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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왜 이래? ㅣ 국민서관 그림동화 287
던킨 비디 지음, 서남희 옮김 / 국민서관 / 2024년 10월
평점 :
오늘,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때때로 우리는 좋은 일이 연달아 일어나는 하루를 만나기도 하고, 운없는 일들만 줄줄이 일어나는 하루를 맞이하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할 그림책 『오늘 왜 이래?』의 주인공 '곰'은 표지에서도 눈치챌 수 있듯, 『오늘 왜 이래?』가 저절로 떠오르는 하루를 보냈다고 해요.
땔감으로 사용할 나무를 찾다가 나무 가시가 손에 박히고, 길을 지나가다가 넘어지는 나무에 머리를 맞기도 하죠. 그뿐인가요? 겨우 구한 장작을 낑낑 끌고 가는데 비가 와서 쫄딱 젖어버려요. 눈물을 꾹 참고 친구에게 가려는데 그만, 흙탕물에 빠지기까지 합니다. 너무 힘든 하루를 보낸 탓인지, 친구 개구리를 만나자마자 울음이 터집니다. 원래 하루종일 잘 견뎌내다가도 내 편인 사람을 만나면 눈물이 먼저 나는 법이잖아요? 덩치는 산만하지만, 마음은 여린 우리의 곰도 똑같았습니다. 지혜로운 친구를 만나자마자 서러움이 폭발해버렸어요. “오늘은 정말 엉망진창이야.” 하면서 한동안 울음을 그치지 못했어요.
개구리는 곰에게 어떤 위로를 해주었을까요? 사실 개구리는 특별한 위로를 하지는 않았어요. 그저 가시를 쑥 뽑아주며 생각보다 훨씬 작은 조각이었음을 말해주었어요. 혹을 유심히 살펴보며 생각보다 혹시 크지 않다고 말해주었어요. 웅덩이도 생각보다 깊지 않음을 알려주며 곰을 씻겨주었고, 땔나무를 쓸 수 있도록 도와주었죠. 마침내 곰은 평화로운 저녁을 맞이해요. 그리고 말하죠. “있잖아, 개구리야. 오늘 그렇게까지 엉망진창인 날은 아니었어.”라고 말입니다.
MBTI에 중독된 우리들은 어쩌면 개구리의 위로법이 “너 T야?”라고 말하고 싶을지도 모르겠습니다. SNS에 따르면 좋은 위로는 “너 정말 속상했겠다”로 시작하는 F의 위로니까요. 하지만 오늘 그림책 『오늘 왜 이래?』를 보면서, 개구리의 방식이 때때로 더 좋은 효과를 주지 않나 생각했어요. 감정적으로 지친 사람들은 사실 내가 처한 상황들을 더욱 나쁘게 생각하곤 하잖아요. 각기 다른 일들을 연쇄적이라 생각하기도 하고, '나에게만' 나쁜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그래서 더많이 힘들어하고 슬퍼하며 '감정의 늪'에 빠져버립니다.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어떤 사람은 이 늪에서 건져줘도, 결국 다시 늪으로 빠져버리고, 건져주던 친구들까지 지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런 친구에게 필요한 것은 '공감'보다 '이겨낼 힘'이 아니었을까요? 개구리는 곰에게 그런 힘을 준 게 아닐까요? 곰 스스로 자신의 상황을 볼 수 있는 힘.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감정을 분리하는 힘. 그리고 상황을 해결하는 힘. 마침내 털고 일어나는 힘.
오늘 아이와 그림책, 『오늘 왜 이래?』를 읽으며 진짜 공감에 대해, 진짜 응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 아이도 살다보면 '엉망진창'이라 느껴지는 날을 만나게 되겠죠. 물론 그럴때 엄마는 최선을 다해 공감하고 응원을 하겠지만, 우리 아이 스스로 부정적인 감정에서 빠르게 헤어나오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잘 가르쳐주어야겠다고 생각해봤습니다.
오늘, 당신의 하루에 나쁜 일들이 많았나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부디, 그 우울감을 빠르게 떨쳐내고 좋은 밤을 맞이하길 바라요. 당신의 하루가 엉망진창으로 마무리 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진흙탕에서 건져내길 바라며. 또 내일의 당신이 오늘보다 단단하고 행복하길 바라며. 굿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