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집으로 가는 길
스벤 누르드크비스트 지음, 김서정 옮김 / 그린애플 / 2024년 10월
평점 :
이번 주는 우리 꼬맹이가 학교에 혼자 갔다. 2학년이니 친구들에 비해 늦을지 모르겠지만, 아침에 데려다줄 시간이 되기도 하고, 아이랑 손을 잡고 걷는 게 좋아서 데려다주다 보니 그렇게 됐다. 아무튼, 교문 앞에서 하던 인사를 엘리베이터 앞에서 하니 뭔가 아쉽고 아까운 마음이 들어도 하염없이 창문 밖을 내다보는 중이다. 아이가 혼자 가기로 한 전날 밤, 아이와 『집으로 가는 길』을 읽었다. 『아주 특별한 생일케이크』의 스벤 누르드크비스트 작가님의 그림책이다 보니 기대감도 크고, 당연히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 들어있을 것도 알지만, 아이가 걷는 순간들이 『집으로 가는 길』처럼 용기와 응원이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모든 아이가 걷는 걸음걸음이 용기와 응원, 즐거움과 발견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 담긴 그림책, 『집으로 가는 길』을 소개한다.
『집으로 가는 길』을 열고 들어가면 풀숲에 누운 아이를 만날 수 있다. 아이는 마치 걸리버처럼 작은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고, 자신이 왜 여기 누워있는지를 모른다. 아이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작은 사람들, 다 알아 아주머니, 까마귀, 버스 기사, 선원, 선장님, 강아지, 화가 등의 도움을 받는다. 그러는 사이 다양한 일을 겪기도 하고, 여러 위험에 빠지게 되기도 하지만 아이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 친구와 축구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줄거리를 적어놓고 보면 별 것 아닌 이야기처럼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집으로 가는 길』에는 수많은 이야기와 깨달음 등이 숨어있으니 꼭 천천히 읽으시길 추천해 드린다.
먼저 『집으로 가는 길』의 손꼽히는 매력은 무척이나 섬세한 일러스트다. 작가님의 전작도 그랬지만, 『집으로 가는 길』에서는 무척 섬세하고 깊이 있는 일러스트를 만날 수 있다. 여백이 하나도 없이 꽉꽉 눌러 담아진 그림 속에는 수십 가지 이야기, 수많은 모습이 담겨있기에 아이와 관찰하는 재미, 숨은 이야기를 발견하는 재미가 엄청나다. 일상에서 만나는 크기보다 크고 작게 표현된 사물, 동물들을 바라보다 보면 생각이 전환되기도 하고, 여러 상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우리 아이는 거인이 짓고 있는 성을 바라보며 사실은 우리가 사는 세상도 밤사이에 거인들이 뚝딱 만들어놓는 것은 아닐까 상상하며 즐거워했다. 일러스트뿐 아니라 스토리에서도 기발한 상상력을 만나볼 수 있다. 작은 사람들, 트롤, 커다란 버섯 그늘 등 아이들의 상상을 자극하는 소재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그것들을 둘러싼 모험이 이어져 아이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렇듯 즐거움이 가득한 그림책이지만 『집으로 가는 길』에는 상상력만 담긴 것은 아니다. 몇몇 문장은 철학적인 생각을 하게 하기도 했다. “길은 아주 많단다. 집도 많아. 어릴 때는 늘 길을 잃게 마련이지. 나도 그랬단다. 하지만 결국에는 무사히 도착할 거야”라는 문장을 읽으며, 우리 삶이 때때로 길을 잃기도 하고 멀리 둘러가기도 하겠지만 결국은 다다른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아 마음이 푸근해졌다. 그 외에도 그림으로 들어갈 수 없을 것 같다고 좌절하는 아이에게 “왜 못 해? 들어가 봐”하는 화가의 말은 우리 아이가 삶을 사는 내내 잊지 않길 바라는 응원의 문장이라 생각했다. 아이가 무엇인가 망설여지고 두려울 때, “내가 왜 못해! 시도해봐”하는 마음이길 간절히 기도했다.
섬세한 일러스트와 기발한 스토리가 만나, 마치 한편의 판타지 영화를 보듯 심장이 뛰었다. 또 느려도, 오래 걸려도 결국 다다를 수 있다는 내용은 아이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응원이라 생각한다. 아직은 집에서 길만 건너면 되는 등굣길을 혼자 걸을 뿐이지만, 아이에게는 큰 모험일지도 모르겠다. 또 앞으로 아이가 경험할 세상은 매 순간이 모험일지도. 하지만 그 순간마다 씩씩하게 길을 찾은 아이처럼, 용기를 내고 멈추지 않길 바랐다.
『집으로 가는 길』은 아이들에게 모험 같은 세상, 다양한 경험, 예상할 수 없는 위기와 도움 등을 모두 간접 경험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하루 끝에 집으로 돌아와 평온한 마음으로 맛있는 것을 먹고, 사랑하는 사람과 즐겁게 지내는 소소한 행복을 아는 아이로 자라주길 바라며 오늘도 우리아이의 “집으로 오는 길”을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