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피터팬 - 중증자폐인 아들을 두고 떠나는 시한부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
전경철 지음 / 이야기장수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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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제가 오른 계단의 끝에, 가장 큰 숙제가 남아 있습니다. 저는 곰나루의 웅녀처럼, 짙푸른 상실의 미드나잇 블루에 잠기지 않겠습니다. 제 아들이 그랬던 것처럼, 다시는 이 땅에 너무 힘겹게 버터야 할 피터팬이 없게 하는 꿈. 더는 이 땅에 그 고단함에 지쳐, 자식과 자신을 포기하는 부모가 없어야 하는 소명. 아들이 빈자리 대신, 제게 남겨준 큰 과제입니다. 제가 찾아야 할, 눈 시리게 푸른 스카이 블루의 청산입니다.

제게는 아직 2026년이 온전히 필요합니다.(p.241)

 

사실, 이 책을 울지 않고 읽을 자신은 처음부터 없었다. 회사에서는 '쌉T'여도 책앞에선 언제나 넘치는 F인 내가, 특히 아이의 이야기를 기록한 이 책을 어찌 울지 않고 베기려나. 그렇게 『안녕, 피터팬』은 처음부터 울려고 붙잡은 책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마냥 눈물을 흘리게 하는 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울지 않았다는 말도 아니다.) 작가의 유년부터 지금을 이루어온 하루하루들이 차곡차곡 담겨있다. 비온 뒤 굳고, 또 비가 오고, 또 다시 굳으며 단단해진 토대 위에 온 세상의 피터팬들이 단단히 서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소원도 담겨있다. 그래서 울면서도 전혀 서글프지는 않은, 그런 책이었던 것 같다.  

 

『실화탐사대』에서도 소개된 적 있는 중증자폐인 아들 제원씨, 이 피터팬을 두고 떠나야 하는 시한부아버지 전결철의 글을 모은 『안녕, 피터팬』은 세상에 혼자 남겨질 아들의 홀로서기를 절박하게 기록한 책이다. 사실 어느 부모가 혼자 남을 자식을 걱정하지 않겠냐만은, “자식보다 하루만 더 사는 것이 소원”이라는 장애가족의 마음을 감히 다 안다고 말할 수 없기에, 영원히 어른이 될 수 없는 아이를 두고 가야하는 그 마음을 한 줄 한 줄 읽으며 자꾸 울었고, 자꾸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책이었다. 

 

기대여명 6개월. 인생을 정리하기에 누구에게나 짧은 시간이겠지만, 그에게는 더욱 빠듯했으리라. 스물일곱, 사회성 발달연령은 두 살. 중증 자폐 아들이 머물 곳을 찾아야 하는 그는 참 간결하고 한결같은 답을 받아왔다. “입소불가”. 사실 이것은 극단적 한 예일뿐, 수많은 장애인가족들이 거의 매일같이 겪어온 현실이라고 한다. 어린이집에서부터 학교, 사회에 이르기까지 어느 문턱하나 낮은 것이 없다. 그래서 이 책은 장애인가족의 냉혹한 현실 기록이자, 세상을 향한 노크다. 너무 유쾌해서 더 속이 상해지는 그의 문장을 통해 수많은 거절을 대리경험하고, 세상의 수많은 피터팬들이 겪어야 할 세상의 문턱에 좌절을 느낀다. 여전히 시대를 따라오지 못한 장애인들의 현실과 복지의 사각지대, 우리의 서늘한 시선, 부모의 무거운 책임 등에 대해 여러번 생각하게 했고, 부모로서의 공감과 어른으로서의 책임감 등을 깊이 고민하게 했다. 

 

우리가 대충 흘려보냈을지도 모르는 2026년의 어느 하루는, 작가님이 간절히 바라는 시간이다. 자신의 묘비명이 “1962 生 - 2027 卒”이길 바란다는 문장이 흐릿해진다. 그럼에도 주저앉기보다는 다시 힘을 내는 모습을 보며, 과연 그가 받은 성소는 무엇일지 생각해보았다. 자신의 아들은 이제 살아갈 곳을 찾았지만, 여전히 네버랜드를 찾아헤메는 수많은 피터팬들, 중증폐인들을 위해 피터팬 마을과 피터팬재단 발족을 목표하는 작가님이, 정말 2026년을 온전히 살아내셨으면 좋겠다. 아니, 이왕이면 그보다는 또 조금 더, 긴 시간을 허락하시면 좋겠다.  

 

부디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함께 마음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그저 『안녕, 피터팬』를 사서 읽기만해도 네버랜드의 벽돌을 보탤 수 있으니, 당신도 꼭 벽돌 한 장 함께 얹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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