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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김태영 지음 / 담다 / 2024년 7월
평점 :

“성공은 선불이야, 노력 없는 성공은 없어.”
어느 책에서 읽은 구절이다. 힘들다고 도망가는 대신 연말정산을 깔끔하게 끝내고 만난 이 문구가 반가웠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낸 결과는 새로운 도전 앞에 '역시 난 안 돼'보다 '봐, 하면 되잖아'라는 태도를 갖게 해 주었다. “이봐, 해 보기나 했어?”라는 말이 생각난다. 이 말은 도망치고 싶은 나의 마음을 되돌리는 마법 같은 말이 되었다. (p.146)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조선족'만큼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된 외국인이 있을까. 보이스피싱의 주축으로, 사기꾼의 주축으로 묘사되며 나쁜 이미지만 잔뜩 쌓여있다. 하지만 내가 만났던 유일한 조선족(어쩌면 더 많았을지 모르지만, 내가 조선족이라고 인식한)은 무척이나 성실히 자신의 일을 하시던 분이었다. 근무하던 회사 급식소에서 일을 하셨는데 무거운 식판을 산더미처럼 안고와 척, 하며 올리고 빙긋 웃던 분. 몇마디 채 나눠보지도 않았지만 내가 복사를 해드리거나, 아주 간단한 휴대폰 조작 등을 도와주면 여러번 반복해 감사를 전하던 분. 그래서일까. 『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를 읽는 내내 그분 얼굴이 떠올랐다. 어쩌면 말이 없는 게 아니라, 한국에서 살아가며 입을 닫아버렸던 것은 아닌지 이제서야 걱정이 되더라. 김태영 작가님처럼 부디 한국에서의 삶이 편안해지셨기를 잠시 바랐다.
『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는 조선족 여성, 김태영 작가님의 “잘 살아온 여정”을 담은 책이다. 어스름한 새벽, 조금만 읽어볼까 하고 펼쳤다가 회사도 지각할 뻔할만큼 흡입력있는 에세이다. 『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를 읽으며, 어떤 페이지에서는 한번도 겪지 못한 편견에 놀라기도 하고, 어떤 페이지에서는 '여자'로 공감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가 좋았던 것은 스스로에게 '조선족'이라는 패널티(?)를 매기지 않고 자신의 삶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흔적들을 수없이 만났기 때문이다. 작가 스스로도 “나를 사랑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책”이라고 표현하듯, 스스로를 차곡히 담아낸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나와 다른 사람'이 아닌, 나처럼 '하루를 부지런히 사는 사람'의 이야기라는 생각만 들었다.
아이가 겪는 차별에 같이 속상해하기도 하고, 송편빚는 솜씨와 상관없이 예쁜 딸을 낳았다는 얘기에는 피식 웃기도 했다. 내가 편견을 가지지 않았다고 해서, 한국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이 고단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일이 없는데 『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를 읽는 내내 나의 무심함 조차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는 타국살이를 하며 느끼는 감정 뿐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살아가며 서로에게 상처를 입고 입히는 세상 모두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또 나의 언행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조금 더 조심하고, 조금 더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는 세상의 편견에, 서로 다름에 대해 상처받고 좌절하기보다, 스스로를 연마하고자 노력하는 모든 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