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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도시락 편지 - 매일 혼자 점심 먹는 왕따 딸을 살린 기적의 편지
크리스 얀들 지음, 최지영 옮김 / 이야기장수 / 2026년 5월
평점 :

그 아이는 아름답다. 동생한테 얼마나 자주 소리를 지르든, 그 애는 여전히 친절하다. 아이의 가족은 아이를 사랑하고 열렬히
흠모한다. 그 아이는 그 자체로 충분하다. 내 아이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애디슨이 뭔가를 잘하지 못한다고 말할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아빠만은 뭐든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는 걸 아이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매일
아이의 마음에 그 믿음이 새겨지도록 노력한다. 너는 그 자체로 충분하단다. (p.97)
최근 아이는 한 친구로 인해 마음고생을 좀 했다. 본인이 같이 놀자고
해놓고 다른 아이가 나타나면 “우리는 둘이서 놀 거야” 등의
발언을 하며 다른 아이를 데리고 구석으로 가버리는 것. 처음 한두번은 오해라고 생각했다지만, 그게 몇 번 반복되자 “엄마가 있는 데서만 나에게 친절해” 라며 무척이나 속상해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써준 편지처럼 ‘그냥 지나가는 친구’로 흘려보내기로 했어.”라며 덤덤히 이겨내더라. 어른인 나조차 내 아이의 일이 되니 덤덤히 지나지 못했는데, 아이는
“그건 진짜 우정이 아니라고 생각해”란 말로 덤덤히 지나가더라. 또 한번, 아이의 모든 순간을 대신 겪어줄 수 없지만, 지지해주는 게 아이의 마음을 키우는 일임을 깨닫게 되었다.
사실은 나 역시도 마음에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우연인지 그 역시 4학년 아이에게 쓴 편지 백여 편을 엮은 『아빠의 도시락 편지』를 읽으며, 아이가
이겨낸 시간, 아이를 지켜본 시간 등을 배우고, 생각하고, 내 방법대로 소화하는 과정을 겪을 수 있었다.
말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어려운 딸 애디와, 직장을 잃고 스스로
생각했던 이상적인 아빠의 모습을 잃어버린 아빠는,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살아내고, 참아내고, 이겨내고 있었다. 어떤
때에는 단 두줄, 어떤 때에는 또 조금 더 긴 쪽지들. 그리고
그 쪽지 옆, 차분하게 정리된 문장들이 마음을 툭툭 두드렸다. “우리가
끼고 싶은 어떤 무리의 압력에 휘둘리는 게 얼마나 쉬운 일인지 안다. 나는 내 딸이 강한 의지로, 그것에 쉽게 동의하거나 항복하지 않길 바란다. 친구가 뭔가를 한다고
나도 따라할 필요는 없다. 때로 좋은 우정이란 모두가 맞다고 할 때 아니라고 말해주는 용기이다. (p.40)”는 문장을 읽으며 나 역시 그런 유혹 들에서 초연할 수 있기를,
아이에게 그렇게 해도 된다고 말해줄 수 있기를 바랐다.
마음만 먹으면 단숨에 읽을 수 있을 만큼 쉬운 문장들과 쉬이 읽히는 내용이 가득했다. 그럼에도 나는 그 편지를 꺼내어 읽으며 도시락을 먹는 애디처럼 천천히 이 책을 읽었다. 내 아이에게도 이런 사랑을 꼭꼭 소화시켜 전달해주고 싶어서. 더
큰 영양과 사랑을 담아 전달해주고 싶어서.
요즈음, 조금 더 나은 엄마가 되려고 아등바등해왔던 것 같다. 그러나 문득, 『아빠의 도시락 편지』를 읽으며 완벽한 엄마가 되기보다는
그저 아이를 더 사랑하는 조금 부족한 엄마로 남아도 되리라 생각해본다. 인생의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견디는
순간순간, 그저 옆에 있어주는 엄마로 충분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아빠의 도시락 편지』는 세상의 모든 이들을 애디처럼, 다시 사랑할 힘을 내게 해주는 따뜻함을
가진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