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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나타난 곰 - 2022 화이트 레이븐스 선정작
가야 비스니엡스키 지음, 이경혜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9월
평점 :

삶이란 아주 사소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작은 것들이 우리를,
우리가 되고 싶어했던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우리 그저 그걸 놓치지 않고 보기만 하면 된다.
오늘 저녁, 아이와 그림책을 읽다 그만 울어버렸다. 잠시 후 고개를 들어보니 우리 아이의 코도 빨갛게 물이 들어있었다. 엄마와 아이를 모두 울린 그림책, 위로와 힐링 그림책, 『뉴욕에 나타난 곰』을 소개한다. 위로와 힐링 그림책, 『뉴욕에 나타난 곰』은 2022년 화이트 레이븐스 선정작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뛰어난 작품성을 자랑하는 책이다. 실제 『뉴욕에 나타난 곰』은 오직 흑백으로만 뉴욕을 표현하고 있는데, 그 어떤 컬러보다 선명하게 뉴욕의 풍경과 감각적인 분위기, 예술적인 그림책을 자랑하니 꼭 한번 만나보시길 강력히 추천드리는 책이다.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싶은 감상을 남기는 책이라 온 가족이 만나보시면 더욱 좋겠다.
위로와 힐링 그림책, 『뉴욕에 나타난 곰』은 첫페이지에서부터 마음에 툭, 하고 무엇인가를 던진다. 공중에 떠 있는 것같은 도시, 그 안에 스스로를 투명인간처럼 생각하는 사람들. 우리의 주인공 알렉상드르 역시 매일 아침 주름이 늘어가는 것을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 지하철과 일, 잠만을 오가며 시계추처럼 똑딱똑딱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곰 하나가 그의 앞에 나타난다. 무척이나 당황한 알렉상드르에게 곰은 더욱 황당해하며 묻는다. “정말 나를 못 알아보는 거야? 나를 매일 그렸으면서 몰라? 너야말로 여기서 뭐하는 거야? 화가가 되고 싶어했잖아. 그런데 따분한 일만 하고 있네?” 격정적인 곰의 질문에도 알렉상드르는 심드렁하게 “아무 일도 안 일어났어. 아무일도 안 일어나”만을 외칠 뿐이다. 계속 자신을 따라다니는 곰에게 알렉상드르가 드디어 화를 낸다.
“나를 좀 내버려둬. 나는 중요한 사람이 됐어”
사실 나는 이즈음에서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를 내버려두라는 알렉상드르의 진짜 마음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그런 척만 하며 살 건데?”라고 묻는 곰의 말이 마음에 훅 들어와 눈이 시큰거렸다. 그 시큰거림은 알렉상드르에게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왜 이렇게 커졌는지를 묻게 된다. 그러나 어릴적의 꿈이 떠올라, 되고 싶던 모습들이 떠올라 괴로운 알렉산드르는 힘겹게 곰을 못본 척 한다. 곰은 눈에 띄어 보기도 하고, 알렉산드르의 애착인형이었던 폭실이를 데려오기도 하며 알렉산드르의 잔잔했던 마음에 조약돌을 던진다.
“그래! 다른 길로 가야할 때가 온 것 같아. 길을 바꿔야겠어”그 말과 함께 그저 비스킷을 먹고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눌 뿐이었다. 그런데도 알렉산드르는 자신이 되고 싶어했던 모습에 가까워졌다고 여겼다. 비로소 알렉산드르는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진짜 삶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물론 위로와 힐링 그림책, 『뉴욕에 나타난 곰』에서처럼 우리가 쉬이 직장을 그만 두고, 오늘까지 살던 삶을 쉬이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잊고 살던 것들, 삶을 이루는 사소한 것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가득 느끼게 만들었다. 아이도 꿈이나 행복을 잊고 살던 알렉산드르가 다시 행복을 되찾아서 다행이라고 기뻐했다. 우리아이도 조금 더 자라면 또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되겠지. 위로와 힐링 그림책, 『뉴욕에 나타난 곰』은 어린 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