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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팩트 커피, 커피 하는 마음 ㅣ 작고 단단한 마음 시리즈 1
김종진 지음, 김종필 사진 / 수오서재 / 2025년 3월
평점 :

일은 가르칠 수 있지만, 태도와 인성은 살아온 궤적으로 형성된 주름 같은 것이므로 바꿀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따라서 태도가 좋은 직원과 함께 일해보는 경험은 조직에서 일하면서 소중한 경험으로 기억될 수 있다. (p.92)
사실 『매뉴팩트 커피 커피 하는 마음』의 굵은 맥락은 내가 20년을 고민해온 문제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좋아하는 일과 먹고 사는 일의 일치. 나 역시도 평생을 좋아해 온 일로 밥을 먹고 살고 싶다고 늘 말하지만, 내 솜씨로는 내 주린 입을 채울 자신이 없기에 나는 매일 “직장인”으로서 나를 불태운다. 나이를 먹으면서는 점점 좋아하는 일은 좋아하게 남겨두자는 생각도 들고. (좋아하는 일로 밥을 먹고 살면, 좋아하는 일을 싫어하게 될까 두렵기도 하고) 아무튼 『매뉴팩트 커피 커피 하는 마음』은 그렇게 책의 시작점부터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수오서재에서 브랜드에 담긴 이야기를 전하는 시리즈로 만든 “작고 단단한 마음”의 1권. 이렇게 매력적인 시리즈의 첫 권이 왜 『매뉴팩트 커피 커피 하는 마음』일까 하는 궁금증은 열 장을 채 넘기기도 전에 풀렸다. “나의 노력은 여전히 정상 운영을 향해 진행 중(p.15)과 “좋아하는 일을 만나면 돈이 따라온다는 걸 처음으로 깨닫는 순간(p.31)”이라는 두 문장에서 일에 대한 마음가짐도, 일을 대하는 책임감도 느낄 수 있었던 것. 일이 즐겁기만 한다는 사람에게는 신뢰가 부족하고, 일에 과중한 책임감만을 느끼는 사람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체득한 덕분인지, 먹어보지도 않은 그의 커피가 믿음직하게 느껴졌다.
『매뉴팩트 커피 커피 하는 마음』에는 그가 커피를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커피를 밥벌이로 삼으며 느낀 즐거움과 고충, 그 일련의 과정, 조직을 구성하고 키워가는 시간, 커피에 대한 애정, 일에 대한 책임감과 보람, 커피 덕분에 배우게 된 세상, 삶을 대하는 자세까지 담겨있었다. 이렇게 적고 보니 장황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는 이 책 한 권에 자신의 십여 년을 성실히 기록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좋은 직원과 일을 하는 감사함을 담은 부분과 '내 일'이란 책임감과 같은 말로도 읽힌다. 일은 성공이든 실패든 결과를 낳는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간에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p.152)는 문장이었다.
먼저 조직구성원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던 까닭은, 구성원 고유의 특성을 그대로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태도 때문이었고, 가이드라인을 잡고 방향을 제시하는 방식이 인상 깊게 느껴졌다. 더불어 “내동댕이쳐지면서 배운 것들은 생채기처럼 잊힐 수 없는 흔적을 남겼고 경험은 그렇게 나를 만들어가고 있었다(p.101)”라는 문장에서 모든 경험은 배움을 남기는 것에 집중하는 “촘촘한 사람”이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의 문장들을 읽으며 또 한 번, 일상의 경험을 소중히 하는 사람에게 긍정적인 결과들을 더 많이 줌을 또 한 번 깨달았다. 더불어 마음에 품어온 생각들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스스로의 일에 책임감과 자부심을 균형적으로 유지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 깊게 느껴졌다. 때때로 나는 나를, 먹고 살기 위해 현실과 타협한 비겁한 사람 취급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문장을 읽으며 내가 여전히 좋아하는 일의 언저리에 머무를 수 있는 것은 돈만을 쫓아 살지는 않았기 때문임을 느꼈다.
『매뉴팩트 커피 커피 하는 마음』을 읽기 시작할 때는 '덕업일치'의 사람이 부러워 마음에 바람이 들까 걱정도 조금 들었다. 그러나 『매뉴팩트 커피 커피 하는 마음』을 읽고 난 지금은, '덕업일치'를 시작하는 사람은 많을지라도 그것을 유지하는 데에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함을 깨닫는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 좋아하려면, 먹고사는 고단함을 달랠 무엇인가가 더 필요하지 않으려나 하고 말이다.
꿈에 가는 길을 너무 오래 걸어서, 어디로 가고 있었는지도 잊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슬퍼지던 즈음이었다. 그러나 이 책 덕분에, '엉뚱한 샛길'을 걷는다고 좌절하기보다는 풍성한 지도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러다 도달하지 못해도, 성실히 걸어 만든 내 지도는 부끄럽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