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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에 작은 사랑은 없다 - 육아와 유아교육의 울고 웃는 이야기
김수오 지음 / 프로방스 / 2024년 12월
평점 :

어릴 때 엄마의 이해할 수 없는 그 변덕스러움에 관해 물으면. 엄마는 "너도 나중에 네 아이 낳아봐라. 알 거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아이를 아직 낳기 전이지만, 배 속에 있는 너로 인해 조금은 알아간다. 끝까지 호두와 잣을 쥐여주시던 엄마의 마음을.
아직 내가 모르는 엄마의 마음은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이 남았을까? (p.70)
내가 아직 임산부였던 시절, 엄마는 쪼그려 손빨래하는 내가 안쓰러워 내가 출근한 사이 아무도 없는 우리 집에 들러 빨래와 청소, 반찬을 해놓고 사라지던 우렁각시였다. 어느 날은 못 보던 목욕탕의자가 있기에 “이 촌스러운 물체의 정체는?”하고 문자를 보냈더니 “그거 안 하고 자꾸 쪼그리면 나중에 엄마처럼 무릎 아파”라고 답장이 왔다. 일찍이 엄마를 잃고, 도와주는 친정엄마 없이 고된 시댁살이를 한 그때의 우리 엄마에게 목욕탕의자를 사줄 사람이 없었던 게 못내 서러워져 배불뚝이 나는 엉엉 울었다. 『육아에 작은 사랑은 없다』는 꼭 그때의 마음 같아서 자꾸만 눈이 시큰했다. 분명 엉엉 울라고 적어두신 말도, 그림도 아닌데 읽는 내내 그렇게 눈물이 났다.
초반에는 임테기를 휙, 쓰레기 봉지에 버렸다가 찾아왔다는 말에 솔직히 살짝 화(?)가 났다. 아이가 쉬이 생기지 않아 매직아이로 들여다본 임테기가 몇 개였던가. 내 눈에만 보이는 두 줄을 들고 혹여 날아갈세라 밀봉까지 했던 내게는 사치처럼 느껴졌던 것. 하지만 『육아에 작은 사랑은 없다』를 한장 한장 넘길수록 나는 어느새 작가님의 이야기에 풍덩 빠지게 되었고, 절박유산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내가 겪는 일인 양 엉엉 울었다. 유의미한 하루가 아니었어도 부모의 모든 하루하루가 아이에게 의미 있는 태교라는 말을 읽을 때부터는 나는 완전히 『육아에 작은 사랑은 없다』에 빠져 들어 집중하고 공감하며 새벽이 되도록 책을 놓지 못했다.
아마 『육아에 작은 사랑은 없다』를 만나는 엄마나 아빠는 분명 나처럼 공감하고 웃고 울며 이 책을 읽게 되리라 생각한다. 시작과 방향은 다르다더라도 대부분 부모가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며 느끼는 놀라움과 사랑, 속상함과 행복은 비슷한 결일 테니까. 아무래도 『육아에 작은 사랑은 없다』는 내가 최근에 읽은 그 모든 육아서 중에 가장 짠내와 단내가 동시에 나면서도 가장 공감을 했고, 또 꾸미지 않는 생생한 육아의 현장과 “팀플”할 수 있는 육아 지식이 가득했다.
“좋은 엄마가 되는 것은 나와 내 아이, 각각의 속도에 맞게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p.152)는 작가님의 문장은, 나 스스로 조금은 의문을 품고 있던 나의 육아 방식을 안아주고 응원해주었다. 음식도 잘 못 하고, 살림도 잘 못 하는 나에게 결혼생활과 육아는 늘 좌절의 현장이었다. 한쪽이 새까매진 음식을 가위로 긁어 아이에게 먹이며 '밥도 제대로 못 하는 엄마'라고 스스로를 욕하며 내가 분명 타인보다 잘하는 것들을 스스로도 믿어주고 인정해주지 못하고 있었던 것. 좋은 엄마는 맞벌이와 전업주부 어느 그룹 군에서 나오는 후보가 아니라는 말을 읽으며 큰 위로와 응원을 얻었다. 그래, 음식은 사 먹이더라도 내가 잘하는 것들을 더 많이 아이의 삶에 녹여내는 엄마가 되어야지. 못하는 것에 스트레스받고 주눅 든 엄마의 모습이 아닌, 좋은 에너지를 뿜는 엄마,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엄마가 되어야지, 하고 또 한 번 다짐했다.
『육아에 작은 사랑은 없다』를 읽으며, 모르긴 몰라도 김수오 작가님은 지식을 지혜로 환원시킬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물론 유아교육학을 박사과정까지 밟는 중이라고 하니, 당연히 일반 이들보다는 육아 지식이 많을 터다. 하지만 지식만을 가진 이의 문장이 아닌, 그 지식을 더욱 지혜롭게 사용할 수 있고, 나눌 수까지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하는 문장들을 여럿 만났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육아의 길을 더 아름답다고, 더 가치 있다고 느끼게 해준 책, 『육아에 작은 사랑은 없다』였다. 육아툰과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어 누구나 가볍고 쉽게 읽고 공감할 책이니 꼭 한 번 만나보실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