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령은 이사 중!
곽수진 지음 / 미디어창비 / 2024년 10월
평점 :

귀여운 유령이 쓱, 고개를 내밀고 있어 웃음부터 픽, 나는 사랑스러운 표지의 『유령은 이사 중』! 하지만 작년 즈음 출간되었던 작가님의 그림책, 『고양이는 이사 중』을 만나본 독자라면 일단 겁부터 덜컥 난다. 유령이 들어앉은 상자에서부터 “슬픈 예감”이 스멀스멀 느껴지기 때문. (스포주의!) 사랑스러운 일러스트에 반전의 매력으로 그림책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곽수진 작가님의 그림책 『유령은 이사 중』! 『유령은 이사 중』 역시 『고양이는 이사 중』에서처럼 “찡”한 포인트가 가득하니 부디 이 그림책은 천천히 즐기시길 추천해 드린다.
우리의 귀여운 유령이 이사할 집을 구한다. 유령이 무슨 집을 구하냐고? 외로워서 환자는 못 살겠으니 룸메이트라도 구해야지! 그렇게 시작된 유령의 집 구하기는 처음부터 평탄치 않다. 꼬마의 침대 밀도, 어린이의 옷장도 비명이 난무할 뿐. 그렇다면 유령의 집은 어때? 으스스한 친구들은 다 모이라더니 왜 진짜 유령을 보고는 도망을 가는 거야. 마녀의 성도, 해적선도, 드라클라의 성도, 핼러윈 파티장도 유령이 지내기는 그렇게 마땅치 않은 듯하다.
『유령은 이사 중』의 첫 번째 매력 포인트! 귀여움이 가득한 일러스트 속에 숨은 이야기들을 만나볼 것. 각 페이지에서 우리의 꼬마 유령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자. 우리 꼬마는 마녀의 집에서 유령을 찾은 뒤 한참이나 깔깔 웃었다. 특유의 따뜻함과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일러스트 사이에서 찾는 유령은 그 어떤 숨은그림찾기보다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유령이 숨어있는 곳뿐 아니라 유령을 보고 놀란 사람들과 동물들을 관찰하자. 단숨에 그림책이 더 좋아지는 마법을 경험하게 될 테니 말이다. (『고양이는 이사 중』을 안 본 독자라면 그 책까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확신한다..)
하지만 『유령은 이사 중』의 찐 매력은 엄청난 반전에 숨어있다. 누구와 살아야 할지 망설이던 유령은 “익숙한 소리”에 이끌려 어느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엄마는 액자를 본 순간부터 가슴이 찡해졌고, 아이는 한 박자 늦게 멍하니 “유령의 가족들”을 바라보았다. 한참을 뒤로 넘어가지 못하고 아이와 가족에 대해,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만약 최근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사람이라면 『유령은 이사 중』을 읽으면 좀 울게 되겠지만, 소소한 위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 혹시 꼬마 친구들과 읽기에 너무 무겁지 않으려나 고민한다면 걱정하지 말 것. 작가님 특유의 섬세함으로 귀가 뿅 생겨나거나, 쥐가 덜덜 떠는 모습 등으로 무겁지 않게 마무리되었으니 말이다. 찡함과 웃음, 사랑스러움과 익살 모두를 섬세하게 다룬 그림책 『유령은 이사 중』. 어느 것 하나 부족하지 않고 어느 것 하나 넘치지 않아서 더욱 완벽하다는 생각이 드는 그림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