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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안개초등학교 1 - 뻐끔뻐끔 연기 아이 ㅣ 쿵! 안개초등학교 1
보린 지음, 센개 그림 / 창비 / 2024년 6월
평점 :

“쥐님 쥐님, 목 없는 쥐님. 조마구가 연기 아인가요?”
잎이 반으로 꺽이면 “예”, 그대로 서 있으면 “아니오”였다.
푹, 잎이 반으로 꺽였다. (p.123)
여름이 되면 아이들도 서늘한 거리를 찾는 것이 습성인 것인지, 이맘때가 되면 무서운 책을 찾는 초등학생들이 꽤 있는 듯 하다. 주로 고학년이지만, 성별은 남녀 할 것 없이 즐기는 듯하다. 그렇다고 공포동화도 아무거나 보게할 순 없지! 이왕이면 신뢰도 높은 출판사, 신뢰도 높은 작가님의 작품을 권해주자. 창비의 안개초시리즈, 『쿵! 안개초등학교』를 추천해본다.
『쿵! 안개초등학교』는 보린작가님과 센개 화가님의 합작 동화로, 기존 큰 인기를 끌었던 『쉿! 안개초등학교』의 후속작. 이번에는 땅에서는 요괴가 쫓아오고, 하늘에서는 불 단지가 쏟아지는 강력한 공포를 만나볼 수 있다.
체육시간, 자리뺏기 게임을 하다가 의자를 빼앗기고 분해하던 조마구가 사라졌다. 한참 뒤에 탄 흔적이 묻은 낡은 의자를 교실로 가지고 오며 이상한 일들이 이어진다. 의아하게도 그 의자에는 “조마구”라는 이름이 적혀있을 뿐 아니라, 연기의 형체가 스르르 등장한다. 지은이는 그 연기의 형체의 목소리를 듣고, 친구들과 함께 의자를 돌려놓으러 간다. 하지만 그곳은 더이상, 안개초등학교가 아니었다. 전쟁의 어느 순간. 폭격의 순간. 그것이 아이들이 만나게 된 귀신의 정체보다 더 무서운 현실이었다. 폭격이 쏟아지고, 학교가 불탄다. 어쩌면 그 어떤 요괴나 무서운 정체보다, 더 소름돋게 무서운 현실이었다. 겨우 도망나온 아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만 지은이는 여전히 이상한 기운을 떨칠 수 없다.
사실 우리아이는 『쿵! 안개초등학교』를 읽다가 포기했다. 그랬다가 또 도전하고, 다시 궁금해하고를 반복하며 무려 1달에 걸쳐 읽었다. (무서워하면서도 끝까지 읽는 것을 보니 정말 재미있기는 했나보다.) 사실 나 역시도 명확하지 않은 존재의 공포보다 더욱 슬프고 무거운 공포를 느끼기는 했다. 그러면서도 『쿵! 안개초등학교』는 생각할 것을 안겨주었고, 이야기나눌 것을 주었다.
이번 여름, 아이가 공포물을 찾는다면 『쿵! 안개초등학교』는 어떨까? 분명 단순히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고, 상상해볼 수 있는 독서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