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데 가끔 뭘 몰라
정원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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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릴 때 만화책 나쁘다고 뺏고 못 보게 했던 김00 선생님! 

제 코난 빼앗아가셨던 김00 선생님, 저 좀 봐요. 제가 30년 만에 진짜 각잡고 따질게요. 물론, 진즉부터 만화책의 장점을 여러 개 알고 있었어요. 일단 재미있는 거! 솔직히 어른도 재미있잖아요? (제 동생은 지금도 저보고 그런(?) 책들 말고 만화책 리뷰하래요.) 두 번째는 그림책에서 문고본으로 넘어가는 다리 역할을 한다는 거, 세번째는 예쁜 일러스트로 어쩌고저쩌고~ 네 번째는 지식을 쉽게 습득하게 하고~ 어쩌고저쩌고 아무튼! 만화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감동의 포인트가 있어요! 못 믿으시겠다고요? 그러면 속는 셈 치고 『똑똑한 데 가끔 뭘 몰라』 한 번만 읽어보세요. 저 정말 울고, 웃고 골고루 했단 말입니다!

 

『똑똑한 데 가끔 뭘 몰라』가 도대체 뭐길래, 30년 만에 만화책의 장점을 각잡고 따질 수 있을 것 같은지 찬찬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먼저 『똑똑한 데 가끔 뭘 몰라』는 「올해의 미숙」을 그리신 정원 작가님의 신간으로, 2021년 오늘의 우리만화상, 2023한국만화영상진흥원 다양성 만화 선정 등 이미 여러 검증을 거친 알찬 만화책으로 김소영 작가와 오은 시인도 강력추천한 만화책입니다. 사실 저는 꼰대(?)라 누가 추천했다고 해도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 편인데, 정말 『똑똑한 데 가끔 뭘 몰라』는 보는 내내 울고 웃으며 “그래 이러니 추천하지”하는 소리만 수십 번 내뱉을 정도로 찡하고, 웃기고 골고루 다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똑똑한 데 가끔 뭘 몰라』의 소제목은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소중하다는 겁니다. 사실 제목만 볼 때는 짜장라면, 급식, 떡볶이 등 참으로 소박한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 것 같아 저도 커피에, 레몬 사탕에 소중하다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아마 이 책을 만나는 모든 사람은, 소소한 소중함이 얼마나 반짝이는지 알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별 얘기 아니네, 하는 생각으로 『똑똑한 데 가끔 뭘 몰라』를 읽으면 네, 정말 별 얘기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일상도 그렇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하다못해 떡볶이 하나를 먹어도 “그냥 떡볶이”라고 생각하면 별것 아니지만, “사랑하는 친구와 무슨 이야기를 하며 나눠 먹은 떡볶이”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무척이나 특별한 것 아닐까요? 이 책에는 그런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예민해져서 친구에게 함부로 굴었던 바보스러운 내 모습, 어렵지만 용기 내 하는 사과, 수채화 물감으로 그린 구름을 선물 받은 이야기 등 사소하다면 사소하지만, 평생 잊히지 않을 소중한 추억이 가득합니다. 

 

『똑똑한 데 가끔 뭘 몰라』를 아이와 함께 본다면 나눌 이야기가 많을 것 같습니다. 주인공들처럼 열한 살의 아이라면 찰떡, 그보다 더 어리거나 더 컸어도 분명 『똑똑한 데 가끔 뭘 몰라』를 읽으며 경험이나 마음을 나누어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나와는 다른 성격의 친구를 대하는 방법, 다른 문화의 친구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과정, 친구와 싸우고 화해하는 일들까지- 우리가 일상에서 실제 접하는 이야기들이 가득한 이 책을 통해 진짜 소중한 것, 진짜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 2학년이 되는 우리 아이는 요즘 만화책에 풍덩 빠져있습니다. 물론 엄마가 슬쩍 행로를 차단해두었기에 한껏 나빠 봐야(?) 그 인기 많은 남매들까지가 전부지만, 『똑똑한 데 가끔 뭘 몰라』를 읽고 난 후 문득- 아이가 오래오래 만화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습니다. 내가 어릴 때 만화책을 보며 상상하고, 웃고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똑똑한 데 가끔 뭘 몰라』는 아마 모든 독자에게, 일상의 반짝이는 행복을 깨닫게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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