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밖의 동물들 - 행복한 공존을 위한 우정의 기술
박종무 지음 / 샘터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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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문제는 '관계'에 달려 있습니다. 오랜 시간 상호 적응해온 자연 숙주와 공존 관계를 유지하는 바이러스는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문제는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자연 숙주와 바이러스의 공존 관계가 깨지면서 발생합니다. 전 세계의 많은 과학자는 코로나 19보다 더 무서운 바이러스성 전염병이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인구는 급증하는 데 반해 열대림은 지속적으로 파괴되고 기후 온난화로 인해 환경이 급변하며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파되는 형태로 변이할 가능성이 훨씬 커졌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생태계의 진짜 '괴물'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생명의 관계망을 무참히 파괴하고 있는 인간이 아닐까요? 코로나 19 이후 자연의 생명체와 어떻게 공존해야 할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p.152) 

 

 

「살아있는 것들의 눈빛은 아름답다」는 저자 박종무 수의사의 신간, 『문밖의 동물들』은 독자의 생각에 따라 다소 불편하다는 느낌을 줄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는 인간이 타 생명보다 귀하지 않고, 때때로 타 생명을 앗는 '괴물'로 묘사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편한 마음은 책의 내용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은 타 생명에게 잔인하지 않아!”라고 당당히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어떤 측면에서 나를 포함한 모든 인간은 잔인한 괴물이 맞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이들은 이 말에 “그렇게 동물이 귀하면 소고기도 먹지 말고 돼지고기도 먹지 말아라”고 하겠지만, “생존”의 범위를 넘어서는 살육과 과욕이 존재함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 않나. 

 

『문밖의 동물들』은 반려동물에서부터 유기동물, '식용동물'의 범위, 동물원 등의 '일상화된 동물문제'에서부터 치킨이나 마블링, 옥수수와 축산업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동물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그뿐 아니라 세균과 바이러스, 진화와 멸종, 동물복지와 권리, 생태계의 비극에 이르기까지 점차 세계적 쟁점이 되어가는 생명권까지 너르게 다루고 있어 읽는 내내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해보게 하더라. 하지만 주제 때문에 미리 겁먹고 뒷걸음질 치지는 말 것. 중고등학생들도 이해할 수 있을 수준의 쉬운 문장과 명료한 풀이로 여러 주제에 대해 너른 이해를 주는 책이니 말이다. 

 

『문밖의 동물들』을 읽으며 세상을 뒤흔들었던 코로나 19에 대해, 자본주의라는 이데올로기에 숨은 인간의 잔혹성에 대해, 여전히 올바르게 인정받지 못하는 동물권리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동물들의 생명과 모성 등에 관련한 영상도 쉬이 볼 수 없다.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원래도 반려동물에 대한 욕구가 없었지만, 엄마가 된 후로는 아주 완전히 마음을 접었다. 내 배로 낳은 아이도 올바르게 기르기 힘든 세상에, 타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이 얼마나 묵직한 일인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오늘, 『문밖의 동물들』을 읽으며 또 한 번 생명의 무게에 대해, 인간의 경솔함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에게 색안경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육식에 대해서도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동물과 식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반려동물을 향한 애정에는 책임감도 따라야 함을, 무분별한 욕심으로 윤리적이지 못한 사육환경을 방조해서는 안 됨을, 필요 이상의 동물실험을 하지 말아야 함을, '호기심'이라는 단어로 동물의 존재를 '이용'하지 말아야 함을 새겨본다. 다시 “함께 살아가기”를 생각하게 하는 책, 『문밖의 동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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