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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의 행복 사전
김은아 지음, 하선정 그림 / 담다 / 2025년 5월
평점 :
앤은 좋은 것을 더 많이 갖겠다는 욕심을 내거나 다른 사람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다. '시기'와 '질투'는 앤의 인생 사전에 존재하지 않는 단어다. 열네 살이 되면서부터는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고 나누고 공유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데 집중했다. 앤은 좋은 어른, 홀릉한 어른이 되고자 했기에 끊임없이 자신의 언행에 잘못이나 부족함이 없는지 돌아보았다. 그래서 나는 앤에게 별명을지어 주었다. 반성과 실천의 달인!
(P.205 김은아 작가님)
단어가 주는 힘은 대단한 것 같다. 『앤의 행복사전』의 차례만 펼쳐 두고 있어도 아름답고 눈부신 단어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마음을 충만하게 한다. 은아 작가님이 이 단어들을 따사롭게 풀어내 행복의 씨앗을 전했다면, 독자들이 사각사각 필사로 피워 낸 꽃에 내 그림이 알록달록한 향기를 입힐 수 있길 바란다. (P.208 하선정 작가님)
꾸준히 필사를 하는 편이다. 처음에는 그저 책 속문장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기록용으로 시작했지만, 언젠가부터는 필사 자체가 주는 위안이나 집중 등이 좋아져서 아침을 필사로 여는 편이다. 한밤중에도 누군가가 미워지거나 마음에 복잡함이 일 때면 꼭 필사를 하곤 한다. 손닿기 좋은 곳에 서너권의 필사책을 꽂아두고 마음에 닿는 책을 꺼내어 쓰곤 하는데, 지난 주내내 가장 많이 꺼내썼던 책, 『앤의 행복사전』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동안 『친애하는 나의 앤, 우리의 계절에게』, 『앤과 함께 프린스에드워드섬을 걷다』 등으로 ‘덕후력’을 꾸준히 뽐내오신 김은아 작가님의 신간, 『앤의 행복사전』은 ‘앤이 지나온 길 위에 남겨진 단어’라는 테마로 앤의 시선으로 정의된 단어와 작가의 감성가득한 문장들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앤이 사랑했던 단어들과 작가의 시선으로 해석된 내용들을 읽어보며 공감하기도 하고, 나는 다른 생각을 가졌는데 하고 생각해보기도 하며 꾸준히 생각확장을 할 수 있다. 더욱이 오른쪽 페이지에는 빈 노트가 수록되어 있어서 필사를 할 수도 있고, 생각을 기록할 수도 있어서 앤과 편지를 주고받는 듯한 감상을 안겨준다.
무엇보다 앤의 긍정에너지와 감성을 담은 단어들을 통해, 팍팍하게 느껴지는 현실을 조금 더 아름답게,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가질 수 있음이 너무 감사했다. 늘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하지만, 그럼에도 살다보면 종종 부정적으로 변하는 나를 발견하곤 하는데 『앤의 행복사전』을 읽으며 또 한번, 앤의 마음을 닮아보자고 다짐하게 되더라.
또 책 뒤 편에는 컬러링 북 10페이지가 수록되어 있는데, 하선정 작가님의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함께 색칠하며 온전히 나의 책, 나의 문장들을 만들어볼 수 있어 더욱 좋았다. 하선정 작가님의 그림책, 『스트로베리 베리 팡팡』이나 『코튼 캔디 캔디 뿅뿅』을 아이가 무척 좋아했던 터라, ‘그림책 작가님’으로 익숙했는데 『앤의 행복사전』을 통해 섬세한 일러스트와 감성넘치는 컬러링으로 앤을 더욱 깊이 사랑하게 된 것 같아서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앤의 행복사전』은 ‘읽는 독자’에서 ‘함께 쓰는 독자’로 전환을 시켜줄 뿐 아니라, 생각하게 하고 마음을 고쳐먹게 해주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더워지는 날씨, 마음에 스미는 불평이나 게으름대신 긍정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앤의 행복사전』을 강력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