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시절
강소영 지음 / 담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간이 흐른다고 덮어놓고 옅어지는 슬픔은 없다. 슬픔을 넘어 아쉬움, 후회, 회한이 버무려진 그리움이 경련처럼 인다. (p.169)⁣

아무리 지워도 끝끝내 지워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오랫동안 마주할 수도, 말로 할수도 없었던 시절을 이제 글로 쓴다. 더는 소리 내어 울지 않는다. 눈물을 꾹 참고 한자 한자 꾹꾹 눌러쓴다. 마침내 쓰고 만다. (p.149)⁣


강소영 작가의 『사랑이라는 시절』은 그녀의 부모님에 관한 이야기다. 어쩌면 작가 자신에게도 ‘조연’인 순간들이 있었을 부모님이지만, 그녀의 부모님이 우리에게도 ‘주연’이 되는 것은 우리에게도 그런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태워 자식을 비추는 사람들. 나는 그녀의 부모님을 읽으며 내 부모님을 읽었고, 내 부모님을 떠올렸다. 그렇게 강소영 작가의 『사랑이라는 시절』이 결국 나의 『사랑이라는 시절』이 되었다. ⁣

나 자신조차도 마음에 들지 않는 날이 많은데, 어찌 부모라고 다 좋기만 할까. 하지만 우리는 우리만 생각하느라 부모의 속을 미처 알지 못했다. 지금의 우리보다 더 어린 시절 부모가 된 그들을 당연히 ‘어른’이라고, 당연히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온 것 같다. 부모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습을 곱씹으며, 어린 시절에는 몰랐던 깨달음을 해가는 작가의 모습에서 마흔이 넘어서도 여전히 어린 애처럼 부모의 깊은 사랑을 다 헤아리지 못하는 나를 보았다. 그래서 읽는 내내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제야 엄마에게 더 마음에 드는 딸이 되고자 노력한다는 문장은, 나를 엉엉 울게 했다. ⁣

분명 세상의 모든 가족은 저마다의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시절』이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던 것은, 우리에게도 늘 바쁘게 일터를 누비며 간신히 버텨온 아버지와, 마음이 녹아난 눈가에서 눈물을 훔치며 우리를 키워온 어머니가 있기 때문이었다. 또 ‘잘생긴 갑천 씨’와 ‘다정한 혜옥 씨’로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바라보며, 조금 더 깊은 이해와, 독립된 인격으로서의 존중을 느낄 수 있었다.⁣

돌아보니 나는 한 번도 부모님과 나를 독립된 인격으로 분리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내가 원할 때만 “나도 이제 어른이야”라는 방어를 하며, 또 내가 원할 때는 한없이 엉덩이를 뭉개 그들의 그늘에서 살면서 말이다. 오늘 문득 두 분의 『사랑이라는 시절』을 떠올려보며 사랑할 수 있는 지금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웃어야지 하고 소소한 다짐을 해본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