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똑똑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16
박지희 지음 / 북극곰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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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그림책은, 제1회 그림책 공모전 당선작인 『어느 날 똑똑』입니다. 『어느 날 똑똑』은 글씨 없는 그림책으로, 분명히 이 그림책에서는 “똑똑”이라는 글씨만 만날 수 있는데, 적히지도 않은 수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는 책이랍니다. 더불어 이 그림책은 재활용 상자 위에 섬세한 손 그림으로 그려졌던 작품이기에 더욱 깊이 그 의미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어느 날 똑똑』의 시작은 혼자 보내는 시간이 지겨워 몸살을 앓는 어린이의 모습입니다. 엄마와 아빠는 일하러 가고, 혼자 남아 학교나 학원 등을 다녀온 뒤 덩그러니 집에 있는 아이. 요즘에는 무척이나 흔한 장면 같아 괜히 가슴이 시렸습니다. 그런 아이에게 “똑똑” 소리가 들립니다. 잘 교육 받은 아이는 작은 구멍으로 누구인지 살짝 들여다보는데, 맙소사! 왠 북극곰이 집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북극곰은 아이의 집으로 들어와 주린 배를 채우고, 아이와 즐겁게 지냅니다. 아이의 엄마는 회사를 다녀와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재우느라 미처 숨어있는 북극곰을 발견하지 못하고 잠이 듭니다. 엄마가 잠이 든 사이 아이와 북극곰은 바다로 나가고, 그곳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가족을 만나게 됩니다. 

 

우리 아이에게 “너라면 어디로 갈래?”라고 했더니, “이 그림책이 너무 슬퍼서 걸어서 갈 수 있는 데만 가야겠어. 탄소발자국 때문에”라고 말합니다. 그래도 어디로 갈지 생각해보라고 했더니 동물원에 가서, 갇혀있는 동물들을 북극곰과 함께 다 풀어주겠다고 말하는 아이를 보며 마음이 묵직해졌습니다. 

 

『어느 날 똑똑』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은 한둘이 아닙니다. 먼저 재활용 상자에 작품을 구성한 것 자체가 놀라움과 감동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죠. 환경을 이야기하는 그림책답게, 선명한 상자의 골은 수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해치고 있는 환경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하고, 진짜 환경을 아끼는 방법은 텀블러를 사는 게 아님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무엇보다 가슴이 찡한 건 북극곰의 털입니다. 북극곰의 털은 북극곰 등을 포함한 환경 뉴스로 만들어져있어 보는 내내 가슴이 시큰했습니다. 우리 아이는 아이와 북극곰이 서로를 지그시 바라보는 장면에서 “대멸종”이라는 글씨를 발견하고선 울어버렸습니다. “사람은 북극곰에게 좋은 친구가 아닌 것 같아”라는 말을 8살 아이에게서 듣게 된다니. 저도 코가 시큰해졌습니다. 

 

북극곰이 집으로 들어와 제일 먼저 한 일은 주린 배를 채우는 장면도 가슴이 아픕니다. 얼마나 먹을 것이 없었으면 인사를 나눌 틈도 없이 배를 채워야 했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슴이 아픈 것은 마지막 장면입니다. 북극곰이 가족을 만나는 것은 너무 기쁘지만, 차마 그들이 “집으로” 돌아갔다고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의 빙하는 둥둥 떠내려왔고, 힘없이 누워있는 모습이 슬픈 결말을 떠올리게 했으니 말입니다. 

 

그림책 속의 아이와 북극곰은 좋은 친구가 되었지만, 우리는 그들의 살 곳을 빼앗고 먹을 곳을 빼앗은 존재라는 생각이 오래도록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이 더 많은 이들에게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단 한 명이라도 더. 환경에 대해 돌아볼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날 똑똑』 뒤에 찾아올 친구는 “북극곰”이 아니라 “종말”이 되기 전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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