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빠가 길을 헤매기 시작했다
이재아 지음 / 담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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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 비밀번호도 잊어버리고, 정말 쓸데 없는 인간이 됐어”

조금씩 변화가 생기는 것을 느낄 때마다 이 상태에서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아빤느 자신감 넘치는 분이었는데 관공서에서 오는 서류가 있으면 나를 통해서 다시 한번 내용을 확인하셨다. 어딘가 모르게 소극적으로 변한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운전도 점차 기피하셨다. (P.45) 

 

 

차를 큰 것으로 바꾸었다.원래도 큰 편인 SUV를 타고 다녔지만, 최근에는 자녀가 많은 집 필수라는 차종으로 바꾸었다. 젊은 지인들은 “아이도 하나면서 왠 카**이에요?”라고 물었고, 내 또래 이상들은 한결같이 “그래, 점점 부모님을 모시고 다녀야하지?”하고 묻더라. 맞다. 내 차를 바꾼 것은 100% 부모님때문이다. 엄마도 아빠도 점점 나이를 먹어감을 느꼈고, 최근 몇년간 두분이 번갈아 병치레를 하며 내가 보호자의 위치로 자리를 바꿔가고 있음을 느낀 까닭이다. 그래서일까. 담다의 도서, 『어느 날 아빠가 길을 헤매기 시작했다』를 읽는게 조금 힘들었다.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마구 뒤섞인 탓에. 

 

『어느 날 아빠가 길을 헤매기 시작했다』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두 아이가 부모님의 마지막 여정을 기록한 것으로, 사랑하는 부모님의 마지막을 기록한 책이자 알츠하이머를 대하는 마음 등을 모두 배울 수 있는 책이다. 만약 안타깝지만 작가와 비슷한 입장에 놓여있거나, 나처럼 부모님과의 포지션이 바뀌는 시점에 있는 이들 모두 공감하며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더불어, 이 책에 기록된 것처럼 세상에는 “혼자할 수 있는 돌봄”이 없기에 모든 이들이 세상의 변화를 조금 더 따뜻한 눈으로, 또 우리 사회에 다가올 자연스러운 현상들을 보다 현실적으로 제도적으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어느 날 아빠가 길을 헤매기 시작했다』를 읽는 내내 짙어지는 병세의 엄마와 아빠를 모시는 것은 어떤 무게일지를 계속 생각해보게 되더라. 작가처럼 나역시 삼남매지만, 엄마아빠 곁에 사는 것이 나이기에 당연히 내가 부모님의 노후를 챙기리라 생각하고 살고 있기에 『어느 날 아빠가 길을 헤매기 시작했다』의 문장들이 쉬이 읽히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부모의 보호자가 된다는 것”을 읽을 때에는 좀 많이 울었다. 지금은 아이의 보호를 위해 사용하는 어플을, 언젠가 부모님의 폰에 깔아드려야 할 때, 나는 어떤 마음일까. 나는 어떤 얼굴이 될까. 그래서 이토록 술술 씌여진 책을 나는 오래오래 망설이며 읽었던 것 같다. 

 

그와중에도 작가는, “세상은 나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는 걸 절실히 느꼈다. 이 두 분을 보면서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란 걸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p.174)”고 기록한다. 혼자 짊어지기 무거운 것들을 짊어지고도 그안에서 성장을, 배움을, 감사를 하는 모습을 보며 느끼는 것이 참 많았다. 담다의 윤슬님이 기록한 말처럼, “좋아하는 것을 향해 핸들을 쥐는 이야기”임을 여러번 느꼈다. 

 

어느새 나의 삶도 후반전을 막 시작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전반전을 부지런히 뛰며 자라고, 어른이 되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는 동안 감독이자 코치로 살아온 나의 부모님. 그 큰 사랑과 감사를 알지만 그럼에도 후반전에도 그렇게 있어주시기를 바라본다. 내가 그들을 엎고 걷는 날이 오더라도, 내 인생 일등석에는 늘 당신들이 앉아계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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