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들썩들썩 보건실의 하루
첼시 린 월리스 지음, 앨리슨 파렐 그림, 공경희 옮김 / 미디어창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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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아이가 입학을 하고 학교와 유치원의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학교는 보건선생님도 있고 마음 선생님도 있어서 좋아”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아이의 유치원이 공립단설유치원이었다보니 학교와 크게 다른 점이 없었기도 하지만, 마음 선생님은 엄마에게도 낯선 단어로 느껴졌었다. 하지만 그 낯선 느낌은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익숙해졌다. 왜냐면 우리 아이가 보건실 이야기를 꽤나 자주 했던 것. 아이의 말에 의하면 보건실에 가면 비타민을 먹을 수 있기도 해 저학년친구들의 사랑방인 것 같다. 그래서일까, 『와글와글 보건실의 하루』를 보는 아이의 눈이 어찌나 반짝하던지!⁣

『와글와글 보건실의 하루』는 초롱꽃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보건실 선생님의 출근으로 시작된다. 기분 좋게 출근한 선생님은 커다란 열쇠로 문을 열고, 걸레질을 하고, 빗자루질도 하며 아이들에게 편안한 환경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약품확인, 침대소독을 마치자마자, 아이들은 기다렸단 듯이 보건실로 입장한다. 첫번째 손님(?)은 몸이 덜덜 떨리고 기운이 없는 메이블! 감기일거라 상상했지만 메이블의 병명(?)은 배고픔으로 간식이 필요하다는 처방을 받는다. 어디 그뿐인가. 얼굴에 물감이 묻은 버트는 창피함을, 찰리는 치아가 흔들리는 안달함을, 거스는 집이 그리운 외로움을 진단받는다. 엄마의 마음으로는 “와, 진짜 학교에서 이정도로 꾀병을 부릴까?”생각하며 골치가 아프려 했는데, 아이는 문득 “이런 거도 보건실에 가도 되? 그러면 약으로 간식이나 위로, 격려 이런 거 받는 거야?”라고 말을 해 엄마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어쩌면 보건실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진짜 이유가 이게 아닐까 싶어졌다. 어디가 다친 경우도 많겠지만, 요즘의 아이들은 우리 때보다 마음이 바쁘고, 힘든 아이들이 많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

나의 놀라움은 『와글와글 보건실의 하루』를 넘기면 넘길수록 더욱 커졌다. 정말 우리 아이의 말대로, 피트리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딱 맞는 처방을 내리기 시작한 것. 따뜻하게 안아주고, 위로하고, 보듬어주며 말이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우리 아이들이 진짜 필요한 것은 마음이 쉬는 곳이구나, 마음을 알아주는 누군가이구나 하고 말이다. ⁣

『와글와글 보건실의 하루』는 그렇게 한 명 한 명의 마음을 위로하고 안아주는 내용으로 감격스럽게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야기가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은 피트리 선생님을 안아주는 포근한친구가 존재하기 때문이었는데, 문득 이 장면은 우리 아이들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 격하게 환영받기를 바라는 작가님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

물론 모든 학교의 보건실이 『와글와글 보건실의 하루』속 피트리 선생님의 보건실같지는 않겠지만, 이런 위로가 되는 곳이 한 군데쯤은 존재하기를, 피트리 선생님같은 사람이 모두에게 하나쯤은 있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더라. 마음이 힘든 아이들, 어른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그림책, 『와글와글 보건실의 하루』. 덕분에 나도 오늘 마음이 쉬어가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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