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짧음에 대하여 (라틴어 원전 완역본) - 시간과 운명, 인생의 본질에 관한 세네카의 가르침 현대지성 클래식 68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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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기 좋은 것이 아니라 건실하고 변함없으며 숨겨진 부분이 더욱 아름다운 것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파헤쳐 찾아내야 합니다. 그것은 우리에게서 멀리있지 않습니다ㅣ. 손을 어디로 뻗어야 할지만 알면 당싡은 그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p.61) 

 

아! 나는 이 책을 왜 이제야 제대로 읽은 것인가. 진짜 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인생책이라 부르는지를 이제야 알다니. 부디, 나처럼 아직도 세네카의 지혜를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이 있다면 부디 만나보기를 강력추천 드린다. 우리가 흔히 세네카 전집이라 부르는 『화에 대하여』와 『인생의 짧음에 대하여』를 한꺼번에 만났는데, 정말 살며 마음에 담아두면 좋겠다 싶은 내용이 가득했다. 특히 이번에 현대지성에서 출간된 『화에 대하여』와 『인생의 짧음에 대하여』는 라틴어 완전 완역본이라 보다 정확하고 명료하게 세네카의 철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니, 꼭 한번 만나보시길 추천해 드린다. 

 

세네카 전집 두 권 중에서 나는 『화에 대하여』를 먼저 읽었다. 사실 과거에 철학책을 부지런히 볼 때, 세네카의 이론을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터라, 『화에 대하여』를 100페이지 가량 읽을 때까지도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나'생각했었지만, 이내 한 문장을 만나고 나서는 (혼나는 것같은 기분을 살짝) 배움에 얹어 진도가 쑥쑥 나가게 되었다. 그러나 『인생의 짧음에 대하여』는 정말 왜 진작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나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것 같다. 『인생의 짧음에 대하여』는 인생의 짧음에 대하여, 행복한 삶에 대하여, 은둔에 대하여, 섭리에 대하여와 마르키아, 어머니 헬비아, 폴리비우스에게 보내는 위로를 엮은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행복한 삶과 섭리를 이해하는 부분을 읽으며 무척이나 많은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세네카가 말하는 이 짧은 인생을 행복한 사람은 누구인가. “올바른 판단력을 지닌 사람, 현재의 처지가 어떠하든 만족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사랑하는 사람, 모든 일을 이성의 지시에 따라 행하는 사람(p.66)”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한다. 동양의 철학에 빗대자면 안분지족의 삶이 아닐까 잠시 생각해본다. 우리는 만족하지 못하면 결코 행복하지 못하다는 것을 안다. 쉬이 만족하지 못할 뿐. 그러나 세네카의 이론을 읽으며 나는 또 다짐을 해본다. 오늘에 만족하고 살자고, 지나가버린 어제도, 오지 않을지도 모를 내일도 아닌 오늘. 그렇게 사는 삶이야말로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으리라고. 

 

『인생의 짧음에 대하여』를 읽으며 한 문장에서 울컥, 마음이 내려앉았다. “당신도 잃을 수 있습니다(p.174).”였다. 그의 말처럼 결코 나에게는 불행이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착각이야 말로 우리를 가장 심하게 무너뜨린다는 것을 또 확인하며, 나이를 먹으며 점점 익숙해져야 할 이별과 상실 등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토록 훌륭한 00과 함께 할 수 있어 즐겁고 유익했음을 기뻐하고, 비록 함께한 시간이 짧았더라도 그것을 복으로 여기십시오.(p.286)” 그가 폴리비우스에게 보내는 위로 중 한 문장에서 주어를 지워보았다. 저 안에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넣어보면, 세상이 무너지는 아픔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오늘, 가만히 나의 이름을 넣어본다. 내가 세상에 없는 어느날, 누군가에게 나와 함께 한 시간이 복이 되려면, 나 역시 나의 마지막에 복된 삶이었다 느끼려면 더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40대의 초입, 어쩌면 지금까지는 정신없이 바쁘게 달려온 삶이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겉이 아닌 내면을 조금 더 가꾸고, 조금 더 성숙한 인간으로 살아가도록 해야할 전환점이 아닐까. 이런 시기에 세네카의 철학을 읽을 수 있어 영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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