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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바나비 가족의 탄생 ㅣ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107
테리 펜.에릭 펜.데빈 펜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4년 11월
평점 :

만 20세 미만의 “아동인구” 전체인구의 9.24% 약 770만 명
반려동물은 추정 800만 마리.
물론 아이와 반려동물을 동시에 키우는 집도 있을테고 반려동물은 '추정치'이다보니 정확한 통계는 아닐지 몰라도, 길을 걸으면 아이보다 반려동물을 만나는 일이 더 흔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일부러 조성된 동네다보니 어린이들이 많은 편이지만, 그래도 반려동물이 더 많다는 느낌이 종종 들기도 해요. 하지만 사람에게 사랑과 정을 나누어주는 따뜻한 생명체, 반려동물은 1년에 무려 11만 마리 가량이 유기된다고 합니다. 유행이라서, 작고 귀여워서, 친구가 키워서 등의 이유로 가족이 되었다가 버려지는 안타까운 생명들. 이럴때일수록 생명에 대한 책임감, 가족을 대하는 마음가짐 등에 대해 생각해봐야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집니다.
그림책계의 대가, 펜형제의 새로운 그림책 『완벽한 바나비, 가족의 탄생』은 지금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림책의 첫 장면에서는 마치 마트의 인형처럼 '진열'된 귀여운 동물들을 만나게 됩니다. 우리 아이는 바나비가 인형인지, 동물인지 궁금해했지만 사실 저는 이때부터 다소 불편한 마음이었습니다. 실제 펫숍에서의 동물들이 마치 물건처럼 진열되기도 하고, '미모'를 위해 작게 만들어지는 등의 인간의 이기심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일까요? 상자에 가지런히 담긴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불편한 마음이 되었습니다. “딱 하나”남은 바나비는 귀여운 소녀에게 선택되어집니다. 이 과정에서도 택되지 못한 동물들의 초조한(?) 마음과 선택된 동물의 우월한(?) 마음은 마치 사람의 마음을 담고 있는 것 같아 더욱 마음이 아파집니다.
다행히도 우리의 바나비는 선택되어 '완벽한 가족'을 이루고 살게 됩니다. 아이와 함께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잠도 같이 자죠. 바나비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어른의 노파심이었나 하는 사이, “더 완벽한 바나비”가 등장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바나비는 서서히 외면당하고 맙니다. 이 부분에서 펜 형제의 이야기구성과 일러스트 구성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또 한번 깨달았습니다. 유기되었기에 서서히 더러워지기도 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쨍한 핑크에서 서서히 빛을 잃어 흐린 회색이 되어가는 바나비의 모습은 수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것이 정말 애완동물 만의 일일까, 사랑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도 비슷하지 않나 생각이 들어 가슴이 아팠습니다. 버려지고 외면당하는 동물들, 또 그런 아이들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너무 다행이도 우리의 바나비는 다시 소녀를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생기와 색을 되찾은 바나비의 모습이 “동화적 판타지”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무거운 가슴은 여전했습니다. 바나비는 정말 동물이기만 할까요? 경쟁사회에서 도태되고 외면당하는 우리의 모습은 아닐까요? 『완벽한 바나비, 가족의 탄생』은 진짜 가족은 무엇인지, 또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 무엇인지, 진정한 '반려'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완벽한 바나비, 가족의 탄생』을 만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세상에 슬프지 않은 바나비들만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그림책은 나를 가르치고 성장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