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폰네소스 전쟁사 (명화 수록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72
투퀴디데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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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간 낭비는 부당한 짓을 한 가해자에게만 유리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피해자의 분노가 잦아드는 까닭에, 피해를 당했을 때 바로 응징해야 가장 적절한 처벌을 할 수 있습니다. 나는 또한 누가 감히 미틸레네인이 우리에게 끼친 피해가 실은 우리에게 유익했으며. 우리가 화를 당하면 도리어 동맹국들에게 손해라고 주장할지 궁금합니다. 그런 사람은 틀림없이 둘 중 하나입니다. 자신의 말솜씨를 믿고 이미 만인이 다 아는 사실을 부정하려는 자이거나, 뇌물을 받고 그럴 듯한 말로 여러분을 현혹하려는 자입니다. 우리가 이처럼 서로 경쟁하면 결국 보상은 결국 다른 사람들이 차지하고 모든 위험은 여러분이 떠안게 됩니다. (p.279)



현대지성에서 나오는 "현대지성 클래식"을 무척 좋아한다. 문장이 담백하고 이어짐이 간결해, 어렵다고 느끼기 쉬운 고전을 한결 편안히 읽게 하기 때문에, 이미 우리집 책장에는 수십권의 초록고전들이 꽂혀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를 읽으며 그 깔끔함에 또 한번 감탄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신화를 걷어낸 최초의 역사서로 평가받는 작품으로, 고전과 전쟁사, 역사, 서양사 전반을 아우르는 통찰을 담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역사서를 좋아하는 편이라 욕심은 내고 있었으나 무척 깊다는 평을 읽고 미루기만 했었는데, 현대지성클래식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도전해보았던 것. 그리고 그 평가대로 단순히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의 전쟁사, 고전역사 뿐 아니라, 인간의 본성과 정치 등을 깊이 다루고 있어서, 현대의 정치, 국제관계 등까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쉬운 책은 아니었으나, 600개가 넘는 치밀한 주석과 다양한 명화가 포함되어 있어서 27년이라는 긴 역사를 읽는데에 많은 도움을 얻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투키디데스는 전쟁을 단순한 충돌이 아닌 정치나 권력의 산물로 표현한다. 물론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아네테와 스파르티의 충돌을 남긴 전쟁사 기록이기는 하지만, 아네테의 팽창주의와 스파르타의 보수성 유지 욕구가 충돌하는 전쟁사를 기록한 단순한 전투 묘사에 그치지 않고 정치적인 과정과 사회적인 긴장감, 또 이로 인해 볼 수 있는 인간의 보편적인 모습과 인간의 본성, 권력의 본질 등까지 널리다루고 있다. 실제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전쟁사의 치밀한 기록으로서도 깊은 의미를 가지지만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고전역사서로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하는데,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이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드러내고, 권력이나 이익을 둘러싼 싸움이 어떻게 사회를 붕괴시키는지 치밀히 보여줌을 느꼈다. 개인의 두려움이나 이익에 대한 욕구 등이 개인을 넘어 국가까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읽으며, 오늘날에도 변하지 않는 여러 양상들을 볼 수 있음이 놀랍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역사나 고전을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그때의 기록이 현대에서도 정치적 맥락이나 흐름을 이해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이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읽는 내내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를 여러번 떠올리기도 했다. 지금도 지구 한편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고, 우리 역시 총과 칼이 오가지 않을 뿐 언제나 아슬아슬함을 이어가며 살지 않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통해 전쟁사에서 오늘날의 전쟁을, 고전 역사에서 오늘날의 모습들을 느꼈다.  아테네를 휩쓸었던 전염병이 사회의 질서와 도덕을 붕괴시키는 모습에서도 우리 모두를 마스크 지옥에 살게 했던 시절이 떠올랐고,  유명한 문장인 "강자는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약자는 감내할 수 밖에 없다"는 문장에서 힘과 정의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 외에도 전쟁이 인간 사회의 붕괴, 정서적 학대, 정치적 왜곡 등을 만들어감은 여전한 것 같아 마음이 쓰렸다. 이렇듯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전쟁사를 통해 인간 본성을 성찰해보기도 하고, 고대에서 현대에까지 이어지는 통찰을 얻을 수도 있는 책이다. 물론 전쟁사의 기록이라는 측면에서도 치밀하고 깊은 책임은 당연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고전역사를 바탕으로 오늘날의 정치, 인간의 모습,  불신의 사회 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어렵더라도, 꼭 한번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만나보시길 추천드린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단순한 전쟁사 기록을 넘어, 인간 본성과 권력의 본질을 탐구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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