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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
허먼 멜빌 지음, 안톤 로마예프 그림, 자몽 옮김 / 콩테 / 2025년 9월
평점 :

최근 우리아이가 가장 즐겨읽는 책은 고전문학이다. 뭐, 굳이 분류하자면 “명작소설”등으로 초등학생들을 겨냥해나오는 고전들이지만, 아무튼 아이와 『삼총사』나 『작은 아씨들』등 에 대해 이야기나누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아이의 고전읽기를 조금 더 제대로 굳히기 좋은 책을 만나, 다른 분들께소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고전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책 중 하나인 해양모험소설인 『모비딕』. “우영우”덕분에 다시 많은 분들이 꺼내읽었다는 이 영미소설은 해양모험소설이다보니 아린이들에게도 흥미를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모험이나 도전, 고래와 바다에서의 생존 등 그 소재자체가 아이들에게도 관심사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처음에는 사실적인 안톤 로마에프 그림에 “무서운 이야기에요?”라고 묻던 아이였지만, 한장 한장 페이지를 넘길수록 집중하는 아이를 만나게 되더라.
사실 원래도 분량이 많고, 철학적인 메시지가 담겨있는 책이라 아이가 읽어낼 수 있을까 생각하였지만 콩테 출판사의 『모비딕』은 분량이 잘 나누어져있고, 세계적인 화가 안톤 로마예프의 그림과 허먼 멜빌의 작품성을 무척 잘 담아낸 덕분에 느리지만 제대로 첫 모비딕을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아이가 조금 더 크면 다시 읽어야 할 것 같긴 하다.) 나 역시도 오랜만에 다시 『모비딕』을 읽으며 과거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꽤 많이 느꼈던 것 같다. 19세기 배경의바다와 인간, 모비딕을 마주며 오히려 오늘날 인간의 모습, 나의 환경 등을 느끼게 하는 것을 몸소 경험하며, 왜 걸작인지를 다시 깨닫게 되기도 했고. 신을 믿는 사람들의 추악한 모습에 반성의 마음이 일기도 했다.
우리 아이 역시 『모비딕』을 읽으며 “모든 것을 다 고래 탓을 하는 것 같아”라고 말을 해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인과관계가 없는 것들조차 결부시켜 미워하고 원망하는 것. 사실 인간들이 저지르는 큰 실수 중 하나 아닐까. 그걸 아이가 느낄만큼 이 이야기가 생생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게 “괜히 다른 탓을 해본 적이 있냐” 물었더니 “나도 모르게 엄마에게 종종 그러는 거 같아”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집착과 복잡한 심경 등을 설명하려다 그대로 두기로 했다. 이미 아이 스스로 그런 마음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아서. 다리를 잃고 복수심에 사로잡혀 판단력을 잃어가는 모습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또 주변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아이가 스스로 깨닫는 것. 그것만큼 큰 교훈이 또 어디있겠는가.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며 나 또한 다시 집착과 광기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을 기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 아이는 다소 어려 『모비딕』의 깊은 뜻을 모두 이해하지는 못했겠지만, 고학년부터 중학생들에게는 꼭 한번 읽어보길 추천하는 책이다. 어렵게 느껴진다면 콩테의 『모비딕』이라면 충분히 읽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안톤 로마예프의 작품들로 더욱 깊이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도 어른도, 수시로 꺼내볼 수 있을 책이기에, 부디 살아가며 나이마다 다른 감상을 주는 『모비딕』을 얽어보시길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