일 수 있는가? -엘리 위젤 (노벨평화상 수상자, 홀로코스트 생존자. p.7)

 

만약 이 작품들을 한데 모은 곳에서 감상했더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온 마음이 묵직하고 힘겨워서 죄책감과 슬픔, 기타 등등의 마음이 뒤섞여 힘겨웠을 것 같다. 물론 나는 핵무기에도 전쟁에도 찬성하지 않지만, 적극적으로 막는 처지도 아니고, 여성해방이나 인종차별철폐에 찬성하면서도 적극적인 지지를 하는 사람도 아니다. 난민의 인권에 대해서도 무지한 편이고, 그나마 이 책의 주제에서 가장 관심이 많은 기후위기 역시 적극적인 대처 가는 아니다. 어쩌면 이 말 자체가 매우 무책임하다. 사실은 중립이라는 그늘에 숨어 방관하는 거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 산재하는 문제들을 직관적으로 바라보며, 나의 모호함에 화가 났다. 그래서 국제앰네스티와 함께 선정했다는 140여 개의 인권 포스터들은 어쩌면 내게 존엄성에 대해, 사회문제 등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는 물꼬일지도 모른다 싶다. 

 

언제인가의 리뷰에도 기록했듯, 나는 늘 예술을 탐미한다. 아마 대부분은 그럴 것 같다. 예술을 잘 몰라도 그것들을 만나며 느끼는 감상들은 무엇이라 표현할 단어가 부족할 뿐, 강력한 힘을 지닌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통해 만나는 사회문제들이 한층 깊게 다가온다. 난민이나 이민자의 슬픈 얼굴과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차별, 전쟁과 핵무기가 사회에 남기는 것들, 막혀있는 여성의 자유, 다양한 투쟁들과 그것에 대응하는 마음가짐들. 이미 뉴스 등에서 문장으로, 말로 많이 만나왔으나 그것을 작품으로 만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예술이 가지는 영향력을 다시 한번 깨달으며, 내게 짙게 다가온 이야기들을 천천히 곱씹었다. 포스터를 먼저 들여다보고 설명글을 읽었는데, 그 순서를 선택한 것은 예술의 힘을 전적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선입견 없이 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방식을 느끼려고 노력했다. 내가 모르고 있던 이야기들은 해석을 통해 배웠고, 어설프게 알던 것들은 조금 더 깊게 이해했다. 

 

우리의 일상을 그림으로 표현하라고 하면 어떤 모습이 될까? 완전 행복한 모습이 아닐지라도 일그러진 전쟁터나 쇠사슬 등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당연하다 느끼고 사는 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하루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생각하니 이 책의 작품들이 한층 더 무겁게 다가온다. “지구는 우리가 모두 함께 사는 곳이다.”라는 엔들 비리(p.150)의 말이 묵직하다. 내게는 안전하고, 누군가에게는 그렇지않은 오늘이 가슴 아프다. 누군가에게 보호막을 만들어주고자 총이 아닌 붓을 든 이들의 용기가 감사하면서도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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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 내리는 날 다시 만나 - 시골 수의사가 마주한 숨들에 대한 기록
허은주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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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세상과 소통해도 괜찮다는 용기 말이다. 상처받을지라도 진심이었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니 지레 겁먹지 말자. 뚜벅뚜벅 세상 속을 걸어가 보자. (p.72)

 

엄마가 된 후 보지 못하게 된 것들이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아동학대, 그리고 동물 학대. 아니 꼭 학대까지가 아니더라고 아이들이나 동물들이 그렁그렁 눈물 맺힌 장면은 보기 힘겹다. 울부짖는 아이보다 미쳐버릴 것 같은 얼굴은 억지로 눈물을 참는 얼굴이다. 동물 역시 그러하다. 이 책을 읽기 전, 내가 두려웠던 이유가 그거다. 과연 나는 이 책을 눈물 없이 읽어낼 수 있을까 하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는 울기도 하고, 마음을 다잡기도 하며 이 책을 읽었다. 동물을 이야기하는 어느 수의사의 이야기인데 나는 이 책에서 상처받은 아이를, 누군가의 손을 기다리는 아이를 만난 기분이다. 

 

읽기 어려운 책은 전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술술 읽힌다. 문장은 또 어찌나 감각적인지 어떤 문장은 깜짝 놀랄 만큼 섬세한 감정을 담고 있다. 그런데도 내가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은, 나이를 먹어가서 배운 것인지 엄마라서 배운 것인지 알 수 없는 무게 덕분이다. 생명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누군가를 돌보는 마음에는 얼마나 많은 감정이 들어있는지를 배웠기 때문이다. 반려동물과 아이를 같은 선상에 놓았다고 욕할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나 적어도 아이를 키우는 사람의 마음이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의 마음은 같아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둘 다 귀한 생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생명의 존엄을 존중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동물들이 떠올라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어른으로서 미안하고 부끄럽다는 감정을 또 한 번 느낀다. 

 

아이를 향한 사랑을 이입해 이 책을 읽은 내가 무지한지 모르겠다. 반려동물에 맞는 다른 감정이 필요한 건지도. 그러나 무식한 나 역시 이런 묵직한 마음이 되어 생각이 많아지는 것을 보면, 나보다 훨씬 지성인일 많은 분께도 이런 울림을 주리라 생각해본다.

 

물론 저자가 말한 비윤리적인 행태가 짧은 시일 내에 개선될 수 있을지에서는 부정적 견해가 먼저 든다. 우리는 동물과 더불어 살면서도, 우리를 늘 그 위에 얹지 않는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아끼는 것을 법으로 정해두어야 하는 현실에 입이 쓰다. 그러면서도 '생명의 존엄'을 모르는 이들을 위해 '호된 방망이'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너무 슬프다. 

 

나는 '겁'과 다양한 '알레르기 반응'이 동시에 있는 사람이라 반려동물을 쉬이 키우지는 못하겠지만(엄마가 되며 '책임의 무게' 또한 배운 터라 더더욱) 작가의 한마디는 오래오래 마음에 남을 것 같다. “우리가 반려동물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함께 사는 동물을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존재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니까. (p.119)”라는 말 말이다. 아이를 키우며 노력하고 공부를 하듯, 생명체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에 버금가는 마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 읽기였다. 

 

우리의 하루하루가 쌓여 일주일이 되고, 일 년이 되듯- 보다 성숙한 반려문화, 성숙한 반려동물 입양문화 등이 하루빨리 사회에 자리 잡기를 간절히 바라보며. 또,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고귀한 생명체라는 존엄은 변치 않음을 늘 잊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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