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안 대신 인문학을 선택했습니다 - 자유롭고 단단한 어른이 되기 위한 43가지 삶의 태도
이윤영 지음 / 나무의철학 / 2023년 11월
평점 :

이전에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새로운 것들을 배우게 됩니다. 세대 간의 갈등과 관계의 어려움을 겪는 것도 어쩌면 이 '당연하다'는 말의 의미를 절대 진리로 여기는 시대착오적인 고정관념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당연하게 해오던 것 대신에 새로운 것, 지금 나의 심장을 뛰게 하는 것, 지금 내가 애정을 갖고 바라보는 존재는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p.95~96)
이 책 제목, 『불안 대신 인문학을 선택했습니다』을 보고 문득 내가 언제부터 인문학을 읽게 되었는지 생각해보았는데, '어쩌다 우연히 한 권 말고' 그래도 꽤 꾸준히 읽기 시작한 즈음이 내가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가장 피폐했던 시절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때의 나는 '나'라는 존재를 잃지 않고 싶어서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을 줄여 책을 읽곤 했는데 그래도 문득문득 불안이 나를 찾아와 괴롭히기 일쑤였다. 참 아이러니하지. 잘해보고자 악착같이 굴 땐 그토록 힘들었는데 포기하듯 내려놓았을 때 나는 한결 평화롭고 안정적으로 되다니. 의문으로 남아있던 것들은 『불안 대신 인문학을 선택했습니다』을 읽으며 다소 해결이 되었다. 아무래도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보다 가난하지만, 누군가와 비교할 건더기도 없는 상태가 되고 나서야 타인이 아닌 나를 바라보게 된 것은 아닐까.
『불안 대신 인문학을 선택했습니다』는 “누구나 한 번쯤 만나는 삶의 위기”, “존재의 의미를 묻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배워야 하는 것들”, “중년의 삶은 태도로 결정된다.”. “지속가능한 변화를 유지하는 힘”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각각의 주제를 통해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는 법을 배울 뿐 아니라 '나'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태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고착해볼 수 있었다.
가장 감명 깊게 읽었던 파트는 역시나 '지속 가능이랑 변화를 유지하는 일'. 삶의 원동력은 '눈앞의 목표에서 오는 성취'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최근 어떤 분께 거기에 '지속성'이 더해지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던 터라 이 부분이 더욱 마음에 닿았다. “우리 인생에서도 각자 일정한 구간을 정해놓고, 한 번쯤 오로지 '달리는 일'에만 몰입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렇게 경험한 몰임은 인생의 고난과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스스로 행복을 찾아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을 겁니다. (p.245)”라는 작가의 말을 읽으며 조금이라도, 매일매일 어제보다 나아진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슬픔을 공부하고 경험을 축적하라는 것도 인상 깊었으나,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세련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특히 그랬다. 나이를 먹을수록 '삶의 질'을 높이고 '언어와 태도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말을 읽으며, 조금 더 여유로운 태도로 한 박자 느리게 사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불안 대신 인문학을 선택했습니다』는 '불안'이나 '인문학'이라는 단어 때문에, 제목이 주는 무게가 다소 묵직한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사람의 관점에서 말하자면 다정하고 편안한 책이다. 우리가 살아가며 누구나 겪는 일상의 불안을, 인문학을 전공한 언니가 천천히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기분이랄까. 요즘, 한참 새로운 세상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던 나에게는 큰 위로를 주는 책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