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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닮은 목소리 - 소프라노 고민지의 융합보컬 에세이
고민지 지음 / 담다 / 2026년 5월
평점 :

타인의 삶이 낸 정직한 소리에 각자의 생을 비춰 보는 시간. 그 귀한
여백을 깨뜨리고 싶지 않아 나는 한동안 시계조차 보지 않았다. 그 순간만큼은 우리 모두 '누구의 엄마'나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닌, 그저 숨 쉬는 존재 자체로 포개져
있었다 (p.39)
노래의 박자는 단순한 음악 규칙이 아니다. 이는 그 사람이 하루를
살아 내는 태도, 즉 삶의 보폭'이 소리 로 새겨지는 자리다. (p.83)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저, 한 소프라노의 시간을 담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음을 닮은 목소리』라는 제목 뒤에 「소프라노 고민지의 융합보컬 에세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듯, 이 책은 한 성악가의 음악 이야기라기보다는 13년이라는
시간동안 현장에서 사람들을 바라보고 기록한 이야기라는 게 더 적합하겠다. 처음에는 발성을 살피며 타인의
마음을, 삶을 살핀다는 말이 무척 낯설게 느껴졌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누군가의 목소리도 그 사람의 표정이나 문장처럼, 그 사람을 담고 있구나 하고 느끼게 되더라.
사실 우린, 무척 특이한 목소리를 제외하고는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냥 “그 사람 목소리”정도라고
생각하지, 그 목소리가 그 사람을 닮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딱히 없던 것 같다. 그런데 『마음을 닮은 목소리』를 읽는 내내 나는 내 목소리와 닮아있나, 싶어졌다. 숨을 쉬는 것이 생존이듯, 숨에는,
또 목소리에는 나의 상태가 그대로 묻어날 수 있음에 놀라움을 느꼈다가 다시 긴장하면 목소리가 떨리고 편할 땐 다소 낮은 음이 되는
것을 깨닫고나서야 사실 목소리가 우리 그 자체임을 그저 느끼지 못했을 뿐임을 알게 되었다.
저자도 한 때는 완벽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기술에 집중했으나 점점 목소리의 주인공들을 살피게 되었다고 한다. 가장 기술적으로 소리를 내는 사람이, 소리가 아닌 소리 너머의 곳을
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을까. 또 얼마나 많은 마음을 담았을까. 그래서 나는 『마음을 닮은 목소리』가 더 진솔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또
숨 쉬는 것에 숨이 목소리를 어떻게 만들어내고, 그게 우리를 어떻게 담아내는지 등에 대해 처음 생각해보며, 나에 대해 조금 집중해볼 수 있어 좋았다.
또 그렇게 숨에 집중해보며, 저자 역시 시간이 유독 느리게 흐르는
외로운 시간, 스스로의 숨이나 목소리를 문득 곱씹어보지는 않았을까 싶어졌다. 그 시간들을 잘 견뎌냈기에, 그 목소리 뒤의 사람들을 볼 수 있게
된 것이겠지. 그래서 『마음을 닮은 목소리』에 담긴 이야기들은 더욱 깊게 다가왔다.
우리가 하루에도 수없이 사용하는 목소리지만, 나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본
적 없는 사람이라면 이번 기회를 통해 내가 어느 순간 빠르게 말하는지, 내 마음이 어느 때 긴장하고
기뻐하는지를 천천히 느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