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
홍나리 지음 / 미디어창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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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세상의 모든 사람이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너무 일찍 철든 아이들을 키우시는 분들이나, 본인이 아파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 사시는 분들께 큰 위로가 되면 좋겠습니다. 

 

 

어린 시절, 우리 집은 무슨 날이 다가올 때마다 “1, 2,1, 2”를 외쳤다. 소방공무원이었던 아빠가 이번에는 쉴 수 있을지 없을지를 세는 것이었다.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우리는 수많은 어린이날을 “아빠가 출동한 행사장”에서 보냈다. 물론 아빠는 비상 근무 중이니 우리에게 올 새가 없었지만, 우리는 그저 같은 공간에 아빠가 있다는 것으로 위안하며 철새처럼 행사장을 옮겨 다녔다. 그 때문인지, 여전히 온전히 독립하지 못한 캥거루이기 때문인지 『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를 읽으며 눈물과 콧물 범벅이 되고 말았다. 

 

가슴 찡한 그림책, 『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를 소개한다. 

 

『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는 다정하게 붙어 앉은 아이와 아빠의 모습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평화롭게 꽃과 새를 바라보는 표지에 적힌 『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라는 문장을 보며, 대체 뭐가 미안한 거지, 생각했더랬다. 그러나 책을 몇 장 넘기기도 전에 그 이유를 알게 된다. 바로 아빠가 휠체어에 앉아 있었기 때문. 아빠는 휠체어를 탄 까닭에 해줄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을 미안해하고, 아이는 그런 아빠와 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기뻐한다. 아빠와 아이가 주고받는 이야기들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기도 하고 감동을 주기도 한다. 나 역시 『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를 읽는 내내 눈물 콧물을 줄줄 흘렸다. 

 

그런데 이 책이 마냥 서글프게 슬프지만은 않은 게, 책의 모든 페이지에 희망이 가득하다. 아이의 말에서도 일러스트에서도 독자는 슬픔보다는 희망을 느낀다. 미안하고 안쓰러운 감정이 아닌, 대견하고 기특한 마음을 더 많이 느낀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통해 미안함이 아닌 함께 하고 있다는 소중함과 감사함 등을 고루 느낀다. 그래서 『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라는 더 따뜻하고 진한 그림책이란 생각이 든다. 

 

『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함께 하는 기쁨을 가득히 배운 것 같다. 우리 아이도 『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를 읽은 후 “가족은 그냥 있어서 행복한 거야”라고 말하더라. 나 역시 그런 아이를 통해 또 한 번 가족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깨닫기도 했고.

 

 

우리 꼬마는 할아버지의 한쪽 귀를 향해서 수다를 떤다. 다른 쪽 귀는 폭발의 파편으로 청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아이는 자연스럽게 할아버지가 더 잘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쪽에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아마 세상의 많은 어린이가 그렇게 부모 혹은 조부모의 아픈 어딘가를 스스로 이해하고, 맞추어 살아가고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그리고 곁에 계심에 감사하며, 그저 함께할 수 있음에 기뻐하며. 그런 가족들에게 『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서로를 더 이해하고 사랑하는 수단이 되면 좋겠다. 『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를 통해 미안함보다는 함께 하는 감사함을 느끼시면 좋겠다. 『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가 세상 모든 사람과 만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습관처럼 지니고 살던 미안함 대신에, 고마움과 사랑을 채울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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