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견디는 기쁨 -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
헤르만 헤세 지음, 유혜자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연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은 일상생활 속에서 잠깐이라도 행복을 느낄 수 있고,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 따위는 한순간도 할 수 없는 삶의 순간을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p.64) 

 

인내하는 것은 어렵다. 인내는 사람에게 있어 가장 어려운 고행이다. 하지만 그것은 가장 힘든 일이면서 그와 동시에 유일하게 배울 가치가 있는 일이다. 이 세상의 자연과 성장, 평화, 번영, 아름다움은 모두 인내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인내는 시간과 침묵, 그리고 신뢰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인내는, 개인의 일생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과정도 참고 기다릴 줄 아는 믿음이 필요하며, 개인의 판단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것과의 연관성도 고려해야 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또한 '인내'와 더불어 말할 수 있는 것은 사랑, 지혜, 천진난만함, 그리고 소박함이다. (p.188) 



생각 없이 그저 '살고 있다'싶은 마음이 들 때면 헤르만 헤세의 글을 찾아 읽는 것 같다. 혹자는 헤르만 헤세의 글이 침울하다고 표현하기는 하지만, 삶이 힘겨울 때 사람은 본성을 만나게 되고, 맺고 있는 것들의 민낯을 보게 된다는 말 역시 무척이나 공감하기에 그의 문장에서는 나는 오히려 생생한 삶을 만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삶을 견디는 기쁨』은 나의 '생'에 대해 고민하는 마음으로 읽어왔던 그동안의 헤르만 헤세와는 달리, 타인에 대한 이해를 위해 책을 펼쳤다. 오지랖 넓게도 최근의 나는 “저 사람은 어떤 생각으로 사는 것일까?”를 수없이 생각했는데, 그 오지랖과 오만함, 그 사이의 묘한 감정을 좀 이해하고 싶었던 것 같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삶을 견디는 기쁨』을 읽었지만, 애초의 물음에 답을 찾지는 못했다. 다만, 또 한 권의 헤르만 헤세를 만나며 역시 무엇인가를 이겨내고, 견뎌내는 것은 행복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는 것이었다. 


사실은 이 책의 제목, 『삶을 견디는 기쁨』은 읽기 전에도 읽은 후에도 이질감이 든다. 억지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도 아닌데, 그의 문장들은 단 한 번도 하루하루를 마지못해 살아낸 것 같지 않은데 왜 이런 제목을 붙이셨을까. 물론 그간의 그의 문장들에서 이는 행복은 고스란히 느끼고, 고통 또한 부지런히 감내하라는 말임을 상상해볼 수는 있다. 사실 이 책에서도 “견디는” 것이 아니라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조금 더 스스로를 정진하는 방향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삶을 견디는 기쁨』은 스스로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고 싶은 순간, 삶에 대해 고민이 드는 순간에 만난다면 더욱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 역시 책을 시작하며 품었던 마음은 해소하지 못했지만, 타인의 삶을 걱정하기엔 나의 삶에서 해결하여야 할 것들이 더 많음을 깨닫게 되더라. 진정한 행복, 제대로 사는 것, 내면을 부유히 채워가는 것 등 나 스스로를 위해 가야 할 길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생각에 닿고 보니, 처음 품었던 고민이 너무 부질없어 웃음이 났다. 


내 삶도 어찌하지 못하면서 타인의 삶에 궁금증을 가지는 오만함을 번복하지 말아야겠다. 그저 나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내고, 생각과 행동을 반복하며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지. 그리하여 훗날, 나는 삶을 견디는 게 아니라, 부지런히 쓸고 닦으며 채워왔다고 말할 수 있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