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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속의 여인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6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아마도 가장 순결하고 아름다운 종류의 감정이었으리라.
사랑의 대상이 무참히 피살당했다고 해도
소년의 가슴에는 그 순간의 감정이 고스란히 남아있을 터였다. (p.131)
사실은 가장 먼저 읽어놓고, 가장 다섯번째야 소개하는 『얼음 속의 여인』이다. 사실 『얼음 속의 여인』을 읽을 때만해도 이 책의 진짜 매력을 파악하지 못해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고민을 했었는데, 다른 책들을 읽고 이 책을 다시 읽으니 캐드펠 수사시리즈가 주는 진짜 참 의미, 진짜 교훈이 무엇인지를 어렴풋이나마 알겠다.
수도원으로 이동하던 남매가 모두 실종되었으나, 이들은 왕과 황후의 세력싸움으로 수색되지 않는다. 그러나 수도원은 어린 남매가 무참히 사라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 수도원 인권으로 이들을 찾아나선다. 이 과정에 포함된 캐드펠수사. 하지만 소설의 포반에서부터 서늘한 죽음이 발견되어, 『얼음 속의 여인』이라는 제목처럼 차갑고 슬픈 감정을 느끼게 했다. 얼음 속에서 발견된 여인의 흔적을 쫓는 과정이 무척이나 촘촘히 그려지고, 실종된 남매를 찾는 과정에서 다양하게 만나는 인간의 속내와 고민 등이 캐드펠 수사시리즈의 참매력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사실 이 소설만으로는 중세의 배경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여러 권 중세의 역사에 관한 책을 읽었음에도 참 무법지대의 세상이라는 생각만 들고, 여전히 이해에 가까워지지 못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히려 역사서에서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캐드펠 수사 시리즈로 깨닫는다고 말하면 착각일까? 이 배경이나 사건의 실마리를 통해 종교가 시대에 주었던 것들, 당시의 생각을 지배하던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기도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가장 보호받아야 할 어린 생명들이 위태롭게 흔들리는 것도, 상처받은 채 얼음에 갇혀버린 여인도, 미스터리 뒤에 묵직하게 눌러진 인간 본연의 고민도- 나를 고민하게 만들고 생각하게 하며, 한편으로는 나를 조금 더 커지라고 혼을 내는 것 같았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단순히 사건을 해결하는 짜릿함만을 주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그 짜릿함만으로 평가한다면 추리소설이라고 말하기 부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 본연의 고민, 사람 저 깊은 내면에 있는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고 고민하게 하는 깊은 책이라는 생각은 분명하다.
어느새 차가워진 계절, 이불 속에서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만나시길 추천드려본다. 그리고 이 겨울, 조금 더 성장하는 어른이 많아지길 바라본다. 나 역시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더 만나보며, 조금 더 깊은 사람이 되어보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