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싸기 힘든 날 함께하는이야기 1
이송현 지음, 조에스더 그림 / 마음이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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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해는 사촌형과 부산여행을 떠나기로 합니다. 형이 “모해야 뭐해?”하고 물으면 대부분의 경우 귀찮은 일이 생긴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어쩐지 형을 거절하기는 힘이 듭니다. 이번에는 면허를 딴 형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부산 할아버지 댁에 가기로 했는데, 어째 시작부터 불안불안한 마음이 듭니다. 형은 속도를 내지 못해 또 병신소리를 들었지만 태연하게 운전을 해 드디어 고속도로에 입성! 하지만 이제는 형의 속이 부글부글, 난리법석입니다. 

 

물론 화장실만 가면 쉬이 해결될 문제지만, 그 문제해결이 그리 쉽지 않습니다. 첫번째 화장실에서는 괜히 심통을 부리는 할아버지가 문을 닫고 들어가 나오지 않는 바람에 화장실을 쓸 수 없고, 두번째에서는 높은 계단 위에 화장실이 있습니다. 어떤 화장실은 자물쇠로 칭칭 감겨있고, 어떤 화장실은 문이 좁아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죠. 모해도 화장실이 가고 싶지만, 감히 형에게 혼자만 화장실에 간다는 말을 할 수 없어 함께 화장실을 참습니다. 과연 모해와 형은 무사히 똥을 쌀 수 있었을까요? 

 

 

이번주 아이와 읽은 책, 『똥 싸기 힘든 날』입니다. 사실 제목만 보고 아이가 고른 책이었는데, 읽다보니 마음이 묵직해지고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었습니다. 유쾌한 제목과 일러스트 속에는 장애인들이 세상에서 마주하게 되는 차가운 시선과 불편한 현실들이 고스란히 들어있습니다. 병신이라는 소리를 덤덤히 받아치는 형의 모습은 사회의 민낯을 더욱 느끼게 해 아이보기가 부끄러운 정도였습니다. 우리 아이 역시 『똥 싸기 힘든 날』을 넘기면 넘길수록, 모해의 마음이 되어 장애인들이 편히 사용할 수 없는 화장실에 속상해하고, 개선이 필요한 수많은 현실을 떠올리며 슬퍼했습니다. 

 

마음이음의 함께 사는 이야기의 첫번째 책인, 『똥 싸기 힘든 날』을 통해 장애인들이 현실을 살아가며 느끼는 차별의 시선과 말, 또 무엇하나 편하지않은 현실들을 깨닫게 합니다. 그 깨달음을 통해 우리는 더불어살기 위해서 어떤 마음이 되어야 하며, 타인에게 향하는 말이나 행동이 얼마나 책임감 있어야 하는지도 깨닫게 됩니다. 

 

『똥 싸기 힘든 날』의 독후활동은 다른 것이 필요없었습니다. 운동을 하며, 우리동네 화장실을 체크해보았습니다. 계획조성된 동네다보니 다행히 대부분의 건물은 장애인도 유모차도 들어가기 좋게 만들어져 있었지만, 공원의 작은 화장실이나 일부 화장실들은 편하게 사용하기 어려워보였습니다. 대부분의 식당들은 잘 되어있었지만, 몇몇 식당들은 휠체어를 타고는 들어가기 힘들어보이는 곳도 있었습니다. 주차장 역시 대부분은 괜찮았지만, 장애인이 아닌 이들이 주차를 한 경우도 있었고, 상가에서 일부러 홍보풍선 등을 두어 주차하지 못하게 한 곳도 있었습니다. 

 

온 동네를 한바퀴 돌고, 벤치에 덜썩 앉으며 아이가 한 말이 가시처럼 아픕니다. “모해네 형이 우리 동네에 와도, 똥싸기 쉽지는 않았겠네.” 차마 우리동네의 현실은 '그나마' 무척 괜찮은 편이라는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똥 싸기 힘든 날』속의 이야기들이 “말이 안되는 이야기”가 되려면 우리 모두가 달라져야 합니다. 그래서 더 많은 가정에서 『똥 싸기 힘든 날』을 읽고 생각하고 배려하고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얇고 작은 책이지만, 그 안의 생각은 크고 깊었던, 『똥 싸기 힘든 날』이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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