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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 윙
레베카 야로스 지음, 이수현 옮김 / 북폴리오 / 2024년 6월
평점 :
품절

눈물이 확 고였지만 눈을 깜박여서 안으로 밀어넣었다. “그냥 오빠 일기장이야.” 나는 책장을 휙휙 넘겨보면서 거짓말을 했다. 오빠가 쓴 말들을 훑어보려니 익살스럽고 빈정거리는 말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마치 바로 옆에 오빠가 서서 모든 위험을 윙크와 웃음으로 덧칠하는 것 같았다. 젠장, 오빠가 보고싶었다. “5년 전에 죽었거든.”
사실 살아가는 '일과'에 여유가 없을 때 제일 먼저 줄이는 책이 “판타지소설”과 “로맨스 소설”이 아닐까 싶다. 재밌기로 따지자면 “범죄소설”과 맞먹을 만큼의 강력함이지만, 그 재미의 크기만큼 풍덩 빠져버리기에 일부러 피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포스윙』은 도저히 읽지않을 수없어서 잠을 줄이기로 했다. 다크서클을 주렁주렁 달고도 포기하지 못한 책, 『포스윙』.
사실 『포스윙』은 아마존에서 정말 오래도록 1위를 독차지하고 있었기에 한국에 오기도 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책.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 가 하는 의문은 내가 책을 읽자마자 해소되었다. 아마존 올해의 책, <뉴욕타임스>55주 연속1위, 영미권 베스트셀러 석권이라는 타이틀답게, 새로운 대형 팬덤의 시작을 알린 치명적으로 매력적인 세계를 그러내는 책이다.
막상 책을 받아들고는 너무 두꺼워 깜짝 놀랐지만, 100페이지도 채 읽기 전에 이런 두께로 2권, 3권 쌓아놓아도 『포스윙』을 읽었으리란 걸 깨달았다. 나 역시 해외팬들이 왜 그렇게 열광하는지 단숨에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총 5권으로 구성되어 집필중이라고 한다. 맙소사, 감사합니다.) 역사학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역사가라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지만, 아버지의 죽음이후 뜻하지 않던 일을 강요받는다. 어머니로 인해 언니나 오빠처럼 드래곤라이더의 길을 걷게 되는 바이올렛. 탈락은 곧 죽음인 무시무시한 경쟁 구도에서 살아남기위해 노력하는 바이올렛의 이야기는 책을 읽는 내내 눈을 떼기 어려웠고, 감정이입하게 했다.
어머니로 인해 바이올렛이 더 어려움을 겪는 점 역시 『포스윙』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든 요소가 아니었을까 싶다. 바이올렛의 어머니 때문에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어떻게 바이올렛을 고운 눈으로 바라본단 말인가. 그런 과정 하나하나가 무척이나 유기적이었고, 긴박함을 만들어내기도 하여 『포스윙』에 더욱 집중하게 만들었다. 처음엔 약체였지만, 드래곤라이더라는 꿈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성장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포스윙』을 단순한 판타지소설을 넘어 감력한 팬덤을 만들게 한다. 이미 영상화가 확정될만큼 탄탄한 스토리를 갖고 있기에 묵직한 『포스윙』임에도 점점 사라지는 페이지를 아쉬워하게 되더라. 아마 누구라도 『포스윙』을 만난다면 수많은 매력에서 쉬이 헤어나지; 못하게 될 터. 정말 서사와 흡입력, 주제의 신선함- 그 어떤 하나도 빠지지 않은 책이다.
판타지라는 흥미진진함에 서스펜스와 로맨스, 마법까지 만날 수 있는 경계없는 장르, 거기에 성장과 노력, 애정과 드래곤까지 꾹꾹 눌러담아 완벽한 스토리텔링을 담은 『포스윙』. 아마도 한동안은 전세계에서 이런 은빛 팬덤이 쉬이 사라지지는 않겠구나 생각해보며, 무더운 여름 에어컨 아래에 읽을 가장 좋은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