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밖으로
바버라 레이드 지음, 나희덕 옮김 / 제이픽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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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 내가 원하는 것을 마음껏 선택하고 마음대로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정작 어른이 되어보니 할 수 없는 것을 더 많이 알게 되고, 포기가 제일 쉬운 일임을 안다. 원래 인생은 선택과 포기의 연속이라지만, 가장 포기하기 쉬운 “나의 선택”이 슬플 때가 많다. 

 

그림책, 『터널 밖으로』의 '닙' 역시 사실은 포기가 가장 쉬웠다. 만들어놓은 아늑한 집에서 그냥 살면 충분했다. 하지만 닙은 자신의 소중한 집을 사촌들에게 점령당했지만, 화를 내기보다는 이참에 『터널 밖으로』으로 나가보자고 결심한다. 닙의 집을 빼앗듯 차지하고서도 변화가 두려워 굶어 죽을 수도 있고, 위험이 도사린다는 숱한 우려에도 닙은 길을 떠난다. 마치 닙을 기다리던 것 같은 위험과 유혹들을 숱하게 지나고서야 “생각한 것보다 더 위험하지만, 꿈꾸던 것보다 더 아름다운 터널 밖”을 마침내 만나게 된다. 

 

사실 바버라 레이드의 『터널 밖으로』는 이미 읽으신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나 역시도 『터널 밖으로』를 읽은 후 『할머니의 선물』이나 『나무는 참 좋다』 등을 찾아 읽어봤을 만큼 생생한 쥐 모습이 선명히 기억났으니까. 그럼에도 『터널 밖으로』를 또 한 번 읽은 것은, 우리 아이가 이제는 이 책이 주는 메시지를 명확히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과거에는 생동감 있는 쥐의 모습만 실컷 관찰했는데, 이번에는 닙의 마음을, 닙의 도전을 무척 꼼꼼히 살피더라. 롤라가 포기하고 싶어 할 때 “조금만 더 가. 곧 무슨 소리가 들릴 테니까”라며 응원을 실어보기도 했고, 꿈꾸던 것보다 아름다운 곳을 만났을 때는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잠자리에 누워 몽롱한 목소리로 “엄마, 나도 나중에 무엇인가에 도전할 수 있겠지? 혹시 그때 내가 포기하려고 하면 닙처럼 조금만 더 힘내보자고 응원해줘”라고 말하는 아이를 보며 매일매일 그림책을 읽어준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꼈다. 책에 빠져 사느라 다른 아이에 비해 다양한 경험을 못 해보았을지 몰라도, 책이 주는 이야기들을 먹고 쑥쑥 자라고 있었음을 느꼈다. 

 

예전에는 엄마만 코끝이 시렸던 『터널 밖으로』지만, 이제는 아이에게도 감동과 용기를 주었다. 그래서 엄마는 더욱 깊은 메시지를 얻었고. 엄마라는 '이유'로 포기한 많은 것들이 사실은 '핑계'인 것도 있겠다 생각해보며, 내가 다시 도전해볼 터널은 무엇일지 고민해보기로 했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포기하는 엄마보다 노력하는 엄마가 되어야지, 하고 말이다. 

 

『터널 밖으로』는 연령대가 없는 그림책이다. 어른에게도 포기하지 않을 용기를 주고, 아이에게도 응원을 건넨다. 살아가는 내내, 무엇인가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터널 밖으로』를 펼쳐 들고, 조금만 더 가면 꿈꾸던 곳을 만날 수 있게 된다고 위로받으면 좋겠다. 

 

더불어 유토가 만들어내는 질감과 입체감도 충분히 감상하면 좋겠다. 섬세한 스케치 위에 그야말로 “한땀 한땀”유토로 빚어낸 작품이라 그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장면들을 만날 수 있다. 포스터나 갈라진 틈, 선로까지 모두 작가의 손으로 빚어낸 것임을 알고 『터널 밖으로』를 보면, 더욱 짙은 감동과 놀라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닙의 반짝이는 눈빛, 『터널 밖으로』나와 생기있어진 표정이 담겨 더욱 깊은 느낌을 준다. 

 

수많은 생각과 감상 포인트를 가진 『터널 밖으로』. 

나는 아이를 지지하는 가족인지, 아이의 사기를 꺾는 사람인지 고민해보게 된다. 꿈에 대해서도, 선택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게 된다. 자, 이제 당신 차례다. 당신이 마지막으로 나간 터널은 무엇인지, 당신이 찾고자 한 꿈과 보물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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