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나무의 파수꾼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사실 우리는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만 들어도 서늘한 미스터리를 떠올리지도 모르겠다. 나역시도 그의 작품을 “거의 다”읽었지만 (여기서 거의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것은, '히토미', '가토', '시노' 등의 7명의 작가들을 합쳐놓은 가상의 인물(?)이 아닐까 의심할 만큼 다작하시기 때문. 부지런히 읽어도 금방 신간을 만날 수 있다), 역시 그의 이름을 듣자마자 떠올리게 되는 건 아무래도 미스터리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잊지 않았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그 찡한 감동을.

 

그런데! 이번에는 그 감동과 미스터리의 쫀득함을 묘하게 맛볼 수 있다면? 맞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녹나무의 파수꾼』에서는 소원을 드어주는 전설의 녹나무와 그 나무를 지키는 파수꾼을 통해 삶과 죽음, 누군가를 위한 마음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녹나무는 그저 신비하기만 한 나무가 아니라, 기억들이 연결되는 매개이기도 하고, 단절되어버린 관계에 대한 미련, 회복하고 싶은 후회 등을 면밀히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또 삶의 욕심이나 의미를 가지지 않지만,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레이토의 모습은 요즈음의 우리들같지 않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실 우리 모두는 단절되어버린 관계, 후회로 마음 한 곳에 넣어둔 관계 하나쯤은 있지 않나. 그렇다보니 『녹나무의 파수꾼』을 읽는 내내, 사람이 죽더라도 결국에는 마음이나 기억들이 남아 오래오래 연결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내가 죽는다고 하여 나와 연결된 모든 것들이 뚝 끊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아무래도 『녹나무의 파수꾼』은 주인공 레이토가 파수꾼으로서 녹나무를 지키며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성장해가는 에피소드들의 연결이다보니,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한방이나 긴장감은 없다는 느낌이 들기는 한다. 그러나 비밀을 파헤치는 긴장만이 우리의 도파민을 자극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녹나무의 파수꾼』에서는 타인의 이야기에서 얻는 깨달음, 삶과 죽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성장 등을 배우게 된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 느꼈던 것처럼, 결국 진정한 마음은 누군가 주는 게 아니라, 인간이 서로 기대고 나눌 때 생겨나는 것임을 깨닫게 되더라. 그렇다보니 어떤 면에서는 『녹나무의 파수꾼』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잡화점과 녹나무, 편지와 소원, 친절과 기억 등. 

 

그러나 『녹나무의 파수꾼』이 조금 더 깊고, 내면에 맞닿았다는 느낌이 든다. 짧고 강력한 오락거리에 빠져있는 현대인들이 잊고사는 것들, 사람과의 관계, 사람이라는 존재, 인간끼리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연결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다. 

 

한편, 『녹나무의 파수꾼』은 바로 오늘, 2026년 3월 18일, 히가시노 게이고의 첫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날 수 있다. 판타지적인 요소나 음악 등이 이야기를 얼마나 풍성하게 만들지 너무 기대가 되지만, 개인적으로는 꼭 책을 먼저 만나시길 추천드린다.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 애니메이션에서 표현하는 모습의 차별점을 찾는 재미가 무척 쏠쏠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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