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날들이 단단한 인생을 만들지
임희재 지음 / 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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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같이 저녁을 먹다가 내가 그에게 너는 언제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냐고 물었다. 몇 초나 지났을까. 그는 곧장 대답했다. 마치 항상 자신이 행복한 순간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처럼. 

“지금! 주중에는 일하느라 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기 배쁜데 주말에는 너를 만나잖아. 네 얼굴도 보고 같이 밥도 먹고, 네가 좋아하는 음식도 마음껏 사줄 수 있고. 너는 기분좋게 맛있게 먹고.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해.” (p.79)

 

 

요즈음 태어나 처음, 책태기를 보내고 있다. 아니 정확히는 모든 것에 권태로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쉬이 지치고, 쉬이 울적해하며. 분명 나는 늘 친절한 사람, 밝은 사람, 생각이 건강한 사람 등의 말을 듣던 사람인데- 올해는 추적추적 비가 계속 오는 탓인지 영 맥을 추지 못했다. 그러다 만난 『다정한 날들이 단단한 인생을 만들지』.

 

사실은, 『다정한 날들이 단단한 인생을 만들지』이란 제목만으로도 나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다정함도 지능이거나 기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다정함이 주는 힘이 얼마나 크지 알기에. 

 

『다정한 날들이 단단한 인생을 만들지』의 임희재 작가는 긴 시간 유럽에서 생활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돌아보면 언제나 세상이 주는 다정함에, 누군가의 친절에 기대어 커왔음을 깨닫는다고. 나 역시 그런 순간순간의 소중함을 너무 잘 아는 사람이기에 이 책의 문장들이 그렇게 마음에 닿더라. “내가 남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도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살아간다. 그러니 이웃들에게 미리 호감 포인트를 적립해놓으면 어떨까? (p.19)”라는 문장을 통해, 내가 다정함을 대해오던 '방향'임을 느낀느 순간, 내가 작은 행복들을 놓치고 있었구나, 호감포인트를 까먹고 있었구나 하고 깨닫게 되더라. 

 

더불어 『다정한 날들이 단단한 인생을 만들지』에서는 각 나라별로 가지는 다정함 포인트를 엿볼 수 있어 더욱 재미있었다. 프랑스인들은 서로의 자유를 존중하고 비판적인 사고를 장려하며 다양성을 수용한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그런 특징 덕분에 작가는 의견을 제시하는 법을 배우고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꺼내는 법을 배워갔다. 인상깊었던 것은 조심스럽지만 상대에게 꼭 해주어야 할 말을 전하는 방식이었다. 작가를 반사적인 예스맨에서 노맨으로 바꾸어준 이야기를 읽으며, 누군가에 진심으로 충고를 전해주는 다정함도, 아낌없이 칭찬하는 다정함도 잊지말자고 생각해봤다. 또 “속이 꽉찬 존중”이라는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나는 과연 타인에게 말로만 하는 리스펙을 날리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보기도 했고. 

 

길었던 추석연휴, 『다정한 날들이 단단한 인생을 만들지』을 야금야금 읽으며 비로소 나는 이 축축함을 덜어내자고 생각했다. 조금 덜 힘나도 다정한 날들은 단단하게 나를 채울테니까. 작가의 말처럼, 분명 내가 살아온 시간들이 나를 채우며 나를 만들어왔을테다. 내 마음이 버겁다고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이 순간들도 결국에는 나를 단단히 만들어준다. 

 

『다정한 날들이 단단한 인생을 만들지』는 그런 책이었다. “아 맞다, 나 다정함의 힘을 아는 사람이었지.” 하고 깨닫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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