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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의 낱말들 - 아름다운 낱말 하나를 얻는 순간 세계는 곱절로 선명해진다
박완서 지음, 호원숙 엮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9월
평점 :
생급스럽다 [형용사]
하는 일이나 행동 따위가 뜻밖이고 갑작스럽다.
그의 이런 이중성은 양면이 다 섬뜩하도록 싱싱했다. 시간이 지난 지금이니까 싱싱하다고 할 수 있지 당시로선 생급스러운 조야함이었다. 세련되지 못한 촌스러움이었다.
-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2] p.186
박완서선생님의 어떤 책을 읽을 때었나. 낯선 단어를 찾아 사전을 뒤적이던 내게 누군가 말했다. 단어를 찾으면서까지 읽고 싶냐고. 그때 내가 한 대답이 뭐였는지는 기억나지않으나, 나는 그 단어들을 일상에서도 쓰고싶어 꽤나 안달이 났던 것같다. 그런 내게 찾아온 『박완서의 낱말들』.
더욱이 『박완서의 낱말들』을 꺼내어낸 이가 그녀의 맏딸 호원숙 작가님이라니. 누구의 눈보다 애정이 담겨있을 게 분명해 궁금함에 마음이 달았다.
아이를 성당 교리반에 데려다주고 혼자 공원에 앉아 『박완서의 낱말들』을 꺼내들었다. 분명 그녀의 책을 거의 다 읽었음에도 여전히 낯선 단어도 있었고, 사전에서 찾아보았던 단어도 있었다. 그렇게 나는 쿠키상자에서 이것저것 골라먹듯, 그녀의 단어들을 천천히 음미했다.
『박완서의 낱말들』은 자연을 닮은 말,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말, 삶을 일구는 말, 마음이 하는 말, 사람을 읽늗 말 등으로 이루어져있다. 이 낱말들을 일상에서 쓰며 어머니의 음성이 생각나 사무치게 그리워졌단 말처럼, 나역시 더는 그녀의 새 문장을, 새 단어를 만날 수 없단 생각에 마음이 허전해진다. 아무래도 이런 단어를 세상에 다시 풀어내는 작가님이 다신 없을 것같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느긋하게 공원에 앉아 『박완서의 낱말들』을 읽으며, 우리의 아름다운 단어들이 세상에 더 많이 사용되기를, 우리 입에서 우리 귀로 전파되는, 그래서 마음에도 닿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