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의 어린이 민담집 1 : 우리 신화의 시작 황석영의 어린이 민담집 1
황석영 지음, 홍원표 그림 / 아이휴먼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떤 글은 이미 읽는 순간부터 좋고, 어떤 글은 시간이 지나 곱씹어 보면서 더 좋다고 느껴진다. 아마 황석영 선생님의 글은 후자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람이 살며 겪는 지점에 “김광석”의 노래가 있듯, 황석영 선생님의 문학이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터다. 그래서 아이에게 『황석영의 어린이 민담집』을 소개하면서 너무 극찬했더니 아이가 대뜸 내 책장을 휘 둘러보더니 “그러네, 엄마가 좋아하는 작가님이셨네” 한다. 아이도 이미 아는 이야기들이 잔뜩 등장하는 것을 알고 반가운 마음으로 그의 민담집을 펼쳤지만, 사실은 아이보다 내가, 이 책이 더 반가웠다. 요즘처럼 팍팍한 뉴스만 가득한 시절에는 아무래도 현실 같은 “영달”보다 신비로운 “환웅”이 반가운 존재니 말이다. 

 

『황석영의 어린이 민담집』은 꼬맹이들도 모두 아는 “단군 할아버지”로 문을 연다. 어릴 때부터 노래로, 이야기로 만나온 이야기이기에 아이의 흥미는 더욱 높다. 더욱이 무척이나 다정한 말투로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마치 할머니, 할아버지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듯 책을 읽어갔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이기에 친숙한 이야기로 가득했던 『황석영의 어린이 민담집』 1권이기에 아이와 소리 내 읽는데도 생각보다 빨리 한 권을 뚝딱 읽었다. 아마 3, 4학년 정도의 아이들이라면 더욱 짧은 시간에 깊은 이해가 가능할 테고, 더 어린아이들도 부모님이 약간만 도와주신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고 재미있게 구성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황석영의 어린이 민담집』을 더 많은 어린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첫 번째 이유는 쉬운 어휘와 복잡하지 않은 문장 구조를 들고 싶다. 사실 어린이들을 위해 출간된 책들도 종종 어휘 등이 어려워 내내 풀어주어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 책은 아이가 “이게 무슨 뜻이야?”하고 묻는 어휘가 많지 않아 이야기의 끊김이 없었다. 또 문장 호흡이 짧고 구조가 깔끔해 아이와 소리 내 읽으면서도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이 책을 추천하는 두 번째 이유는 민담이 주는 지혜 때문. 그저 옛날이야기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민담이 우리에게 주는 삶의 지혜는 무척 크다. 특히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부족한 요즘,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해 노력하고 희생하는 설화가 주는 감동은 절대 작지 않다. 

 

『황석영의 어린이 민담집』 1권을 읽은 후 앞으로 만나게 될 목록을 구경하는 아이의 눈이 반짝인다. 거의 다 아는 이야기라서 더 궁금하다는 아이의 표정을 보며, 이게 민담이 이토록 오래 전해진 이유라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30여 년 전의 나도- 저렇게 반짝이며 아빠의 이야기를 들었지, 하고. 말이다. 

 

“우리는 밤마다 꿈을 꾸며 이야기를 짓습니다”. 아, 얼마나 멋진 말인가. 나는 아이와 『황석영의 어린이 민담집』을 읽는 내내 모두가 이야기꾼이었던 우리 선조들의 지혜에 놀랐고, 소중히 전해진 이야기들이 감사했다. 그러면서 이 고운 이야기들이 부디 잊히지 않고 오래오래- 내 딸의 딸, 그 딸의 딸- 또 그 딸의 딸까지 부지런히 전해지길 간절히 바라보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