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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행의 순례자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0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어쩌면 혼자가 된 키아란은 이제 마음을 놓고 무거운 십자가를 벗어버린 뒤 아픈 발을 감싸준 구두를 찾으려 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메슈가 나타나 자신을 지킬 무기 하나 없는 그 겁쟁이 청년을 덮친 게 아닐까? (P.274)
어느새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네권 째 소개하고 있다. 전체에 비하면 극히 일부만을 소개한 것이지만, 책을 만나면 만날수록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단순한 중세 역사 배경의 추리소설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본연에 대한 고민, 사람과의 깊은 유대감 등까지 만날 수 있는 소설임을 자꾸만 깨닫는다. 그런 측면에서 『고행의 순례자』는 캐드펠수사 시리즈 중에서 나를 가장 고민하게 만든 책이 아닐까 싶다. 『고행의 순례자』는 인간의 욕망, 그리고 선과 악에 대해 무척이나 고민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타인이 가진 욕망과 죄를 두고 우리가 과연 판단할 자격이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든 소설, 『고행의순례자』를 소개한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자 성녀로 거듭난 위니프리드 성녀의 유골이 이장되는 날을 앞두고 사람들은 축제분위기로 들떠있다. 중세의 신앙이 모티브가 된 소설답게, 치료를 목적으로 성녀의 축복을 기다리는 병자들, 스스로의 신앙을 굳건히 하고자 찾아온 순례자들 등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하지만 늘 그렇듯, 이 들뜬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이들도 스며든다. 캐드펠은 그들을 주시하고, 그런 과정에서 무거운 십자가를 멘 청년을 만나게 된다. 청년은 어딘지 불안한 태도로 모습이지만 자신의 확고한 신념을 놓치 못한다. 이번 『고행의 순례자』에서도 캐드펠은 멋지게 사건을 해결하지만, 번뇌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어 더욱 인간적인 면과 따뜻한 면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나 역시 『고행의 순례자』를 읽으면서 인간 내면의 욕망이나 죄책감, 열망과 나약함 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 우리가 과연 타인의 행동에 대해 판단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다.
사실 내가 『고행의 순례자』를 읽으며 더욱 고민했던 것은, 나의 종교적 신념에도 물음푤르 던지는 부분들을 종종 만났기 때문이다. 작가 역시 그런 고민들을 심어두기도 했는데, 기적이나 치료 등을 바라며 종교에 기대는 모습, 종교인으로서 억지 탈을 쓰는 사람도 종종 있음을 느끼며 『고행의 순례자』에 등장하는 번뇌를 고민하게 되더라. 요즘 지속적으로 고민했던 “가해자가 되어버린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아졌고.
이런 점에서 캐트펠 수사 시리즈는 단순한 추리소설을 넘어 인간 그 자체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건”을 넘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을 만나고 싶은 분들께 강력추천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