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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한정판)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5월
평점 :

거울은 자만의 제조기이며 동시에 소독기이다. 화려함을 쫓는 허영심으로 대하면 거울만큼 어리석은 자를 선동하는 도구도 없다. 예로부터 자신을 과신하여 오히려 자신을 해치고 타인에게 피해를 준 사건의 3분의 2는 대개 거울의 짓이었다. (...) 하지만 자신에게 넌더리가 나거나 자아가 위축되었을 때 거울을 보는 것만늠 약이 되는 일도 없다. 자신의 아름다움과 추함이 명백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p.365)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모르는 사람은 그닥 없을 것이다. 출간된지 100년도 더 지났지만, 여전히 인간의 본성과 허세, 사회의 모순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고전으로 손꼽히지 않나. 나 역시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도, 열린책들에서 무척이나 예쁜 얼굴로 다시 태어난 지금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으며 이 풍자의 시선에 놀라고 날카로운 통찰력에 감탄한다. 100번쯤 다시 태어나도 이런 문장을 쓰지 못할 것 같아진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고양이를 통해 지식인 사회의 허위와 위선을 풍자하는 작품이다. 당시에도 메이지 시대의 급격한 서구화로 겉모습만 달라진 지식인의 모습을 날카롭게 담아냈는데, 100년이 지난 지금에도 sns 속에만 존재하는 사람들, 점점 심해져가는 사회적 문제들에도 깨달음을 준다는 생각이 든다. 고양이라는 시선을 통해 담아낸 풍자는, 인간의 욕망이나 허영, 무능함을 더 낱낱히 느끼게 하는데, 이런 구조가 현대인들에게는 더 큰 공감을 만들어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때로 속해있고, 때때로 속하지 못한채(혹은 않은 채) 살고 있는 우리들이기에 우리가 고양이의 시선이 되기도 하고, 인간의 모습이 되기도 하며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었던 것 같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지식인이지만, 허영이나 무능함 지니고 있다. 이런 모습들에서 어쩌면 이들를 관찰하는 고양이는 사실 우리내면 깊은 곳에숨겨진 "성찰"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고양이의 눈을 통해 표현하고 있기는 하나, 사실은 '나'는 어떤 모습인가를 자꾸만 떠올려보게 되더라.
처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을 때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처음에는 풍자에 집중했다면, 어느새 인간관계와 위선, 사회의 다양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긴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한 모습들에서 문득 한숨이 나왔다. 그 한숨 안에는 나는 위선떨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과 인간본성에 대해 반성하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단순히 인간을 비판하는 것으로 끝이 아닌, 인간 본연의 모습을 잘 다룬 덕분인지 또 다른 문장을, 또 다른 의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100년이 지난 책이지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여전히 우리에게 인간의 허영심과 사호의 부조리함을 날카롭게 이야기한다. 인간이 인간답기를 쉬이 포기하는 요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야말로 우리가 꼭 한번 읽어야 할 책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