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능동적
노연경 지음 / 필름(Feelm)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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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감상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다.

자유도, 사랑도, 우정도,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소소한 감정들도 모두 감상에서 나온다. 사전에서의 미하는 대로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감과 기쁨을 느끼는 것이 행복이라면, 행복 역시 감상에서 나온다. 느낄 수 없다면,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 느낄 수만 있다면, 나는 이미 다 가진 사람이다. (p.91)

 

 

오늘 오랜만에, 절친과 통화를 했다. 사는 이야기부터 일 이야기, 요즘 하는 운동 이야기 등을 실컷 하다가 문득 그 사람이 나에게 “너는 역시 뭘 하든 행복한 사람이다. 너는 참 작은 것도 고맙고, 참 작은 것도 발견하는 사람이니까”라는 말을 해서 고마웠다. 점심시간 매일 밥을 같이 먹는 동료가 “역시 성선설”이라며 나를 심성 자체가 착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또 고마웠다. 보고서에 쓸 자료를 검색하는데, 다른 동료가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또 고마웠다. 택배로 곤란한 상황이 되었을 때, 친구에게 물으니 자기 일처럼 적극적으로 물류센터 상황과 주소까지 알아봐 주었다. 또 고마워졌다. 그리고 이렇게 적고 보니 고마운 사람이 여럿이라 행복한 하루였던 것 같다. 이렇듯 정말, 『행복은 능동적』이다.

 

노연경 작가님의 『행복은 능동적』안에는 이렇게 우리 일상 속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수많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사십여 개의 에피소드, 짤막짤막한 에세이인데 페이지 군데군데 찡해지는 포인트들이 숨어있다. 처음 내 마음에 닿은 문장은 “좋아하는 것들로 내 일상을 채우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p.30)”였다. 나 역시 하루를 부지런히 쪼개어 쓰는 사람인데, 15년가량의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지치지 않은 노하우는 부지런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온 까닭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처럼 책에 풍덩 빠져 사는 작가님의 모습에서 동료의식과 함께 “그래 맞아”하는 긍정의 기운을 느끼며 나 역시 좋아하는 것들을 더 알차게 사랑하리라 생각했다. 

 

“아름다운 곳에 와서야 행복해지길 바랄 게 아니었다(p.80)”라는 말도 마치 처음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던 문장처럼 펼치자마자 내게 다가왔다. 나는 원래도 쉬이 행복해지는 사람이었는데, 요즘에 와서 조금 더 그렇다. (그러려고 꽤 노력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던 일인데, 마음 하나 바꾸면 더 쉽게 행복해진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점점 더 쉽더라. 세상에서 나를 바꾸는 게 가장 쉬운 일임을 이제야 배운 나지만, 『행복은 능동적』을 읽는 내내 여러 번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처음엔 잘 넘어지는 법을 배우는 거야(p.182)”를 읽으면서는 나의 삶도 삶이지만, 아이를 위해서도 이 문장을 잊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다. 돌아보면 나는 너무 좋은 부모님 밑에서 잘 자랐지만, 노심초사가 습관이신 분들이었기에 나는 독립성이 다소 떨어지는 아이였다. 그래서 종종 만나는 좌절에 쉽게 부서지고 주저앉았던 것 같다. 물론 호되게 주저앉으며 이내 단단해지는 법을 배우기는 했지만, 아이에게 조금 더 잘 넘어지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는 보호자, 아이가 스스로 일어서길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생각했다. 

 

『행복은 능동적』은 마치 노란 해바라기처럼, 스마일마크처럼 긍정이 가득 묻어나는 책이다. 작고 얇아 금방 읽을 수 있는 분량이지만, 책의 가벼움과 달리 묵직하고 단단한 긍정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두려운 마음이 먼저 드는 이들이,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고 묵직한 위로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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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루코와 루이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윤은혜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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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어요. 나는 이제부터 살아갈게요.

그렇게 데루코는 슈트케이스를 끌고 39년간 살아온 그 집을, 아니 45년에 이르는 도시로와의 결혼생활을 박차고 나왔다. (P.16) 

 

 

사실 일본문학을 그닥 즐기지 않는다. 일본문학 특유의 친절함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진달까. 물론 이렇게 말하면서도 유명한 일본문학들을 줄줄이 읽어온 것은 '안 비밀'이다. 하지만, 그동안 읽은 일본 소설 중에 가장 좋았다고 말할 소설을 하나 만났다. 『데루코와 루이』. 이것은 평소 즐겨읽는 추리소설도 아니고, 판타지도 로맨스도 아니다. 심지어 두 명의 노인이 주인공이다. 일흔살의 그녀들, 『데루코와 루이』. 

 

『데루코와 루이』는 스스로를 우선 순위에 두지 못하고 살아온 여느 여자들같다. 데루코는 그럴듯한 '사모님'처럼 보이지만 남편은 퇴직금계좌를 애인의 이니셜로 설정해두는 사람이었고, 데루코는 그럴듯한 부부의 모습을 스스로 연기하고 가두며 살아왔다. 루이는 화려한 싱글이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결국 실버타운에 사는 외로운 사람이었을 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루이가 데루코에게 “도와줘”라고 말하는 순간, 데루코의 마음에 어떤 불씨가 생긴다. 결국 그들은 남의 별장에 몰래 숨어들어 자신들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 

 

 

일흔이라니. 연금수령이 가능한 나이고, 실버타운에 입주할 정도의 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게 뭐 어때서. 루이는 생각했다. 나이가 일혼이라도 실버타운을 때려치울 수 있고, 45년에 달하는 결혼 생활이라 해도 끝장낼 수 있는 법이다. 그 정도로 우린 살아가려는 열의로 가득하다. 10대나 20대 젊은이들보다 오히려 더 뜨거울지도 모른다. (P.56) 

 

뜬금없지만 나는 이 대목에서 눈물이 좀 났다. 화려한 솔로로 살아온 루이도 그럴듯한 가정을 누리며 살아온 듯한 데루코가 스스로의 과거를 박차고 나간 장면이라서였을까. 나 역시도 억누르고 살아온 시간때문이었을까. 『데루코와 루이』는 그런 책이었다. 한 장 한 장 공감하고, 울고 웃으며 읽는 책. 

 

책을 읽으며 『데루코와 루이』의 모습을 상상하곤 했는데, 후에 돌아보니 그 과정도 나에게는 치유의 순간이기도 했다. 데루코는 반짝이는 눈이 먼저 떠올랐다. 점잖은 이미지면서도 드라이버 하나로 남의 별장을 훔질수 있는(!) 강단을 가진 사람. 지나가는 이들에게서 상상력을 발휘하고 무엇인가를 떠올리며 살 수 있는 사람. 그런 상상력이 결국 누군가의 에너지가 되고, 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가진 소소한 능력들도 반짝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루이 역시 화려한 이면 사이 섬세한 영혼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런 모습들이 각자의 삶, 모두의 인생마다 다른 포인트가 있음을 기억하게 했던 것 같다. 

 

『데루코와 루이』를 읽는 내내 나는 사람의 삶이 언제까지 반짝일 수 있는지를 생각했다. 그리고 “본인이 원한다면, 언제나”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데루코와 루이』는 단순히 소설이 아닌,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 고마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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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의독백 - 발견, 영감 그리고
임승원 지음 / 필름(Feelm)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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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려고 하지 말자!" 마치 청소년 힐링 토크쇼 같은 물렁물렁한 콘텐츠에서 들을 법한 말이다. 뮬러 터진 경쟁자들을 현재에 안주하게 해서 경쟁 구도에서 제하기에 아주 좋은 말이기도 하다. 

완벽함을 지양하는 건, 두가지 면에서 아주 좋다. 

1. 완벽한 결과물을 만드는 게 당연히 좋지만, 완벽에 집착하다 보면 시작조차 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 2.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때로 개성이기 때문이고 개성은 경쟁에서 아주 좋은 무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완벽을 지양하는 동시에, 완성을 지향해야 한다. 결과가 나쁘든 말든 끝을 지어서 그것을 하나의 지워지지 않는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p.133)

 

 

발견, 영감 그리고 원의 독백』이라는 책을 처음 만났을 때 내 첫 느낌은 “무슨 책이 이렇게 빨개”였다. 책을 많이 읽는 편인데도 이렇게 빨갛고, 작은 책이라니. 뭔가 낯설었다. 무척이나 긴 제목에 책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보기도 했고. 하지만 『발견, 영감 그리고 원의 독백』을 몇 장 넘기며 나는 깨달았다. 이 책은 책의 정체성이 아닌, 임승원(일명 원)의 정체성을 찾는 책이구나 하고. 어떤 면에서는 일기장같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관찰일지같기도 한 이 책은 작가가 사물이나 상황을 치밀하게 기록한 흔적들이다. 

 

책의 첫장에서부터 자신은 INFP이고 ADHD자기진단을 만점받은 사람이라고, 그러니 이 책을 담숨에 읽으려고 하지는 말라 적어놓은 『발견, 영감 그리고 원의 독백』이었기에, 나도 식탁에 두고 오며가며 읽었다. 다른 책을 읽다가 몇 장- 필사를 하다가 몇 장- 밥이 다 되기를 기다리며 몇 장. 그렇게 읽다보니 어느새 다 읽었더라. 어떤 페이지는 그저 가볍게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며 넘겼고 어떤 페이지는 '이렇게도 느낄 수 있구나'하며 신기했다. 어떤 페이지는 '맞아, 나도 이런 적 있어'하며 공감했고, 어떤 페이지는 '뭐야, 이거 내 마음이야?'하며 흠칫 놀라기도 했다. 멋지단 생각을 한 것은 성인이 된 후 매년 스스로의 생일에 와인을 샀단 것. 물론 어떤 이는 이 부분에서 허세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나를 사랑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기에 치즈를 사지 못했던 그 시절의 그에게 치즈를 대신 사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돌아보면 긴 세월, 직장생활을 유지했던 원동력은 진급이나 성과, 인정이 아닌 매 월급날마다 스스로에게 선물한 사소한 것들이었다.  

 

아마 이 책을 만나는 독자들은 모두 이런 감정을 느끼리라. 물론 놀라움과 의아함, 공감을 느낄 페이지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분명 어느 페이지에서는 공감을, 어느 페이지에서는 다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공감도 하고, 반대의견을 가져보기도 하며 스스로를 조금 더 아는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다. “음, 나도 이렇게 생각해.”, “아니야, 이건 나랑 다른 걸”하면서 말이다. 

 

아. 책의 가이드에 지저분하게 줄도 긋고, 생각나는 것을 끼적이기도 하라고 적혀있지만, 나의 독서스타일과 너무 달라 작가의 말을 잘 듣지는 못했다. 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충분히 공감하고, 나에 대해 생각하기도 했음은 알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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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파서블 크리처스 : 하늘을 나는 소녀와 신비한 동물들
캐서린 런델 지음, 김원종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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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말에는 모든 걸 바꾸는 힘이 있다. 

이를테면 흔히들 '사랑해', '네가 싫어', '아이가 생겼어', '나 죽을 것 같아', '안타깝지만 이 나라는 지금 전쟁 중이야' 등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크나큰 혼란과 경이로움을 단번에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말은 이것이다. “부탁인데, 나 좀 도와줄 수 있어?"(p.84) 

 

 

여기 어딜 가든 동물들이 모여드는 아이가 있다. 아빠와 둘이 살던 이 아이는 어딜 가든 동물들이 몰려들어 “이상한 아이”취급을 받는다. 하긴, 축구나 수영경기 중에 동물들이 난입해 경기가 중단되고, 어깨에 새들이 날아들면 평범한 삶을 살기는 어려울 터. 그러다 이 아이는 할아버지의 집에 가서 살게 되고, 도저히 현실세계의 동물이라고 볼 수 없는 것들도 아이를 찾아온다. 

 

아! 하늘을 나는 아이도 있다. 떠돌이 예언자가 갓 태어난 아이에게 비행코트를 주고는 사라져버렸다. 마을사람들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 비웃었지만, 팔을 네번이나 걷어올린 코트를 입고 스스로 하늘을 나는 법을 배운 이 아아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 혼자였고, 살인자에게 쫓기기까지 한다. 

 

“해리포터”는 진즉부터 소문날만큼 좋아했고, “반지의 제왕”이나 “신비한 동물사전”, “피마새” 등의 판타지소설도 빠지지 않고 읽은 편이기에(둘다 좋지만 굳이 따지자면 로맨스보다 판타지파다) 『임파서블 크리처스』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호기심이;왕성히 일었다. 얼마나 재미있기에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뒤를 잇는단 말인가 싶어졌기 때문! 사실 초반에 두개의 세계관이 따로 등장할 때에는 어느 쪽이 더 신비한 쪽인지 판단하느라 이야기에 풍덩 빠져들지 못했다. 그러다 그리핀을 고향으로 보내주고자 비밀의 언덕을 찾았다가 드디어! 두 아이가 만나며 하나의 세계관으로 합쳐질 때,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빠져들었다.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점쟁이와 스핑크스에게서부터 '불멸자'가 모든 기억이 사라지는 물약을 먹은 이야기가 등장하는 부분이었다. 분명 이 아이들 중 불멸자가 있을텐데 둘 중 누구일 것이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시 기억을 되돌리는 약을 먹어야 할 텐데, 너무 가혹하지 않나 등의 온갖 상상이 떠올랐다. 그러면서도 멜과 크리스토퍼가 정점을 향해 나아가는 풍경묘사에서 눈을 뗄 수 없었고, 에라토를 만나 물약을 마시는 순간까지 손에 땀을 쥐며 이야기에 몰두했다. (만약 이 책이 영화화된다면, 바로 이 장면이 클라이막스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모든 이야기에서는 선과 악이 존재하고, 언제나 그렇듯 나쁜놈이 존재한다. 『임파서블 크리처스』의 한가지 아쉬운 점은 악마의 등장이 다소 극적이지 않은 느낌이었다는 점이었지만, 이야기의 유기성을 생각하자면 가장 완벽한 배신(?)이자 극적인 등장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임파서블 크리처스』는 '신비한 동물사전'처럼, 다양한 동물들과 그에 연결된 상상력을 만날 수 있었고, '해리포터'에서처럼 극적인 서사도 만날 수 있었다. '반지의 제왕'같은 모험도 있었고. 그래서 『임파서블 크리처스』을 영화관에서 만날 날이 기다려진다. 판타지 영화의 대가들이 멜처럼, 나에게 말해주면 좋겠다. 

“그래, 알았어. 그래,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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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생각
박상재 지음, 김현정 그림 / 샘터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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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제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면

비단 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아마 많은 분이 가사만으로도 노래를 따라불렀으리라 생각한다. 최순애 시인의 『오빠 생각』에 박태준 작곡가님이 구슬픈 장단을 붙여, 뜻도 모를 꼬마들의 눈물을 꽤 훔쳤을 동요, 『오빠 생각』. 이 시는 어느새 탄생 100주년이 되어, 노래비도 생긴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았는지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시에 등장하는 “오빠”가 누구인지 생각해본 일 있나.

 

『오빠 생각』의 주인공인 오빠는 소파 방정환 선생님과 함께 어린이 운동을 펼치고, “개벽”, “소년”, “어인이”등의 잡지에 세계명작을 번안하고 연재하던 편집가 최신복이다. 오빠를 기다리던 소녀 순이는 최순애 시인으로, “오빠 생각”의 작사가이자, 『고향의 봄』을 쓰신 이원수 작사가님의 부인이기도 하니, 그야말로 온 집안이 어린이를 위해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이 멋진 이야기를 그림책에서 다시 태어나게 해준 작품이 있어 소개해보고자 한다. 

그 작품은 바로, 샘터의 신간 『오빠 생각』.

 

가랑비에 옷 젖듯, 그림에 젖어 들게 하는 김현정 작가님, 그리고 수많은 아동문학상을 수상하신 박상재 작가님의 숨결로 다시 태어난 『오빠 생각』은 최순애 시인의 『오빠 생각』을 모티브로 하여, 그녀가 살아온 아름다운 장소, 가족의 사랑을 멋진 이야기다. 마치 서당에서 사용했을 듯한 제본의 책 모양부터 눈부시게 아름다운 표지까지, 시작부터 독자들의 마음을 온통 앗아간다..

 

『오빠 생각』노래 자체도 너무 아름답지만, 그림책 『오빠 생각』은 그 아름다움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 준다. 김현정 작가님의 그림은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정말 꽃이 흩날리고 구름이 흘러가기라도 하는 듯 아름다워서 한참을 넋을 놓고 감상했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그림체는 무엇이라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나도 모르게 그림책에 풍덩 빠져 같이 거닐고 싶어진다. 

 

더불어 『오빠 생각』의 내용도 어찌나 알찬지. 순이를 통하여 듣는 아름다운 장소들, 오빠에 대한 그리움, 가족의 사랑은 내가 사는 곳에 대한 애정, 가족에 대한 사랑을 더욱 깊게 만들어 준다. 북쪽 하늘에서 날아오는 기러기를 보며 눈물이 고이는 순이의 이야기에서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나이와 상관없이 그리움이 얼마나 사무치는 감정인지를 배운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요보다 동요를 많이 듣기는 하지만, 『오빠 생각』를 읽고 나서 동요를 들으니 그 가사가 더 아름답게 느껴지더라. 특히 어려운 시절에 쓰인 노래들을 찬찬히 불러보니 그 시절의 동요들은 노래 그 이상이 아니었을까 싶어지기도 하고. 

『오빠 생각』은 그런 책이다. 익숙한 노래로부터 다양한 감정과 사랑, 감동을 하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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