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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탄생
엔도 슈사쿠 지음, 이평아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2년 5월
평점 :

그들은 시련 속에서도 예수를 잊을 수가 없었다. 기대와는 달리 그리스도가 재림하지 않았지만 그리스도를 계속 믿었다. 예수를 생각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예수는 그들을 붙잡고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이런 의미에서 예수는 이미 부활하였다. (P.271)
“주님 수난 성지 주일”미사를 드리고 왔다. 올해도 나는 “십자가에 못받으시오!”라는 소리에 울음을 참지 못했다. 어떤 면에서는 거의 40년간을 들어온 성경구절이고, 매년 보내는 사순시기인데 나이를 한살 한살 먹을수록 그 감정은 짙어지는 것 같다. 사순절 동안 내 딴의 묵상으로 가톨릭서적을 3권 정도 읽겠다 다짐했는데, 겨우 한 권을 읽었다. 그러나 이 한 권이 꽤 묵직하고 짙어, 사실은 더 많은 책을 읽으려 했던 자체가 욕심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나와 사순절을 함께 보낸 책, 『그리스도의 탄생』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그리스도의 탄생』은 엔도 슈사쿠, 『예수의 생애』의 후속작으로 1978년에 발행된 책이다. 나보다도 한참 나이가 많은 책으로 예수님의 죽음 이후 제자들이 겪는 혼란, 신앙의 발전 등을 그리고 있어 부활을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닌 내적 체험과 하느님의 현존을 배우게 하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사실 『그리스도의 탄생』앞부분을 읽으면서는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후를 “무력하게 십자가에서 죽은 예수”로 표현하는 것같아 살짝 불편한 마음이 일기는 했으나, 이 책의 시작점 자체가 개인의 믿음이 형성되고, 성장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나니 훨씬 가깝게 느껴졌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이 검쟁이였던 과거를 벗어던지고 복음을 전하는 과정, 예수님의 부재 속에서도 어떻게 신앙이 지속되고 확장되는지를 배울 수 있다. 즉, 예수님의 부활이 단순히 역사적 사건이나 신화적 이야기가 아니라 제자들의 마음 속에서 성장하고, 자리잡아 가는 과정을 면밀히 탐구함으로서, 나 역시도 하느님을 “왜”믿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고, 부활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해볼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작가는 부활을 어떤 사건이 아닌 내적 체험이나 공동체적인 기억으로 해석하는데, 이는 믿은 자들의 믿음을 더욱 굳건히 해준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신앙이라는 자체가 외부의 어떠한 증거보다는 내적인 확신, 내적인 믿음이 아닌가. 어쩌면 나조차도 힘이 들때면 하느님의 현존을 의심하곤 했는데, 앞으로는 하느님께서 내게 전하고자 하는 뜻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의 전작 『예수의 생애』가 예수의 인간적 모습과 삶을 탐구하는 책이었다면 『그리스도의 탄생』은 그 이후, 제자들이 예수를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다룬다. 개인적으로는 『예수의 생애』가 예수님이 겪은 고통 자체에 집중하였다면, 『그리스도의 탄생』은 제자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예수님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통해 신앙을 형성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이 아닌가 싶어진다. 음, 오히려 감정적으로 표현하지 않음으로서 우리가 가지는 두려움과 의심 등을 이겨내게 하는 힘을 주는 책이랄까.
물론 나의 얕은 지식으로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을수도 있다. 그러나 죽음 앞에 어떠한 변명도, 피함도 없었던 그 분처럼, 우리도 무엇인가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나누는 마음을 한번쯤은 먹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신앙생활에서 가장 바삐 부활절을 준비하는 지금 불평대신 당신 뜻이라는 마음을 자꾸만 먹게 하는 책이었다.
“주여, 이 잔을 제게서 거두어 주소서,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