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인문학적인 미술사 - 단숨에 읽히는 시대별 교양 미술 수업
이준형 지음 / 날리지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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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주의 예술은 고귀함과 장엄함, 미덕 등의 초월적인 개념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신고전주의와 맥을 같이 합니다. 하지만 신고전주의가 이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했다면, 낭만주의는 감수성을 중시하고 이상향을 바라봤다는 점에서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연에 대한 깊은 믿음과 동경 또한 낭만주의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낭만주의자들은 인간과 자연이 서로 감응하는 존재이며 이를 통해 인간 내부에 있는 신성함을 끌어낼 수 있다고 믿었는데요, 때로는 자연 앞에선 인간의 나약함을 표현함으로써 자연의 위력과 거대함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p.170)

 

 

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등장한 『세상 인문학적인 미술사』를 보고 몇몇 지인들이 이 책이 어떠냐 물어왔다. (한 명은 빨리 읽고 리뷰 올리라고 독촉(!)하기도 했다) 나의 대답은 “지극히 T스러운 미술사 책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미술사 및 미술작품들을 제대로 이해하게 돕는 느낌이 든다.”였다. 작가의 감정이나 시선에 따른 감상을 하기보다는, 작품 그대로의 작품을 독자의 눈으로 만나게 했달까. 집에 앉아 전 세계 미술관 도슨트를 듣는 듯한 기분이었던, 『세상 인문학적인 미술사』를 소개한다. 

 

『세상 인문학적인 미술사』는 기록되지 못한 선사시대의 미술에서부터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등의 미술로 그 이야기를 연다. 책을 읽기 전에는 그저 막연히 벽화와 문자 밖에는 떠올렸던 나는, 노동시간이 길 수밖에 없던 고대인들의 사회적 배경, 그로 인해 그들이 믿게 된 사후세계, 그 믿음이 만들어낸 미술기법과 벽화, 국가의 형성으로 시작된 아테네의 미술 등 방대하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이어지는 미술사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또 한 번 세상의 모든 것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먹고 자는 것처럼 아름다움을 탐미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임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뒤이어 로마미술과 종교미술, 비잔틴미술과 고딕미술 등에서는 미술의 발전과 역사의 흐름이 서로에게 얼마나 유기적인 영향을 주는지, 또 종교를 포함한 사회의 변화가 예술에도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더불어 학창시절에는 아무리 들어도 헷갈리기만 했던 르네상스 미술과 바로크, 로코코 미술이 가지는 특징과 배경에 대해서도 자세히 배울 수 있어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정치적 변화가 미술에 주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던 '바로크와 로코코 미술'과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에 대한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세상 인문학적인 미술사』에서는 루이 14세의 '짐은 곧 국가다'는 말로 바로크 미술을 설명한다. 절대적인 복종을 요구하던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질서와 권위의 상징 바로크 미술을 낳았다는 것. 그래서일까. 니콜라 푸생의 그림이나 베르사유궁전에서는 '자유로움'이 아닌 '자로 잰듯한' 완벽함을 만나게 한다. 이 사상에 반기를 든 것이 바로 로코코 미술로, 하늘을 향해 치솟은 고딕식 건축물, 영롱한 스테인드글라스, 웅장하고 화려한 교회들까지- 그저 별개의 것들로 생각했던 수많은 것이 서로 촘촘히 연계하며 변화하고 발전해왔다는 사실에 놀라며 『세상 인문학적인 미술사』를 차곡차곡 쌓아갔다. 

 

비교적 쉽게 책장을 넘기던 나의 여행은,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앞에 잠시 속도를 늦추었다. 눈에 익은 작품들이 꽤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늘 명확한 개념을 갖지 못했던 시대이기에 조금 더 제대로, 조금 더 분명한 이해를 얻고 싶어 노력했다. 그래서 지금, 작가의 세밀한 설명에 감사의 마음이 인다. 이토록 덤덤한 어조로 여러 미술의 특징을, 사회 안에서 미술과 유기적으로 관계를 주고받은 여러 개념을 풀이해주다니! 아마 나는 한동안 여러 시대를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으리라. 마치 사진 같은 사실주의 작품이나 산업혁명에서 물꼬를 튼 인상주의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현상도 결코 독립적으로 일어날 수 없음을 또 한 번 깨닫고 배울 수 있었다. 

 

사실 『세상 인문학적인 미술사』의 표지에 적힌 말처럼, 단숨에 읽히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이토록 방대한 '거의 모든 과거'를 꾹꾹 눌러 담았는데 단숨에 읽히는 너무 아깝지 않나. 한 줄 한 줄, 자신의 속도대로 읽어갈 때 더욱 빛을 발하는 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정말 『세상 인문학적인 미술사』 한 권이면 서양미술사의 흐름을 전반적으로 배울 수 있다. 인문학 유치원 시리즈의 인기 과목 '미술사유치원'의 첫 단행본인 만큼,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만드는 책, 『세상 인문학적인 미술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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