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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의 바다 - 영혼의 일기
이해인 지음 / 가톨릭출판사 / 2026년 3월
평점 :

주님. 매일매일 되풀이되는 지극히 평범한 행위 안에서 즐거움을 찾으며 나아가는 사람이 되도록 도와주십시오.
우울이 얼마나 큰 병인지를 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하고 찬미하는 이의 모습이 결코 우울할 수 없다는 것도, 행복이란 우리가 손짓해 불러야 온다는 중국 속담처럼. 진정 그것은 우리가 창조해야할 일입니다. 우리의 시선이 때로 엉뚱한 곳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가장 가까이 숨어 있는 행복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P.83)
내가 시를 쓰는 꼬맹이였던 시절, 수녀님이신 고모가 이해인 수녀님의 『사랑할 땐 별이 되고』를 나에게 가져다 주셨었는데, 그 문장들을 읽으며 아름다움과 숭고함이 동시에 들어있는 문장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후부터는 나도 그런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 수녀님의 문장을 꽤나 읽고, 따라써왔던 것 같다. 그렇게 늘 기다리던 문장을, 가톨릭출판사의 신간, 이해인 수녀님의 묵상집 『해인의 바다』를 만났다.
『해인의 바다』는 제목처럼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가진 책이다. 바다가 늘 다른 모습을 가진 것처럼, 수녀님의 문장은 하나하나 다른 감상과, 깨달음을 주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수녀님의 문장을 읽으며 나도 기도하고, 묵상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졌던 것 같다.
언제나 그렇듯, 수녀님의 문장에는 소탈함이 가득하다. 화려한 미사여구보다 일상에서 담담하게 기록하는 문장들이라 더욱 수월하게 읽히고, 그러면서도 독자에게 전해주는 감동은 묵직했다. 하느님에 대한 사랑, 인간으로서 느끼는 연약함과 반성, 또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까지. 우리가 살면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과 깨달음을 다양하게 느낄 수 있어서 편안하게 읽었는데도 마음에 긴 여운을 남긴다. 수녀님께서 늘 민들레처럼 이웃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하셨던가. 그 기도가 내게도 닿아, 하느님에 대한 사랑을 또 생각해보게 되고, 내 모습이 누군가에게 하느님을 전하는 모습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하게 되기도 했다.
수녀님이시기도 하고, ‘시처럼 읽히는 기도, 혹은 기도처럼 읽히는 시’를 쓰시는 분이다보니 『해인의 바다』는 하느님에 대한 사랑이 깊이 베어나는 문장이 가득하지만,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이 가득하기도 하다. 가톨릭 신자라면 나처럼 더욱 공감할 문장들이 많을 것이고, 가톨릭이 아니라고해도 세상을 더 아름다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리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점은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의 순서로 편집되어, 성당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계절과 묵상을 배울 수 있는 점이었고, 아름다운 풍경이나 날씨 등에 대해서도 공감할 거리가 많아 두고두고 다시 만나고 싶은 문장들이 가득했다는 점이었다. (수녀님의 첫 책을 읽은지 어느새 30년이 되었는데 - 1997년에 따끈따끈했던 신간을 읽었다- 여전히 나는 수녀님처럼 아름다운 문장을 생각조차 못한다. 그래서 더욱 겸허이 기도하게 되고, 묵상하게 된다)
오늘 마음이 지쳐있거나, 조용한 응원이 필요한 분이라면 『해인의 바다』를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잔잔한 바다를 거닐듯 온 마음이 평온해짐을 느낄 수 있을테니 말이다. 부디, 수녀님께서 이 아름다운 '문장홀씨'를 더 많이 날리실 수 있도록 하느님께서 보살펴주시기를 기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