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전쟁사 - 수천 년 세계사의 흐름이 통째로 이해되는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시리즈
김봉중 지음 / 빅피시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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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정복자들에 의한 원주민들의 고통과 희생을 다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유럽 중심적인 해석에서 벗어나 쌍방적 교류로서 그 시대를 바라보는 것은 그들의 아픔을 감싸는 최소한의 태도일 것이다. (p.87) 



과거에는 전쟁을 그저 전쟁으로만 바라보는 한심한 눈을 가지고 살았던 것 같다. 그저 “힘 있는 쪽이 힘없는 쪽을 누르기 위해 벌이는 무서운 짓” 정도가 전쟁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었던 것 같다. 뭐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역사를 공부하면 할수록 전쟁이 벌어지게 된 계기, 전쟁의 진행 방향, 전쟁의 결과 등이 세계사가 흐르는 방향이었다가, 세계사 그 자체였다가, 세계사를 흔드는 손이었다를 반복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더욱이 우리는 여전히 전쟁이 완전히 종결되지 않은 나라라고 본다면 전쟁의 흐름을 이해하지 않고는, 우리의 역사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다. 그만큼 전쟁은 세계사의 동맥 같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전쟁사』야 말로 우리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아닐까.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전쟁사』는 앞서 출간되었던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세계사』의 후속작으로, 방대한 전쟁의 역사 중 18가지 큰 전쟁을 다루고 있다. 흥미로웠던 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배운 것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쟁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돈과 권력', '인간의 추악함', '문명의 흐름', '종교의 탈' 등의 큰 주제로 전쟁을 풀어간다. (시대순 연표도 포함되어 있어, 헷갈릴 때마다 펼쳐보며 정리할 수 있다.) 


이 전환이 내게 특별했던 까닭은, 전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사실 수십 년 시간의 흐름으로 역사를 배우다 보니 나도 모르게 전과 후에 맞춰진 '원인과 결과'에만 집중하며 전쟁을 바라봤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전쟁사』을 읽는 동안 나는 “왜”와 “어떻게”에 집중했다. 푸틴이 왜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는지, 노예제도를 두고 왜 미국이 반으로 갈려야 했는지, 제2차 세계대전은 어떻게 역사의 흐름을 바꾸게 되었는지, 수니파와 시아파는 어떻게 1400년간 싸우고 있는지 등에 집중하며 이 책을 읽다 보니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도 많이 볼 수 있었고, 오래도록 가지고 있던 인과의 역사도 조금 더 확실하게 보이더라. 사실 그동안 “역사를 공부할수록 역사가 어렵다”라고 말해왔지만,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전쟁사』을 통해 내가 그럼에도 역사에 한발씩 다가가고 있었음을 깨닫기도 했다. 


빅피시의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전쟁사』는 다소 어렵다고 여길 수 있는 부분도 무척 풍성한 스토리와 자료를 함께 제시해주었기에 굵은 뼈대에 살을 붙여가는 기분이 드는 책이었다. 사실 역사서나 인문학서가 '뼈'만 가지고 있어 재미없거나, 재미를 쫓다 '맥'을 잃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나.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전쟁사』는 그 아슬아슬(?)한 경계를 완벽하게 지켜낸 책이란 생각이 든다. 전쟁이 세계의 역사와 경제의 판도를 가르는 묵직한 이야기 위에 영화 같은 서사들을 잘 버무려 이해와 재미를 동시에 얻는 기분이랄까.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전쟁사』를 마무리하며 문득, '인간의 민낯'처럼 사실은 가장 솔직하고 진실한 '역사의 민낯'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제야 문득, 빅피시의 인문학 시리즈가 왜 “최소한의”로 이름 붙어졌는지 알 것 같다. 이어질 한국사와 미국사를 기대해보며, “이것만큼은 알고 살아가는” 어른이 되자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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