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인에게 그래픽 노블 1
이루리 지음, 모지애 그림 / 이루리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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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아름답고 행복한 추억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살아야 할 삶이고 행복입니다. 그런데 우린 왜 자꾸 이 당연한 진실을 잊어버릴까요? 

(『지구인에게』 '작가의 말' 중에서)

 

 

괴물을 등에 업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 사람들은 가족에게 폭언과 폭력을 행사한다. 길에도 종종 괴물을 업은 사람들이 보인다. 그들은 서로에게 미움의 칼날을 들이댄다. 때로는 교실에서도 괴물을 등에 업고 있다. 이유 없는 괴롭힘과 비아냥으로 상처를 입힌다. 아이들은 괴물을 향해 불을, 새총을, 포획 줄을 던져보기도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더 큰 괴물일 뿐이다. 결국, 괴물은 작은형을 삼키고 말았다. 그제야 가족들 등에 업힌 괴물이 사라졌다. 가족들은 미안했음을 깨닫지만, 더이상은 사과를 전할 상대가 없어 오래 아프다. 고마움을 깨닫지만, 감사를 전할 상대가 없어 오래 헤맨다. 

 

 

『지구인에게』를 읽고 나서 가만히 거울을 바라봤다. 나에게도 무서운 괴물이 붙어있을까 하고. 아마 누군가를 미워하고, 가시가 돋친 말을 할 때는 나에게도 괴물이 붙어있겠지. 나는 보지 못하는 그 괴물을, 우리 아이가 볼까 봐 두려워졌다. 제발, 부디- 조금이라도 더 선한 모습을 가진 사람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렇게 짙은 다짐을 남기는 『지구인에게』는 이루리 작가님이 작은형에게 전하는 작품이라고 한다. 오래전 일찍이 떠나보낸 작은형을 오래오래 가슴에 품고 살았고, 이 작품과 함께 비로소 떠나보냈다고. 그래서 『지구인에게』는 '이별했지만 이별하지 못한 사람을 위한 그림책'인가보다. 본인도 아직 어렸으면서, 어린 동생을 아픔으로부터 구하고자 했던 작은형. 그리고 그 사랑은 작은형 스스로가 바랐던 따뜻하고 행복한 가족, 꿈을 향한 삶을 동생에게도 선물한다. 그 덕분에 우리는 괴물과 폭력으로 시작해 사랑과 감사함으로 끝나는 작품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는 여기에 '이별해야 할 것들과의 이별을 위한 책'이라고 덧붙이고 싶다. 『지구인에게』에 등장하는 폭력과 폭언이나 미움 같은 것들을 잘 떠나보내야 한다고 생각하게 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나는 절대 내 아이 앞에서 괴물이 되지 않겠다고 마음먹게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내 아이의, 또 보호가 필요한 누군가의 '작은형'이 되어 폭력과 폭언, 아픔에서 작은 영혼들을 지키는 어른이 되겠다고 다짐하기 때문이다. 

 

이 묵직한 깨달음과 감동은 모지애 작가님의 일러스트 때문에 더욱 진하다. 전작들에서도 놀라운 감동과 상상력을 보여주셨지만, 특히 『지구인에게』에서는 '색'이 가지는 힘이 얼마나 큰지, '분위기'에 담을 수 있는 메시지가 얼마나 많은지를 온전히 느끼게 한다. 만약 “다 큰 어른이 그림책을 보고 울다니!”라고 말한다면, 그건 『지구인에게』를 아직 읽지 않은 사람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부디 더 많은 어른이 『지구인에게』를 만나면 좋겠다. 그래서 틈틈이 자신의 등에 괴물이 붙어살지는 않는지 들여다보면 좋겠다. 가시가 돋친 말들과 날카로운 시선들이 당연한 듯 자리 잡아가는 세상에서, 상처받는 작은 영혼들이 없도록 우리가 모두 '작은형'이 되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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