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은 날지 않는다
김병민 지음 / 담다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가 잘하는 거 있잖아. 틀렸을 때 인정하는 거. 그거 정말 좋은 자세라고 생각해. 너도 잘못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낄 거 같고. 그런데 말이야. 결과적으로 어떤 생각이 틀렸다고 밝혀졌을 때, 뒤늦게 잘못을 인정하는 게 과연 최선일까? 그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p.201) 

 

 

펭귄은 날지 않는다』. 사실 이 책의 제목을 선뜻 유추하기 어려웠다. 펭귄은 날지 않는다니,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사실 이야기 안에도 펭귄이 그렇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주인공이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는 장면에서 등장한다. 그래서 『펭귄은 날지 않는다』를 다 읽고 난 후에도 왜 제목이 이런 것일까를 고민했다. 물론 어떤 의도인지는 어렴풋이 생각했다. 모든 새가 날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에필로그에 등장한 '두 번째 펭귄'처럼 다른 삶을 사는 '집단 속의 다른 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하지만 어쩐지 그보다는, 다른 펭귄들을 지지하며 같이 헤엄치는 퍼스트 펭귄, 조금 다른 새이지만, 어쨌든 자신만의 길을 가는 누군가에게 길잡이가 되어가리라는 자전적 의미는 아닐까로 결론짓기로 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알에서 깨어 나오지 못하고 살다가, 비로소 그 알을 깨고 나와 자신이 무슨 알이었는지를 깨닫게 되는구나, 하고 느꼈기 때문이다. 작가 스스로가 남긴 말처럼 청년이 지났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미숙한 상태에서도 누군가에게는 어른의 역할이 되어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야말로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것 아닐까. 

 

펭귄은 날지 않는다』는 소설이지만, 누군가의 삶을 기록한 자전적 에세이 같기도 하다. 그 누군가가 작가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소설로의 강력한 한 방, 요즘 젊은이들이 말하는 “킥”이라는 것이 없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강력한 한 방은 없어도 순식간에 한 권을 읽어낼 수 있는 책이기도 했다. 

 

좋았던 점을 꼽으라면 무척이나 치밀하게 담아낸 성장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극 중 주인공 문돌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것,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부분, 사유하는 부분까지 무척이나 치밀하게 다루고 있다. 그렇다 보니 『펭귄은 날지 않는다』를 읽으며 나는 이런 순간에 어떤 생각을 했던가, 나는 이 무렵에 세상을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었나를 생각하게 되더라. 

 

펭귄은 날지 않는다』의 후반에는 문돌이 스스로 남겨놓은 기록들을 다시 읽는 장면이 나왔는데, 과거의 자신을 읽으며 그냥 웃어넘기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자신에게 타인을 비추어보고, 타인을 이해하는 도구로 삼는 장면에서 생각하는 바가 무척 인상 깊었다. 

 

작가보다 10살이 많지만, 여전히 나도 배우고 싶은 것도 배워야 할 것도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내가 누군가에게 배우는 것처럼 나의 행동이나 말, 나의 무엇인가를 배우는 사람도 있음을 순간마다 깨닫고 산다. 아이를 키우며 나의 행동 하나가 다른 존재에게 얼마나 큰 영향력을 주는지를 깨달았고, 그래서 조금 더 책임감 있는 사람,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 순간마다 노력하며 산다. 또 아이에게서 매일 무엇인가를 배우며 배움의 방향이 꼭 위를 향하지는 않음도 느끼며 살아간다. 

 

오늘 성당 마당에서 아이를 기다리며 읽은 『펭귄은 날지 않는다』는 마치, 오늘의 나에게 “삶에서 배운 것들을 절대 간과하지 말자. 모든 새가 나는 것도 아니고, 날지 않는 새라고 행복하지 않다고 말할 수도 없음을 잊지 말자”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뭔가를 배우러 갈 수 있는 시간”이 적어진 지금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살아가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지. 순간순간의 행복, 내가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만날 수 있는 배움들을 성실히 느끼며 살아가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