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조승리 지음 / 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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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동안 실패가 두려워 장애를 핑계 삼아 하고 싶은 일들을 포기해왔다. 잃어버린 것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다르다. 다르게 살려 노력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일로 만들기 위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기 위해 용기를 낸다. 탱고 수업은 내게 첫 도전의 시작이었고 내 가슴에 열정을 심어주었다. (P.203) 

 

 

안타까운 얘기지만 나는 특별히 뭔가를 못 하는 편도 아니고(아, 요리 빼고), 특별히 뭔가 잘하는 것도 없다. 그렇다 보니 뭔가를 애타게 갈망하는 것도 없었고 뭔가를 향해 자신 있게 나아가는 삶을 살아온 것도 아니다. 그저 살았다고 표현하는 편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런 평범한 삶(?)을 지탱해온 것들은 주로 한결같음이었다. 한결같이 곁에 있는 사람들, 한결같은 취향, 한결같은 취미 등 말이다. 그 한결같음을 유지하자는 다짐은 한차례 크게 아프고 난 후 더욱 강해져 오늘의 나는 그저 “행복한 하루 보내기”가 목표인 사람이 되어있다. 하지만 『이 지랄 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를 읽은 후의 나는 자꾸만 자리를 박차고 나아가고 싶어진다. 

 

『이 지랄 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를 읽은 나의 소감을 한 줄로 말하자면 “미치도록 질투 나는 문장력”이라 말할 수 있겠다. 

 

『이 지랄 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는 열다섯 살부터 서서히 시력을 잃었으나, “대한민국의 승리”로서 신나는 일을 찾아 어둠을 헤맨다는 조승리 작가님의 책이다. 무척 좋아하는 출판사의 신간이었고, 무척 좋아하는 작가님의 추천사가 씌어있는데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있나. 그런데 『이 지랄 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는 감성 끝판왕인 출판사 타이틀, 우리나라 감성 1열 작가님의 추천사 없이도 충분히 빛나고 충분히 아름다운 책이었다. 『이 지랄 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이라는 제목과는 달리 무척이나 잠잠한 감정으로 찬찬히 기록된 이 책은, 오히려 작가가 덤덤해서 독자의 가슴은 요동치는 책이다. 그녀는 마치 수십 년 전의 전쟁을 회고하듯 이야기를 풀어놓지만, 그것을 읽는 독자는 전쟁의 한 가운데 서 있는 기분이랄까. 그러면서도 그녀의 문장에는 묘한 기운이 있고, 애정이 있었다. 

 

“나는 아저씨가 보지 못하는 것은 세상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P.74)”는 문장을 읽으며, 우리는 세상을 보지만 보지 못하는 그녀보다 더 좁은 세상을 보고 사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고, “오래된 영화처럼 멈춰진 시간의 그리움(P.115)이라는 말에서, 내가 놓아버리고 살아온 것들에 대해 목놓아 울었다. 누군가의 삶을 구하는 조언을 해주고도 '오늘 나는 고객 한 사람을 잃었다.'라고 유세 떨지 않고 말할 수 있는 그녀의 너른 마음에, 세상의 풍파를 그저 몸을 동그랗게 말아 이겨내는 단단함에 나는 자꾸만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한 줄 한 줄, 너무나 완벽한 이해를 주는 문장들을 읽으며 처음에는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질투가 났고, 나중에는 '넘사벽'이라는 단어를 내내 떠올렸다. 그러면서도 언젠가는 다시, 나 스스로 만들어놓은 한결같은 벽을 넘어, 조금 더 나를 표현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야지, 하고 다짐했다. 

 

『이 지랄 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는 말 그대로, 지랄 맞은 순간순간들이 모여도 결국엔 빙그레 웃게 되는 우리네 삶 같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공감과 위로를 모두 얻게 된다. 내가 그녀보다 멋진 문장을 쓰게 될 날은 아무래도 없을 것 같지만, 쓰진 못 하더라도 한결같이 읽는 삶을 유지해온 것에 자랑스러움을 느낄 만큼 멋진 책이었다. 

그녀의 '완벽한 문장;'은 나를, '완벽한 독자'로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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