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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이가 너무 많아 - 2023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 ㅣ 읽기의 즐거움 43
제성은 지음, 조승연 그림 / 개암나무 / 2023년 9월
평점 :

“우리는 이름이 좀 특이하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아 이 학교로 전학을 왔을 거야. 하지만 생각해봐. 우리 모두 개똥이니까 얼마나 편하고 좋아?
일단 애들이 이름 갖고 안 놀리니까 편하다.
둘째, 같은 반 친구 이름을 외울 필요가 없어서 좋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데, 온통 개똥인, 개통이 흔하디흔한 이곳.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더니, 너무 개똥만 모여있는 이승. 누군가 이름 가지고 놀리진 않지만 어쩐지 괴상한 이곳. 우리 개똥이는 이곳에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 한숨만 푹 내쉬었어. (p.45)
시대가 변하며 유행하는 이름이 달라졌을 뿐, “흔한 이름”은 언제나 존재했다. 요즘 같으면 윤서, 지율이 같은 이름. 조금 더 예전에는 지원이나 수진이. 또 그 이전에는 현주나 영수. 더더 이전에는 바로 “개똥이”. 이 개똥이야 말로 우리나라에서 과거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에 무조건 하나쯤은 끼여있는 이름아닐까. 이름이 천해야 잡신이 탐하지 않는다는 말로 생겨난 수많은 개똥이들. 그런데, 요즘같은 때 아이 이름이 개똥이라면? 심지어 한 반이 전부 개똥이라면? 물론 대부분은 그럴 일 없다고 말하겠지만, 『개똥이가 너무 많아』에선 반의 11명이 전부 개똥이다. (아, 실수 한 명은 개동이다.)
개암나무 출판사의 신간, 『개똥이가 너무 많아』는 개똥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들이 “이름이 같다”라는 불만에서 “이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고, 결국 나와 다른 사람을 구별 짓는 건 이름보단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느냐의 문제(p.93)”임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린 동화로, 초등학생들이 꼭 한번 읽어보았으면 하는 동화책이다. 특히 요즘처럼 비슷한 이름도 많기도 하고, 미디어의 영향으로 어린 나이부터 대중성을 가지는 시대에, 꼭 한번 짚어보아야 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사실 『개똥이가 너무 많아』는 스토리만으로도 이미 재미있다. 주인공 이름부터 아이들이 나누는 대화까지, 정말 우리 초등학생들의 흥미를 휘어잡기 충분하다. 더욱이 동화 사이사이 아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퀴즈, 미로찾기 등이 포함되어 있어 책 자체를 고스란히 즐길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재미는 빙산의 일각,
『개똥이가 너무 많아』를 통해 배우게 되는 것이 무척 많다. '왕왕 대왕 황금개띠' 첫 아이로 태어나 장난 같은 운명적 사건들로 열 살까지 개똥이로 살아온 “우리 개똥이”는 놀림당하는 것에 지쳐 시골로 전학을 가게 된다. 그런데 우연히 전학을 간 학교에는 11명 중 10명이 개똥이, 나머지 1명은 개동이인 믿지 못할 상황. 나름의 평화를 유지하던 교실에 '메기'가 등장하고, 그토록 싫어하던 이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다 문득, 진짜 중요한 것은 이름 자체가 아닌, 내면임을 아이들 스스로 깨닫게 된다. 자신의 존재 자체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 아이들은 쉽게 잊고 살기에 “우리 개똥이”가 주는 깨달음은 절대 가볍지 않다. 우리는 모두가 다른 존재이며, 각자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이 다른데 억지로 “다른 친구들이 대체로 좋아하는 것”에 스스로를 맞추려 노력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개똥이가 너무 많아』를 통해 '나만의 아름다움'을 생각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나라는 사람', 또 이름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도 말이다.
그래서 나는 『개똥이가 너무 많아』를 더 많은 초등학생이 만나게 되면 좋겠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얼마나 빛나는 존재인지, 귀한 존재인지를 '우리 개똥이'처럼 깨달았으면 좋겠다.