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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로렌스! 안녕, 소피아! ㅣ 웅진 세계그림책 275
도린 크로닌 지음, 브라이언 크로닌 그림, 제님 옮김 / 웅진주니어 / 2025년 4월
평점 :
어쩌면 이 그림책은 모든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느끼게 할지도 모른다. 안전하다고 느끼는 나만의 세상, 그리고 그 세상을 딛고 나가는 과정 모두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안녕 로렌스 안녕 소피아』는 언제나 자신만의 세상에서만 살던 로렌스와 소피아의 만남을 다루고 있다. 로렌스는 울타리 밖이 너무 넓고, 소란스러워서 울타리 안에서만 지낸다. 소피아는 나무 사이로만 오간다. 나무 아래는 울퉁불퉁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소피아가 갑작스러운 용기를 내 나뭇가지를 지나게 되었고, 그 나뭇가지의 끝에서 로렌스의 창을 만난다. 로렌스도 무슨 용기인지 인사를 건낸다.
둘은 만났지만, 사실 여전히 둘은 진짜 만난 것이 아니었다. 로렌스와 소피아는 함께 하고 있지만 여전히 각자의 장소에서 각자의 영역안에서만 지내기 때문.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무척 큰 의미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맺고 있는 대부분의 인가관계가 이정도의 선이 아닌가 하고. 친구나 동료를 사귀지만, 내가 허용한 만큼의 거리만을 내놓는다. 상대방이 허용한 만큼만 다가간다. 그 거리가 다른 경우는 불편을 느끼고, 다시 뒷걸음질 치기도 한다.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는 한 그 영역은 오래오래 유지된다.
로렌스와 소피아 역시 그 영역의 거리를 유지한다. 그러다 어느날, 번개가 치자 소피아도 로렌스도 서로를 걱정하고 서로의 영역에 발을 들인다. 그리고 그제서야 깨닫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서로의 영역을 넘어서도 큰일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제서야 둘은 용기를 내고 더 넒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려고 한다.
『안녕 로렌스 안녕 소피아』는 스토리나 일러스트가 전반적으로 잔잔하다. 그래서 얼핏 보면 큰 깨달음을 느끼지 못할수도 있겠다. 그래서 미리 읽은 사람으로 당부하자면, 꼭 천천히 느리게 감상하시길. 혹 첫 번째로 느껴지는 것이 없다면 한번 더 읽어주시길 바란다. 그러면 분명 『안녕 로렌스 안녕 소피아』에 숨어있는 깊은 깨달음을 느끼게 될테니까.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영역을 지니고 살아간다. 그 영역을 허용하는 것도, 방어하는 것도 나의 선택이기도 하고. 울타리 안이 안전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 영역이 혹 나를 가두는 장벽이 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서로에게 둘러진 울타리가 서로를 향해 쳐진 가시덤불이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안녕 로렌스 안녕 소피아』는 그렇게 우리가 치고 살아가는 울타리 혹은 장벽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