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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라는 말에 예민한 당신에게
조정훈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4월
평점 :

언제 오셨는지 어머니가 아무 말 없이 나를 꼭 안아 주셨다.
아들을 위해 평생 가시에 찔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으셨던 어머니. 기쁜 하루였다. 하마터면 오늘도 어머니가 또 가시에 찔리고 불에 델 뻔 했다. (p.116)
언제부터라고 콕 찝을 수는 없지만, 꽤 오래 내게 붙어있는 “근성있다”라는 수식어. 하긴 한결같은 취미를 30년이 넘게 고수해왔고, 음식을 먹어도 질릴때까지 한 우물만 파는 타입. “안되면 될 때까지” 죽치고 앉아 있는 사람. 꽤 괜찮은 장점이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추가하지 못한 옵션이 너무 많아 근성이 빛을 발하지 못할 때가 많다. 특히 근성과 세트였다면 좋았을 '추진력'은 직장생활을 하는 내내 아쉬운 요소였다. 아마 나는 앞으로도 꼼꼼한 킹메이커는 되어도 킹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뭘 하나 시작하기가 참 어려우니까.
그래서일까. 내게 『시작이라는 말에 예민한 당신에게』라는 책은 이질감부터 느껴졌다. '작은 도전에도 전전긍긍하는 당신을 위한 해답 에세이'라니. 나도 모르게 '전전근근'이 아닌 '신중한'거라고 고쳐쓰고 싶어졌다. 그러나 그 마음은 『시작이라는 말에 예민한 당신에게』을 몇 장 넘기기도 전에 사라졌다. 고속도로 사고 후, 응급실에서 다시 삷을 시작했다는 사람에게 할 적당한 핑계가 떠오르지 않았다. 맞다. 『시작이라는 말에 예민한 당신에게』는 교통사고 후 좌절 대신에 '새 삶'을 얻었다고 말하는 사람의 용기와 응원이 담긴 에세이다. 남다를 것 없던 집에서 무작정한 상경, 외판원으로의 삶, 언론사와 은행원, 검찰직까지. 다양한 모습의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낸 이야기.
『시작이라는 말에 예민한 당신에게』의 작가는 운동 말고는 무엇이든 잘 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면 일단 시작을 했다고 한다. 물론 시작을 잘하는 사람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흔히 시작병에 걸린 수많은 사람들과는 달리, 시작한 것들의 결과를 치밀하게 쫓아 결국은 성과를 손에 쥐었다. 더욱이 그 과정을 덤덤히 기록할 뿐, “나도 해냈으니까 너도 해내”라는 꼰대의식(!)을 껄자도 않았다. 그저 자신이 살아온 과정을 담담히 이어가는 단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